SKT도 설명회 열어, KT·LGU+ 반박자료 내는 등 신경전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 인수 합병을 발표하면서 이동통신 업계에 여론전이 심화하고 있다. KT와 LG유플러스는 각각 이에 반대하는 내용을 발표하고 언론대상 간담회를 열었다. SK텔레콤도 1일 미래부에 인수합병 인가를 신청한 데 이어 2일 합병 법인에 대한 설명회를 개최했다.
SK텔레콤은 CJ헬로비전 인수 결정을 발표하며 미디어 플랫폼과 콘텐츠가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규모를 키울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SK관계자들은 2일 행사에서도 이런 내용을 강조했다.
이형희 SK텔레콤 MNO총괄은 “유튜브는 국내 모바일 미디어 80%를 점유하고 있다”며 "세계적 미디어 플랫폼이 국내 시장에 진출하는 경향은 생각보다 빨라지고 있고 우리 미디어 그룹들도 발 빠르게 대응해야한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이런 추세에 대응하기 위해 5년간 5조원 투자를 통해 미디어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우선 가장 가시적인 목표로서 케이블 방송의 디지털 전환을 앞당기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KT와 LG유플러스는 즉시 SK 발표 내용에 반박하는 자료를 배포했다. KT는 SK텔레콤이 밝힌 사업 전략에 대해 “새로운 내용이 없으며 지금껏 묵혀온 숙제를 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케이블 TV와 이동통신은 전형적인 내수산업으로 이번 인수합병은 글로벌 경쟁력과 무관하다”는 내용도 있다.
LG유플러스는 SK텔레콤이 연평균 1조원을 투자하겠다는 발표에 대해 반론을 폈다. 반박자료에 따르면 이 1조원은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기존 투자액을 단순 합산한 것에 불과하다.
KT는 “과거 SK텔레콤이 유무선 융합을 이유로 하나로텔레콤(현 SK브로드밴드)을 인수하였으나 이후 투자를 늘리지 않고 SK브로드밴드를 SK텔레콤의 지배력 강화 수단으로만 이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경쟁사들은 10월 28일 국회 토론회에서도 맞붙은 적이 있다. ‘방송통신 융합에 대한 정책 개선 토론회’ 당시 KT와 LG유플러스는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 알뜰폰 가입자와 유료방송 가입자를 흡수하고 유무선 결합상품을 통해 고객을 묶어두려(Lock-In)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SK텔레콤이 이동통신 서비스 가입 고객에게 유선 방송 서비스를 대폭 할인해 오히려 유료 방송 플랫폼 업계에 저가경쟁을 강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정책과 관련 법규정이 애매한 것도 통신 업체들이 여론전에 집중하는 데 한 몫 하고 있다. 국무회의를 통과한 통합방송법 상 전국 방송을 하는 위성방송사업자는 지역 유료방송사업을 겸영할 수 없다. 하지만 인터넷멀티미디어법(IPTV법) 상에는 전국 소비자에게 서비스를 하는 IPTV 사업자가 지역 권역별 사업자인 케이블 사를 소유할 수 없다는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
때문에 LG유플러스 기자간담회에서 박지연 변호사는 “전국 방송을 하는 사업자가 지역 방송사업을 겸영할 수 없다는 정부 정책 방향이 담긴 통합방송법 취지 상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에는 위법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상헌 SK텔레콤 CR전략실장 등 SK관계자들은 “현행 법상 이번 인수건에 위법성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이에 대해 “3사가 소비자 편익이나 미디어 시장 발전, 방송 공공성 같은 부분을 강조하고 있지만 사실 자기 점유율을 뺏기기 싫은 것”이라면서 “법과 정부정책이 오락가락하니 다들 ‘아전인수(我田引水)’ 격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1일 SK텔레콤으로부터 인수합병 인가신청을 받은 미래창조과학부는 방송법은 물론 전기통신사업법, 인터넷멀티미디어법 등 관련법을 모두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통상 인수합병 인가에 두 달 정도가 걸린다는 점에서 3사의 여론전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