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차종, 가격, 공급량이 잘 나가던 임팔라 발목 잡아

 

11월, 질주하던 임팔라가 멈춰 섰다. 판매량이 전월대비 절반으로 꺾였다. 준대형 세단 시장 공략을 선포했던 한국GM에겐 비보다.

임팔라는 나름 ‘괜찮은 차’였다. 그럼에도 임팔라 부진은 예고된 결과였다. 업계는 토종세단의 강세, 부족한 공급량, 애매한 가격대가 임팔라 발목을 잡았다고 말한다.

◇ 임팔라 가라앉는데 늘어난 그랜저 판매량 

자료=시사비즈

 

임팔라는 GM 주력 모델이다. 글로벌 누적 판매량만 1600만대에 달한다. 임팔라는 세단 시장에서 부진했던 한국GM의 마지막 보루였다.

8월 11일 열린 임팔라 출시 행사에서 세르지오 호샤 한국GM 사장은 “임팔라는 지난 2004년 이래 미국서 가장 많이 팔린 대형 승용차”라며 “그랜저 등 경쟁 차종보다 개성 있는 디자인과 기술력으로 한국 세단 시장을 선도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출시 후 세달 가량이 지난 12월, 호샤 사장의 선언은 공수표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임팔라 판매량이 줄어드는 동안 그랜저 판매량은 뛰었다.

11월 한 달 간 임팔라는 839대가 팔렸다. 판매량이 10월 대비 44% 급감했다. 한국GM 트랙스와 크루즈보다 부진했다.

반면 같은 기간 그랜저는 전월 대비 19.7% 늘어난 8180대가 판매됐다. 또 다른 경쟁차종인 K7도 전월 보다 18.1% 성장한 2092대가 팔렸다.

업계 관계자는 “임팔라는 수입차다. 출시 초반 미국차 다운 큰 차체와 각진 디자인으로 소비자 관심을 끌었다”며 “하지만 현대·기아차 세단은 긴 역사를 자랑한다. 고객 충성도가 한국GM보다 월등하다. 수입차가 장기 레이스에서 그랜저와 K7 등을 꺾기 어려운 이유”라고 밝혔다.

◇ 국산차와 수입차 사이 놓인 ‘샌드위치 가격’

한국GM이 내세웠던 임팔라의 강점은 가격이다. 한국 소비자 입맛에 맞는 다양한 옵션들을 추가했음에도 출시가격을 저렴하게 책정했다는 게 한국GM 설명이다.

임팔라 국내 출시가격은 2.5 가솔린 모델이 3363만~3797만원, 3.6 가솔린 모델이 4136만원이다.

경쟁 모델인 그랜저는 2933만~3758만원, K7은 2924만~3902만원이다. 르노삼성 SM7 노바는 2992만~3819만원이다.

차체 크기와 옵션 등을 고려해야겠지만 절대가격 측면에서 임팔라가 다소 높다.

특히 3.6 가솔린 모델 가격은 4000만원을 상회해, 한 단계 윗급인 제네시스(4565만~7035만원) 최저 사양모델에 버금간다.

4000만원대 수입차 중에서는 폴크스바겐 CC(4526만~5180만원), 닛산 맥시마(4370만원), 렉서스 IS(4440만~5670만원), 혼다 어코드(3490만~4190만원), BMW 3시리즈(4600만~5840만원)가 있다.

즉, 가격 대비 성능(가성비)을 따졌을 때 임팔라 출시가가 저렴할 수 있지만 3000만원 중반에서 4000만원 초반으로 넘어가는 가격대에 경쟁차종이 즐비했다.

구상 국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임팔라는 미국에서는 국민차다. 디자인이나 성능 면에서 잘 만들어진 차”라며 “하지만 국내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이 아쉽다. 임팔라 최상위급 모델을 구매할 수 있는 경제력이라면 한 단계 더 위의 차량을 선택할 가능성도 높다”고 밝혔다.

◇ 애타는 한국GM..부족한 임팔라 공급량


8월 11일 열린 임팔라 출시 행사에 참석한 세르지오 호샤 한국GM 사장. / 사진=박성의 기자

 

임팔라 출시 행사 당시 호샤 한국GM 사장은 임팔라 수요를 공급이 따라갈 수 있겠냐는 질문에 “알페온보다 3~4배 더 팔릴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며 “이미 본사와 협의를 끝냈고 충분히 준비하고 있다”며 밝혔다

11월, 호샤 사장의 말은 물거품이 됐다. 임팔라 공급량은 충분하지 못했다. 질주하던 임팔라에 제동이 걸린 가장 큰 이유다.

임팔라가 출시 초반 당초 목표치인 월간 1000대 판매량을 가볍게 경신하자, 한국GM은 본사에 임팔라 수입물량을 늘려 달라 요구했다. 하지만 본사 측 답변이 지지부진했다.

그 사이 임팔라 인도 기간은 3~5개월까지 길어졌다. 12월 기준 임팔라를 계약하면 내년 2월이 넘어서야 차를 받을 수 있다.

현대·기아차 등이 개별소비세 인하효과로 수요가 늘 것을 예상, 수출물량을 내수로 돌린 것과는 상이한 모습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당장 차를 몰아야 하는 고객들이 임팔라를 외면하고 있다.

한국GM은 꺼져가는 임팔라 불씨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호샤 사장과 실무진이 GM본사와 매일 같이 접촉하며, 물량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국GM 관계자는 “임팔라 공급에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11월 판매량이 저조했던 이유도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했던 이유가 컸다”며 “한국GM 경영진과 실무진이 나서 본사와 협의를 계속해나가고 있다. 조만간 공급물량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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