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규준 통한 자율감독 후 법령 규제로"

 

국내 금융그룹 가운데 모자형 금융그룹과 기업집단 금융그룹에 대한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재연 한국금융연구원 박사는 25일 '금융그룹 감독 개선 방안' 세미나에서 "금융그룹 감독 측면에서 금융지주사 그룹과 기타 금융그룹 간 규제차이가 현격히 크다"며 "모·자회사형 금융전업그룹의 일부와 계열금융 그룹의 경우 자본 적정성 규제에 있어 연결감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금융지주회사 그룹 이외의 금융그룹에 대해서는 그룹 전체에 대한 통합리스크 관리체계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박사는 이어 "현재 금융그룹 리스크에 대한 감독 수단이 미비하다"며 "국내 금융그룹화는 진전되고 있으나 금융감독 체계는 개별 금융회사 중심으로 이뤄짐에 따라 금융그룹을 규제·감독하는데 효과적이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 박사에 따르면 금융 그룹은 금융지주회사 그룹과 모자형 금융그룹, 기업집단 금융그룹 등 3개로 구분된다. 그는 특히 모자형 금융그룹과 기업집단 금융그룹에 대한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홍민영 김&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도 "금융지주회사 그룹을 제외한 나머지 금융그룹에대한 그룹 차원의 통합규제 근거 공백이 있다"며 "특히 기업집단 그룹의 경우 주로 공정거래법에 의해 규제되고 있으나 규제의 초점이 주로 경제력 집중 방지 및 불공정 거래행위 규제에 맞춰져 있어 금융그룹에 대한 규제 목적과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

토론자로 참여한 김상조 한성대학교 교수도 "현재는 금융지주회사 그룹, 모자형 금융그룹, 재벌집단 금융그룹 등 3가지 조직형태에 대한 규제 차이가 크다. 지주회사 규제는 강하고 재벌 금융사 규제는 약하다. 이렇게 되면 규제가 강한 쪽이 약한 쪽을 따라가게 된다"고 밝혔다.

이재연 박사는 금융그룹 내 회사간 상호관련성으로 자기자본 과대평가, 고객자금의 자회사 지원 유인, 이해상충행위 적발 곤란, 특정 금융사로 위험 집중 등 다양한 리스크가 존재한다고 밝혔다.

이에 이 박사는 금융그룹 감독 방식으로 단계적 감독체계 구축을 제시했다. 모범규준을 통해 금융그룹 자율감독을 유도한 후 법령을 통해 규제하자는 것.

그는 "우선 모범규준을 통해 금융그룹 자율 감독 유도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며 "금융그룹의 자율감독 수준이 성숙돼 제도 수용도가 높아지게 되면 법령을 통해 그룹 전체에 적용되는 건전성 감독규제 체제를 도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이 박사는 금융그룹 선정기준의 하나로 그룹내 금융자산 5조원 이상, 그룹내 금융자산 비중 40% 이상 기준안을 소개했다.

이 경우 모자형 금융전업그룹에는 우리·산은·기은·교보·미래에셋 등 5개 금융그룹이 포함된다. 기업집단 계열 금융그룹에는 삼성·한화·동부·태광·현대 금융그룹 등이 속한다.

이에 토론자들은 최대한 많은 금융그룹을 포함하도록 선정 기준을 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강경훈 동국대학교 교수는 "금융그룹 선정 범위는 포괄적으로 정해야 한다"며 "금융이 발전할 수록 중복 규제는 불가피하다. 다만 기업에게 최대한 부담이 가지 않도록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조 교수도 "금융회사를 지배하는 비금융 회사, 금융회사가 지배하는 비금융 자회사 등도 감독해야 한다. 삼성생명을 지배하는 삼성물산 그리고 삼성전자를 감독하는 것이다"며 "이 문제에 대한 판단 기준을 정하는 게 중요하다. 금융회사의 바로 위, 아래 있는 회사들은 감독당국 대상에 들어오도록 명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은행 지주회사와 비은행 금융그룹을 함께 규제하는 것에 대한 반대 의견도 나왔다.

이승준 보험연구원 박사는 "은행 지주회사와 비은행 금융그룹은 사업 모형이 다르다. 이에 따라 리스크도 다르다"며 "사업 모형이 다른 두 집단을 같이 규제할 순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비은행 금융회사에 대해 이미 강력하고 중첩된 규제가 존재한다"며 "새로운 규제를 도입할 때는 규제 편익과 비용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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