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24일 국무회의 발언은 충격적이었다. 박 대통령은 지난 14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투쟁대회'를 폭력집회로 규정하며 "대한민국의 법치를 부정하고 정부를 무력화시키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이어 "테러단체들이 불법시위에 섞여 들어와 국민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며 시위대를 테러집단 이슬람국가(IS)에 비유하기도 했다. 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수배 중인 민주노총 위원장에 대해선 "종교단체에 은신한채 공권력을 우롱하고 있다"며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물론 도심 집회에서 쇠파이프를 휘두르고 폭력을 행사한 것은 명백한 불법 행위다. 법치를 중시하는 대통령은 얼마든지 불법 행위에 엄정 대처하라고 주문할 수 있다. 예정에 없던 국무회의를 소집해 국무위원들에게 처리 방향을 지시한 것도 대통령의 권한이다.
그러나 대통령의 눈이 지나치게 한 쪽만을 향하고 있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다. 박 대통령은 시위대의 폭력을 봤을뿐, 공권력의 폭력을 외면했다. 물대포에 쓰러져 열흘 넘게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피해자'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쇠파이프를 휘둘렀다고 해서, 경찰 버스를 밧줄로 엮어 파손했다고 해서 공권력이 그에게 또 다른 폭력을 행사하는 것을 정당화할 수 없다. 국민이 위임한 공권력은 반드시 법에 따라 행사돼야 한다.
대통령은 '보이지 않는 폭력'에도 외면했다. 비 내리는 토요일에 왜 국민 10만여명이 서울 도심에 모였을까. 그들은 왜 쇠파이프를 들고, 왜 청와대로 행진하려 했는가. 그들은 '보이지 않는 폭력'에 시달려 거리로 뛰쳐나왔다. 그들은 해고자들이 가정을 잃고 목숨을 끊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나도 저렇게 되지 않을까' 불안감에 휩싸인 노동자들이었다. 물가가 2~3배 오르는 동안 제자리인 쌀값에 분노한 농민들이었다. 일할 곳이 없어 장래에 대한 불안감에 휩싸인 청년들이었다. 그들에게 가해진 '보이지 않는 폭력'은 어쩌면 물리적 폭력보다 더한 고통을 가져왔을 수 있다.
한 쪽만 바라보는 '외눈박이' 대통령은 성공할 수 없다. 대통령은 지지자들만의 지도자가 아니다. 모든 국민을 아우르고 그들의 아픔을 달랠 수 있는 포용력이 필요한 자리다. 공권력에 의해 사경을 헤매고 있는 국민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넸다면 어땠을까. 시위대가 쇠파이프를 든 이유를 들어볼 관용을 보였다면 어땠을까. 아쉬운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