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담회‧골프약속 취소하며 몸가짐 조심…인사발표 하루 전 대면 통보
인사철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각 그룹사 임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직장인의 꽃’이라고 불리는 임원이지만 1년마다 돌아오는 인사철 앞에서는 여느 계약직 직원과 다를 것 없이 가슴을 졸이는 모습이다.
업계에 따르면 LG그룹을 시작으로 삼성‧SK‧현대차 그룹의 사장 및 임원 인사가 단행될 예정이다.
각 사별로 구체적인 인사 폭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으나 몇몇 그룹의 경우 예년보다 큰 폭으로 인사가 단행될 것이란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 해당 그룹사 임원들은 더욱 불안에 떠는 눈치다.
임원중 20~30% 감축 이야기가 나오는 삼성전자의 경우 전체적으로 살얼음판 같은 분위기다. 한 삼성전자 관계자는 “매달 하는 임원과 직원들의 간담회도 이번 달엔 분위기를 고려해 취소됐다”며 “일반 사원들과 달리 임원들은 연말을 앞두고 살얼음판 분위기”라고 말했다.
인사를 한 달 앞둔 임원들의 심리는 일반 계약직 직원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른 것이 있다면 자신의 성과를 내세우기보단 자중하는 분위기가 더 강하다는 것이다. 심지어 ‘잘 나간다’ 등과 같은 긍정적인 소문이나 이야기가 돌지 않도록 극도로 경계하는 분위기다.
익명을 요구한 LG계열사 한 임원은 “튀려고 하거나 자기 성과를 알리려고 할수록 적들을 들게 되고 오히려 눈 밖에 날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임원을 평가하는 이들이 조직 생활 경험이 많은 이들이라는 점은 임원들로 하여금 자신의 성과를 과시하지 않게 한다.
SK계열의 한 임원은 “임원을 평가하는 이들은 주로 부사장 급 이상”이라며 “회사생활 오래하고 산전수전 다 겪은 사람들의 눈엔 갑자기 열심히 하는 모습이나 소문을 내고 튀려 하는 의도가 다 보이는 법”이라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임원들은 연말이 오면 자신의 이야기가 아예 나오지 않도록 불필요한 술 약속은 자제하고 심지어 골프약속도 잘 잡지 않는다. 아이러니하게도 임원이 되면 입사 당시 신입사원 때처럼 몸가짐을 조심하게 되는 것이다.
임원들의 재계약 통보 방식은 모든 그룹사가 거의 동일하다. 인사 하루 전날 인사팀이나 부서장으로부터 연락이 간다. 한 주요 그룹사 임원은 “인사철에 차나 한잔 하자고 연락이 오면 올 것이 온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인사팀의 모든 연락이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한 삼성 계열사 임원은 “인사팀이나 부서장이 ‘내일 양복입고 출근하라’고 하면 승진을, 그냥 보자고 하면 계약해지 대상자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주요 10대 기업 임원들 사이에선 임원들에 대한 1년 단위의 평가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사업부 별로 성과를 내는 방식이 다르고 조직 분위기도 우려된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재계 10대 기업의 한 임원은 “사업부 별로 업무 성격이 다른데 무조건 계약 때문에 1년마다 평가를 하는 방식은 문제가 있다”며 “사업 단위별로 다르게 평가하는 방식이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인사를 앞두고 대부분의 임원들은 마음을 졸이지만, 이와 다른 마음가짐으로 일을 하는 이들도 있다. 삼성 계열사의 한 임원은 “난 연말이 와도 골프 약속이나 술 약속도 다 잡고 하던 대로 한다”며 “해봤자 1년 더 하는 것 아니겠나”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