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7개사 중 대기업 18개사...부채액 중 71.7% 몰려
국내 2000대 기업 117개사는 부채비율이 200%를 넘고, 영업 손실(적자) 및 당기 순손실까지 기록해 심각 단계의 경영 위기에 처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또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이 IMF 외환위기 직전인 1996년보다 더 약화됐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기업분석 전문업체 한국CXO연구소는 '2014년 국내 2000대 기업 위험 기업 현황 분석'을 통해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18일 밝혔다. 조사 대상은 사업보고서를 제출하는 상사장 및 비상장사 매출 기준이며 금융업은 제외됐다.
조사 결과 지난해 부채비율이 200%를 넘은 기업은 295개사(14.8%)였다. CXO연구소는 선진국의 경우 보편적으로 제조업 등의 부채비율이 200% 이하가 돼야 재무구조가 건전한 것으로 평가한다고 부연했다.
295개사 중 부채비율 200~300% 사이인 기업 수는 108개사였다. 300%대 기업은 56개사, 400%를 넘는 고위험 기업도 93개사나 됐다. 자본 잠식 기업도 38개사로 조사됐다. 295개사의 부채 총액은 270조원인 반면 자본 총액은 70조 원에 그쳐 평균 부채비율이 384%나 됐다.
기업들의 지난해 매출 총액은 315조원이었다. 이는 2000대 기업 전체 매출액 1603조원의 19.7%였다. 직원 수는 21만 6907명으로 2000대 기업 직원 160만3548명의 13.5%였다. 매출 규모별로 보면 5000억원 이상 대기업이 76개사, 2000~5000억원 사이 중견기업이 39개사였다. 1000억원 이하 중소기업은 180개사였다.
업종별로는 건설업이 45개사로 가장 많았다. 전자업체는 41개사로 그 뒤를 따랐다. 이어 무역·유통업(28개사), 기계(23개사), 자동차(17개사), 전기·철강(각 14개사), 화학(13개사), 해운·항공(9개사) 등의 순이었다.
또 2000대 기업 중 494개사(24.7%)가 지난해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616개사는 영업 이익을 올렸지만 당기 순손실을 기록했다.
2000대 기업 중 부채비율이 200% 이상, 영업 손실, 당기 순손실 세 가지 악재를 모두 기록한 기업은 117개사로 조사됐다. 이들 117개사의 매출 총액은 78조원 규모로 2000대 기업 매출 총액의 4.9% 수준이었다.
영업 적자액 규모는 3조4839억원, 당기 손실액은 8조3053억원이었다. 이들 기업들 직원수는 4만7290명으로 2000대 기업 직원의 2.9%를 기록했다. 이들 기업 부채 총액은 53조3944억원, 자본 총액은 10조490억원으로 평균 부채비율은 508%에 달했다.
117개사를 매출별로 분류하면 5000억원 이상 대기업 18개사였다. 특히 부채 금액 중 71.7%인 38조원을 이들 대기업이 안고 있었다. 2000~5000억원 중견기업 15개사로 파악됐다. 매출 1000억원 이하 중소기업은 84개사였다. 업종별로 보면 건설업이 22개사. 전자 17개사, 기계 11개사, 무역·유통업 및 철강 각각 7개사, 화학 6개사, 자동차 4개사였다.
CXO연구소는 국내 상장사 부채비율이 2012년 145.0%를 기록한 이후 매년 높아져 올해 반기보고서 기준으로 176.2%를 기록했다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의 176.9%에 근접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해 상장사 중 영업손실과 당기 손실을 기록한 기업이 각각 전체의 23.8%와 28.4%라며 IMF 외환위기 직전이던 1996년의 10.5%와 18.6%보다 크게 높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업 경쟁력이 크게 약화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CXO연구소는 기업 경쟁력 약화가 지속되면 기업의 자력 생존 가능성이 희박해진다고 했다. 외부 금융 자금 수혈로도 살아나지 않을 경우 국가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악순환 고리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오일선 CXO연구소 소장은 "더 큰 위기를 막기 위해 경쟁력을 상실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선제적 매각 및 합병 작업, 구조조정 등을 실시하는 것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부채 규모와 기업 부실 등을 감안할 때 국내 경제에 미칠 파급력은 대기업이 더 크다"며 "중소기업보다는 대기업에 대한 구조조정 방안에 대해 명확한 원칙과 기준을 갖고 실시해야만 가시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