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업계 구조조정 목소리 높여

석유화학·철강 업체들이 업황악화로 공장 가동을 미루고 있다. 사진은 동국제강 브라질CSP제철소 / 사진=동국제강

제조업 근간이 되는 석유화학·철강 업체들이 공장 가동을 멈추고 있다. 글로벌 공급과잉과 수요 감소로 업황이 악화되자 전원을 끈 것이다. 위기가 극에 달하자 정부와 업계에서는 구조조정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일반적으로 제조업체들은 업황이 악화되더라도 생산을 유지하려 한다. 공장이 멈추더라도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지대를 내야 하고 공장 임대를 위해 빌린 돈과 이자를 갚아야 한다. 인건비, 보험료, 감가상각비 등 생산과 별개로 고정 비용이 든다. 또 시장을 경쟁 상대에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라인을 가동한다.

하지만 생산을 멈추는 석유화학·철강 업체들이 생겨나고 있다. 한화케미칼과 대림산업이 50대 50 지분을 나눠 가지며 합작한 여천NCC가 지난 3일 생산을 중단했다. 여천NCC 측은 프로필렌 마진 악화로 수익성이 현저히 낮아졌다고 밝혔다.

여천NCC는 프로필렌 생산설비를 늘리기 위해 2013년부터 지난 8월까지 총 810억원을 투자했다. 석유화학 기초원료로 사용처가 다양한 프로필렌은 2013년 계획 당시와는 달리 공급과잉 상태에 이르렀다. 수익성을 보고 중국과 국내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증설한 것이다. 수익 지표인 프로필렌-납사 스프레드(제품-원료 가격 차이)는 지난해 톤당 평균 400달러대였지만 최근 113달러로 크게 줄었다.

SK케미칼 자회사 SK유화 고순도테레프탈산(PTA) 공장도 지난 7월 이후 가동 중단 상태다. PTA도 공급과잉이 문제였다. 합성섬유와 페트(PET)병 등을 만드는데 사용하는 PTA(고순도 테레프탈산)는 2012년 중국의 급격한 증설로 생산량이 늘었다. 업계에서는 공급과잉 규모가 지난해 268만톤, 올해 상반기 127만톤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철강 쪽도 상황이 좋지 않다. 동국제강은 브라질CSP제철소 고로 화입 시점을 2016년 2분기로 미뤘다고 4일 밝혔다. 브라질CSP제철소는 후판 반제품인 슬래브를 공급할 목적으로 동국제강이 7억3000만달러(약8000억원)를 들여 10년 이상 추진해온 중요사업이다.

동국제강은 내년 상반기에 브라질CSP제철소를 가동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중국산 후판 공급량이 늘면서 후판 가격 하락이 하락했다. 후판 가격은 올해 상반기 톤당 63만2494원으로 2013년 76만5800원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동국제강 상반기 후판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723억원 감소했다.

철강업계 위기는 지난해부터 이어졌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12월 포항에 위치한 75톤 규모의 전기로와 철근라인을 폐쇄했다. 건설 경기 침체와 더불어 중국산 저가 철근 유입으로 채산성이 떨어진 것이다. 지난해 중국산 철강재 수입량은 2013년보다 35% 증가한 1341만톤에 달했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산 철근은 국내산 철근보다 톤당 평균 10만원에서 15만원 가량 싸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와 업계를 중심으로 구조조정에 대한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난 8월에는 석유화학업체들이 민간협의체를 구성하고 자발적 사업 재편 논의에 착수한 바 있다. 같은 달 철강업계도 공급 과잉 해소와 경쟁력 강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17년만에 머리를 맞댔다.

정부는 원샷법(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 기촉법(기업구조조정 촉진법)의 상시화를 통해 산업 구조조정을 촉진 시키려 하고 있다. 또 은행권을 통해 신용위험평가를 실시하고 이를 근거로 강도 높은 산업 구조조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업계관계자는 “중국은 국가 주도로 철강,석유화학 등 제조업 전반에 대해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며 “국내 제조업 위기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빠르게 구조조정에 나설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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