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개혁연대가 국민연금공단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과 관련해 "본질적 문제에 침묵하며 삼성 측이 제시한 합병의 효과 내지 향후 예상되는 시너지만을 평가했다"며 "능력이 부족하거나 다른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경제개혁연대는 2일 발표한 '삼성물산 합병 건에 대한 국민연금 의결권행사의 문제점'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밝히며 "국민의 연금이 아닌 '삼성연금'이라는 오명을 벗고 연금 가입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선 국민연금 기금운용체계에 대한 대대적인 개편작업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주장했다.
경제개혁연대는 국민연금 개혁방안으로 의결권 행사와 관련해 기금운용본부와 주식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 간의 권한 관계가 명확히 규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지난 7월 삼성물산 합병 건과 관련해 전문위에 안건을 상정하지 않고 본부 내 투자위원회의 자체 판단으로 찬성입장을 최종 결정한 바 있다. 이에 전문위는 기금운용본부가 재량권 범위를 일탈한 위법이 있었다며 아쉬움을 표한 바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투자위가 전문위를 배제한 것은 지난 10년 동안 확립된 관행에 어긋나고, 불과 한 달 전의 SK 합병 건에 대한 절차와도 전혀 다르다"고 지적했다.
또 합병 성사 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주가의 폭락으로 기금이 8779억원 가량의 손실을 입었다며 "국민연금이 삼성물산 합병에 대해 지나치게 긍정적으로 평가해 부정적 효과는 전혀 고려하지 않아 기금손실을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합병비율의 불공정성 여부와 시너지 효과 여부가 가장 중요한 판단요소이었다"며 "그러나 투자위는 장기적 성장가능성, 그것도 바이오 부문이라는 일부 사업영역을 지나치게 과장해 의사결정의 근거로 삼은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합병 찬성 결정은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 CGS(기업지배구조원) 등 국내외의 모든 의안분석기관들이 합병비율 불공정성을 이유로 반대를 권고한 것과 정반대의 결정이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금운용본부는 의사결정의 이유나 구체적인 근거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추락한 국민연금의 신뢰회복을 위한 첫걸음으로 기금운용본부는 의사결정을 내린 이유와 구체적인 근거를 국민들에게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기금본부장과 이재용 미팅건과 관련,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이 주총 직전에 삼성물산 경영진이 아닌 합병의 최대 수혜자인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 미래전략실 임원과 비밀리에 면담했고, 3일 후 투자위는 전문위를 배제한 후 합병에 찬성하기로 결정했다"며 "부적절한 처신이 논란이 된다"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국민연금은 삼성 측에 합병비율에 대한 문제제기 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소홀히 했다. 결국 국민의 연금재산을 재벌 경영권 승계를 위해 오용했다는 비판을 받는 등 수탁자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못해다"고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국민연금의 기관투자자로서의 역할이 보다 강화돼야 한다"며 "기관투자자들의 행위준칙인 '한국판 스튜어드십 코드(의결권 행사시 기관투자자 행동 강령)'가 조속히 제정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