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나도 융자 받아 가게 열어...경쟁 과다로 ‘서로 죽이기’ -융자 위주의 자영업자 지원정책, 오히려 자영업자 몰락에 일조

자료=국회 예산정책처 제공

정부의 자영업자 늘리기 위주의 지원 정책이 오히려 자영업자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근 국회 예산정책처가 내놓은 ‘자영업자 지원사업 평가’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한국의 자영업자는 562만1000명이다. 이는 취업자 가운데 21.5%에 해당하는 수치다.

한국의 자영영업자와 비임금근로자 비중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들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OECD 회원국들의 평균 자영업자와 비임금근로자 비중은 2012년 기준 각각 15.4%와 16.1%로 조사됐다. 이에 비해 한국의 자영업자 비중은 23.2%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회원국 가운데 5위에 해당한다. 비임금근로자 비중도 28.2%로 4위다.

예산정책처 관계자는 “한국의 높은 자영업자 및 비임금근로자 비중은 서로간의 경쟁과다로 인한 생존율 저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우리 자영업자의 창업 5년 후 생존율은 30.2%에 불과했다. 이는 OECD 국가들 중에서도 낮은 수준이다. 또 자영업자 월 매출은 2010년 약 990만원에서 2013년 877만원 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전통시장 점포당 매출액도 2005년 1억3700만원에서 지난해에는 1억원으로 감소했다.

자영업자 가구당 부채는 2010년 평균 7132만원에서 지난해에는 8995만원으로 늘어났다. 이는 상용 근로자 가구에 비해 1.44배 가량 높은 수준이다.

정부는 이런 어려움을 해결하고자 자영업자 지원 관련 사업을 매년 시행하고 있다. 자영업자 지원 관련 사업은 중소기업청·고용노동부·보건복지부·국가보훈처 등 4개 부처에서 시행하고 있다. 올해 예산안과 기금운용계획안에는 25개 세부사업에 대해 2조6616억원이 편성됐다.

문제는 정부의 자영업자 지원 정책이 자영업자 비중을 늘리기만 할 뿐 경쟁력 확보에는 별로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다.

정부 지원 정책 대부분은 융자 사업이다. 자영업자에 대한 융자 사업은 대상자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사업의 초기 정착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행된다.

하지만 현재 자영업자 간 경쟁 심화에 따른 경쟁력 약화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창업 지원을 위한 융자는 기존 자영업자를 더욱 어렵게 만들 여지가 크다.

중소기업연구원 관계자는 “지금까지 자영업자에 대한 금융지원은 별도 평가 시스템에 의한 선별 과정 없이 사업자가 제출한 사업보고서만을 근거로 선착순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있었다”며 “이 때문에 경쟁력 없는 소상공인의 이자 비용 절감 수단으로 자금이 활용되는 일이 잦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소상공인시장진흥기금의 취약한 재원조달 구조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기금 대부분은 공공자금관리기금으로부터의 예수금이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국가 부채에 대한 보다 엄격한 관리가 이뤄질 경우, 안정적인 재원 확보가 어려울 수 있다. 또 차입을 통한 재원조달은 향후 원금 상환문제가 상존하기 때문에 경상지출 보다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낮은 융자사업 중심으로 사업을 구성할 수 밖에 없다.

예산정책처 관계자는 “정부의 자영업자 지원을 위한 대부분 사업이 여전히 융자사업 위주로 구성돼 있다”며 “지원방식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는 자영업 진입자에 대해 경쟁이 상대적으로 덜한 업종이나 유망 업종으로 유도하는 등 자영업 경쟁 과다 방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경쟁력을 상실한 자영업자를 위해서는 신기술 유망 업종으로의 변경이나 자영업 퇴출 프로그램을 통한 임금 근로자로의 전환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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