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판매량 1634대...공급 부족에 차량 인도까지 4~5개월 소요
한국GM 임팔라가 그랜저에 던진 야심찬 출사표가 공수표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출시초반 뜨거운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며 준대형 시장에서 그랜저 판매량을 뺏어오지 못하고 있다. 차량 대기 기간이 4개월 이상 지연되자 일선 판매원들이 고객 유치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임팔라는 한국GM이 미국 디트로이트 햄트래믹 공장에서 완성차 형태로 도입해 판매하는 수입차로, 지난 8월 국내에 공식 출시됐다. 임팔라는 글로벌 누적 판매량은 1600만대를 넘긴 GM의 베스트셀링카다. 출시 당시 한국 준대형 세단 시장에서 그랜저 아성을 넘어 선전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렸다.
지난 8월 11일 열린 임팔라 출시 행사에서 세르지오 호샤 한국GM 사장은 “임팔라는 지난 2004년 이래 미국서 가장 많이 팔리는 대형 승용차로 58년 역사와 전통을 계승한 모델”이라며 “경쟁 차종보다 개성 있는 디자인과 기술력으로 세단 시장을 선도할 것”이라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당시 호샤 사장은 임팔라 수요를 공급이 따라갈 수 있겠냐는 질문에 “알페온보다 3~4배 더 팔릴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며 “이미 본사와 협의를 끝냈고 충분히 준비하고 있다”며 밝혔다
하지만 우려는 현실이 되고 있다. 임팔라는 구매 예약 대수가 1만대를 넘기며 선전하고 있지만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며 차량 인도까지 대기 기간이 4~5개월로 지연되고 있다.
그 사이 주춤했던 그랜저 판매량은 오히려 반등했다. 임팔라가 출시된 지난 8월 그랜저 판매량은 6062대로 7월 판매량(7044대) 보다 13.9% 떨어진 상태였다. 하지만 9월 6273대(전체 8위)로 판매량이 소폭 올랐다. 같은 기간 임팔라는 1634대를 판매하며 9월 전체 판매량 23위를 기록했다.
그랜저 판매량이 늘어난 것은 9월 개별소비세 인하 등 영향으로 국내 자동차 수요가 전체적으로 증가한 영향이 크지만 일각에선 임팔라가 체감 인기를 실적으로 충분히 반영해 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임팔라가 기아차 K7 등을 누른 것은 고무적이지만 물량이 제대로 준비됐다면 판매 2000대 돌파도 가능했을 것”이라며 “신차 효과는 오래가지 못한다. 한국GM 본사가 획기적으로 물량을 늘리지 않으면 수요는 언제든 꺾일 수 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임팔라 물량 부족에 따른 어려움은 판매 일선 딜러들이 체감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소재 한국GM 대리점 딜러는 “출시 초반 매장을 찾는 고객의 80%가 임팔라 구매를 원하는 고객이었다”며 “요즘은 임팔라를 팔고 싶어도 못 판다. 고객이 차량 인도 시점을 물으면 난감한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에 한국GM은 차량 인도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세르지오 호샤 사장과 마크 코모 부사장 등이 GM 본사와의 컨퍼런스콜 등을 통해 추가 물량을 요청한 상태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GM은 임팔라 수요가 유지된다면 부평2공장을 활용한 국내 생산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GM 노사는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에서 임팔라 판매가 호조를 보일 경우 국내 생산을 추진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