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적거리긴 한데 ‘실속’은 없어 보여 -명품 없고 할인율도 낮아...기존 세일 행사와 큰 차이 없어

4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블랙프라이데이 행사 이후 첫 주말을 맞아 손님들로 백화점이 붐비고 있다 / 사진=김지영 기자

4일 오전 10시 경 서울 을지로입구역에 내린 사람들의 발길이 한 곳으로 이어졌다. 소공동에 위치한 롯데백화점 본점으로 가는 사람들이다. 이곳에선 지난 1일부터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행사가 열리고 있다.

블랙프라이데이가 시작하고 첫 번째 주말을 맞아 현장을 직접 둘러봤다. 겉으로 보기엔 꽤 흥행이 되는 듯 했다. 지하철에서 롯데백화점 본점으로 이어지는 길엔 평소보다 많은 사람 눈에 띄었다.

백화점 입구 근처 카페들은 개장을 기다리며 커피 등 음료수를 사람들로 가득했다. 쇼핑을 나온 한 모녀는 “세일을 한다고 해서 구경 왔다”며 “저렴한 상품이 있으면 구매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10시 30분 개장 시간에 맞춰 자리를 지키던 사람들이 밀물처럼 백화점 안으로 들어갔다.

◇유커(중국인 여행객)와 여성 고객 붐비는 1, 2층과 행사장

“메이크업 서비스 받아보고 가세요.” “사이즈 맞으면 신어보세요.”

1층 화장품, 여성 잡화 코너에는 직원들이 손님을 불러 모으고 있었다. 낮은 단상에 올라 무선 마이크를 사용하는 직원도 보였다.

화장품 코너에 앉아 상담을 받는 사람들 옆에는 대부분 커다란 쇼핑백이 놓여 있었다. 면세점과 블랙프라이데이 행사장에 들른 중국 유커들이다. 커다란 캐리어 가방을 끌고 온 이도 눈에 띄었다. A 화장품 브랜드 매장 직원은 “유커들은 상품을 큰 고민없이 산다”며 “화장품 한 라인 전체를 사거나 같은 상품을 여러 세트씩 구매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9층에 마련된 행사장은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행사 첫날은 주로 여성 핸드백, 구두, 아웃도어 이월 상품 할인 행사를 했다. 여성 구두 판매 직원은 “20분만에 점심식사를 하고 왔다”며 “고객을 다 응대하지 못할 지경”이라고 설명했다.

지하1층과 2, 3층이 유커와 여성 고객으로 붐비는 반면 남성 정장 유아 브랜드 등엔 손님이 뜸했다. 아웃도어나 스포츠용품 브랜드가 위치한 층도 마찬가지였다. N 스포츠 용품 판매 직원은 “세일을 하는 상품은 주로 행사장에 따로 빼 놓아서 그런지 실제 매장에는 손님이 많지 않다”고 밝혔다.

◇ 가격표만 ‘만지작 만지작’

“39만8000원입니다.” “세일해서요?” “네, 할인된 가격이예요, 고객님.”

쇼핑을 나온 한 여성은 핸드백을 만지작거리기만 했다. 가격을 듣고 선뜻 지갑을 열지 못하는 눈치였다.

실제로 대부분의 세일 상품은 매장 앞에 적힌 가격 보다 비쌌다. 20~30만원대을 호가하는 핸드백을 앞에 두고 한 여성은 “도대체 세일한다는 11만원짜리는 뭐예요?”라고 되묻기도 했다. 직원은 곤혹스러운 듯 작은 손지갑을 가리켰다.

백화점이라기 보다는 시장통을 방불케 하는 세일 현장이지만 가격을 되묻는 고객이 의외로 많았다. 아웃도어 매장에선 한 가족이 아버지 외투를 고르고 있었다. 여러 벌을 입어 보고 색상을 비교해 보다 이내 내려놓았다. 그냥 하나 사라는 딸과 약간의 실랑이를 벌이다 매장을 나섰다. 그는 생각했던 가격과 맞지 않는다고 했다. “편하게 입을 옷을 살까 했는데 이 가격이면 편하게 못 입을 것 같다”며 쓴 웃음을 지었다.

어깨띠를 두른 안내 요원에게 할인 매장을 따로 묻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중국어와 한국어 통역 서비스를 맡고 있는 안내 요원은 “매장별로 세일하는 상품이나 할인 폭이 다르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설명드리기가 어렵다”며 “이 점을 꼬치꼬치 묻거나 따지는 분들도 간혹 있다”고 말했다.

외국에서 블랙프라이데이 쇼핑을 가본 적이 있다는 김아무개씨는 “명품도 세일하고 그래야 하는데 원래 세일하던 브랜드들만 이월상품 처리하는 거라 별로 사고 싶은 게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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