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철근시장 진출에 철강업체들, 시장 잠식될까 우려
불황에 민감해진 철강업체들이 철근 시장을 둘러싸고 대립 각을 세우고 있다.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이 주도하는 철근시장에 포스코가 발을 담근 게 발단이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6월 준공한 베트남 봉형강 공장(POSCO SS VINA)에서 생산하는 H형강과 철근 등 봉형강 제품 연간 10만톤 가량을 한국으로 들여오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16일에는 베트남에서 생산한 H형강 및 ㄱ형강과 철근에 대해 KS인증을 받아 포스코의 국내 철근시장 진출이 가시화 됐다.
포스코의 행보는 국내 건설 경기 회복과 무관치 않다. 한국철강협회 8월 보고서에 따르면 철근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철근 재고량이 7월 기준 15만톤으로 전월 20만톤보다 5만톤 감소했다. 연간 철근 수요량도 2012년 926만6000톤, 2013년 928만7000톤, 2014년 976만5000톤으로 꾸준히 늘었다.
중국산 H형강 반덤핑 관세도 요인 중 하나다. 반덤핑 관세로 인해 중국산 H형강 수입이 감소하거나 중국산 철강 가격이 오르면 시장 진출이 용이하다. 정부는 중국산 H형강에 대해 7월 30일부터 향후 5년 간 28.23~32.72%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실제 8월 중국산 H형강 수입량은 4만4000톤으로 전월 대비 66.2%로 감소했고 지난해 대비 25.1% 줄었다.
포스코는 봉형강 시장 진출과 관련해 고객사 요청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고객사들이 기존에 구매하던 후판에 더해 봉형강 제품을 패키지로 사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포스코는 새로운 수요처를 확보하게 됐고 건설사는 패키지로 구매해 균일한 품질의 제품을 안정적으로 수급할 수 있게 됐다.
포스코 관계자는 “실제 국내에 유입되는 봉형강량은 국내 시장 1% 정도로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수준은 아니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기존 철근 생산 업체들은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지난 22일 업계에 따르면 동국제강, 현대제철 등 국내 6개 제강사 관계자들이 산업통상자원부 철강화학과를 찾아 포스코의 철근 수입에 우려를 표했다.
업계 관계자는 “가뜩이나 값싼 중국산 철근 유입으로 힘든 상황인데 잠깐 철근 시장이 호조를 보였다고 해서 철근을 수입하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국산 철근 수입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마당에 포스코까지 시장에 뛰어들면 업계 사정이 더욱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중국산 철근 수입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8월 중국산 철근 수입량은 18만8000톤으로 지난해 대비 376.6% 증가 했다. 1월에서 8월까지 중국산 철근 수입량은 69만7000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1.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