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희망펀드 공익신탁에 가입하기 위해 A은행에 들렸다. 3년간 백수로 지낸 적이 있다. 부모님과 오랜 연인 앞에서 한없이 미안한 시절이었다. 청년희망펀드 공익신탁 상품 설명서와 사업계획서 등을 살펴봤다.

그러나 이 서면에는 청년희망펀드 공익신탁 기금의 구체적 사용 계획이 없었다. 사업계획서의 사업목적에는 '청년 취업기회 확대, 구직애로 원인 해소, 민간일자리 창출 지원 사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될 가칭 '청년희망재단'이 추진하는 사업 지원 등'이라는 문구가 전부였다.

사업계획서의 집행계획도 살펴봤다. '수탁자는 수혜처에 지급할 때는 그 지급금이 청년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목적에 사용되고 해당 증빙서류를 제출할 것을 조건으로 지급한다'는 조항이 전부였다. 구체적 사용 계획은 없었다. 1만원을 내고 가입했다.   

청년희망펀드 공익신탁은 청년 고용난을 해결하기 위한 사업이다. 이 사업은 수익을 가져가는 펀드가 아니다. 장학, 사회복지 등 공익을 위해 기부하는 공익신탁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제안으로 시작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21일 KEB하나은행에서 청년희망펀드 공익신탁상품에 첫 번째로 가입했다. 이어 금융권 등 각계각층 수장들이 가입에 나섰다. 윤종규 KB금융회장,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 등 금융권 수장들은 각1000만원씩 기부했다. 임종룡 금융위원회 위원장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 펀드에 가입했다. 여러 조직 수장들의 가입은 국민들의 참여 확대를 위한 목적이다.

그러나 청년희망펀드 출시 사흘만인 지난 23일 KEB하나은행에서 비정규직을 포함한 내부 직원들에게 청년희망펀드 가입을 독려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이후 언론들은 청년희망펀드 공익신탁이 관제모금으로 변질됐다고 지적했다.

청년희망펀드에 드는 본질적 의문은 또 있다. 공익신탁 방식의 펀드가 청년 고용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일까라는 점이다. 공익신탁은 국민에게 의존하는 방식이다. 국민이 기부를 얼마나 하느냐에 성패가 달렸다. 저성장 시기 국민 기부에 의존한다면 실효성은 불확실하다. 청년희망펀드의 쓰임새가 아직 명확하지 않은 점도 참여를 머뭇거리게 한다.

청년 고용난은 기술혁신에 따른 사무 자동화와 제조업 자동화 때문이다. 기업들이 투자 확대를 꺼리는 것도 문제다. 특히 내수 침체와 대기업의 납품단가 인하로 중소기업은 고용을 늘리기 어렵다.  

추미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 따르면 국내 30대 그룹의 지난해 사내유보금은 500조2000억원으로 지난 2010년보다 170조원(51.5%) 늘었다. 반면 30대 그룹의 실물투자액은 같은 기간 2조2000억원(3.5%) 증가에 그쳤다. 사내유보금 대비 실물투자액 비율은 2010년 18.9%에서 지난해 12.9%로 6%포인트 내렸다.

지난 9일 윤호중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해 우리나라 근로소득자 평균연봉은 3172만원이지만 체감 연봉은 1322만원에 불과하다고도 밝혔다. 그에 따르면 연봉 1300만원 이상 1350만원 미만 구간에 가장 많은 인원인 27만6611명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평균 연봉은 1322만4220원이다.

기술혁신에 따른 업무 자동화 대응책, 기업의 투자 확대 유도책, 평균임금 상승 등 근본적 해결책이 청년희망펀드보다 절실해 보인다.

다만 일부 대기업과 은행권이 올해 채용인원을 연초 계획보다 늘리기로 한 점은 고무적이다. 정부 정책에 발 맞추기 위한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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