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개인 박지환 씨 13여억원 수수료 챙겨 관심
효성캐피탈과 디오리지날에이치디(이하 디오리지날)가 5년 전 대출을 둘러싸고 서로 피해자라고 주장하며 다투고 있다. 이 때문에 당시 대출을 알선하고 13억원 상당의 수수료를 챙긴 박지환 씨에게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디오리지날은 효성캐피탈이 대출 계약을 악용했고 담보로 잡힌 본인 부동산이 낮은 가격에 경매로 넘어갔다며 3차례에 걸쳐 금감원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효성캐피탈은 정상 대출이었고 오히려 대출 금액보다 낮은 값에 건물 경매가가 책정돼 되레 손해를 입었다고 맞서고 있다.
디오리지날호텔은 지난 2010년 해당 건물을 담보로 효성캐피탈로부터 300억원 대출을 받았다. 이 건물은 법원 경매로 명동AMC에게 넘어간 상태다. 경매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양 측은 대출금 상환을 두고 엇갈린 주장을 펼치고 있다.
◇사건의 출발점 대출 중계인 ‘박지환’
디오리지날은 효성캐피탈과 대출 계약 전 270여억원 규모 채무를 안고 있었다. 한 건물이 이 채무의 담보물로 잡혀 있었다.
디오리지날은 이 채무를 변제하기 위해 담보물 경매를 진행 중이었다. 디오리지날은 건물 경매를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 2010년에 박지환 씨가 대표로 있던 아시아에볼루션코리아와 경영자문 계약을 체결했다. 박 씨는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삼남 조현상 부사장과는 브라운대학교 동기로 알려졌다.
디오리지날 관계자는 “지인이 소개해 박 씨를 알게 됐고 박 씨와는 건물 경매를 원활히 진행하기 위해 계약을 맺었다”며 “이후 박 씨가 건물을 경매로 넘기기 보다는 대환을 해 기존 채무를 갚고 건물을 지키는 편이 낫다며 효성캐피탈을 소개시켜줬다”고 말했다.
디오리지날호텔과 박 씨는 2차례 자문 계약을 체결했다. 한 건은 지난 2010년 건물 매각과 관련된 계약이고, 다른 한 건은 지난 2012년 건물에 대한 투자·대출 등과 관련됐다.
디오리지날은 건물 매각을 위한 계약에서 박 씨에게 8억8000만원 수수료를 지급했다. 사실상 이 수수료는 본래 계약 목적인 건물 매각이 아니라 효성캐피탈과 대출 중개를 해준 대가다.
효성캐피탈 역시 박 씨에게 4억5000만원 상당의 수수료를 지불했다.
◇결국 부실 대출..박지환 외 전부 피해자
금융권 관계자들은 이 대출이 부실할 가능성이 처음부터 높았다고 지적했다.
한 관계자는 “효성캐피탈은 디오리지날이 이미 채무를 안고 있었고 담보가 경매로 넘어간 것까지 파악을 했었다면 좀 더 대출에 신중할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박 씨가 채무자와 채권자로부터 받은 13억원의 수수료가 지나친 규모는 아니었는지도 의문”이라며 “채무자 재무 상태를 고려했을 때 수수료가 지나치게 크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박 씨가 많은 금융사 중 왜 효성캐피탈을 소개시켜줬는지, 만약 디오리지날이 브로커를 끼지 않았다면 대출이 가능했을지 등도 집중적으로 살펴봐야한다”고 말했다.
그 관계자는 “디오리지날이 효성캐피탈과 맺은 대출계약을 보면 이자율이 첫해 7%에서 다음해 8%로 오르고 이후 9%, 10%, 21% 등 해마다 오르는 구조인데 다른 금융사와 비교했을 때도 채무자 입장에서는 크게 유리한 이자율 조건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현재 케이벤처그룹 대표인 박 씨는 당시 계약과 관련해 “더 이상 언급할 게 없다”고 말했다.
어쨌든 그의 중개로 이뤄진 대출은 결과적으로 부실이 됐고 채권자와 채무자 모두 손해를 입었다.
디오리지날 관계자는 “박 씨가 효성캐피탈에서 대출을 받으면 나중에 3%대 저금리 자금을 알아봐 주겠다고 하더니 나중에 내게 내민 것은 20%대 고금리 대출이었다”고 말했다.
그 관계자는 “박 씨가 경매에서 대환으로 바꾼 결정은 컨설팅적인 측면이 있다지만 저금리 자금을 알아봐주겠다고 하고는 나중에 높은 금리 상품을 내민 것은 지나친 처사”라고 말했다.
효성캐피탈 관계자는 “300억원을 대출하고 담보물로 잡은 건물을 280억원에 넘겼으니 우리도 20억원 손해봤다”며 “법적인 공방이 이어지면서 업무에 지장도 많다”고 말했다.
이 대출 피해자는 또 있다.
효성캐피탈은 디오리지날의 대출금 상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며 담보물을 경매로 넘겼다. 명동AMC는 이 건물을 낙찰 받았고, 아시아신탁회사와 신탁 계약을 맺은 상태다.
하지만 디오리지날과 효성캐피탈의 법정 공방이 장기화되면서 담보물 가치에도 악영향이 미칠 위험이 생겼다. 명동AMC와 아시아신탁회사에게까지 대출 후폭풍이 번진 꼴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당국은 중개인 때문에 부실 대출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지 집중 검토하고 또 그들이 받아가는 수수료가 지나치게 높은 건 아닌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