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보다 내수에 집중한게 주효… “실물 지표 상승 여부는 지켜봐야”
“인도는 차세대 글로벌 경제 성장을 이끌 것이다” 자얀트 신하 인도 재무부 장관의 발언이다. 인도는 뜨고 중국은 지는 해라는 뜻이다.
인도 통계당국인 통계프로그램시행부에 따르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올해 2분기 인도의 연간 경제 성장률은 7%이다. 중국도 7%를 기록했다.
성장률은 같아도 방향성에 따라 투자 매력은 갈린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인도는 오르막, 중국은 내리막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 경제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은 “인도는 브라질, 러시아, 남아공과 비교해 중국발 쇼크에 흔들리지 않았다. 국제 준비금이 충분하고 외국 자본에 대한 의존도가 낮기 때문이다. 수출에 의존하지도 않고 위안화 평가절하로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 중국 기업들과 제3세계 시장에서 직접 부딪히지도 않는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경제 둔화는 인도에게 오히려 이득이라는 분석이다.
중국발 경제위기에 신흥국 전체가 고군분투 중이다. 전 세계는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공)의 버블 붕괴가 어디까지 갈 것인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오는16일 9년여만에 미국 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한다. 이 결정에도 신흥국 경제 위기가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한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신흥국에서 자본이 대거 이탈할 우려가 크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달러 수요가 늘고 신흥국 화폐의 수요는 줄어든다.
이 혼란 속에서 견고하게 성장하는 나라가 인도다.
인도는 수출보다 내수에 기반해 성장한다. 중국이 위안화를 평가절하하면서 다른 신흥국과 중국 사이에 가격 경쟁이 치열해졌다. 반면 인도는 수출보다 내수 진작에 집중해 경기가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증시 안정화를 위해 지난 8월 11일 사흘에 거쳐 위안화를 2% 가량 평가절하한 바 있다.
지난 7월부터 8월 초까지 대부분 신흥국에서 외국인 자금이 대거 이탈했다. 중국 증시는 폭락했지만 인도에는 자금이 오히려 유입됐다.
위안화 뿐만 아니라 달러 강세에도 인도의 움직임은 견고하다. 지난해 7월부터 달러 강세는 심화됐다. 달러 강세에 신흥국 통화 가치는 크게 하락했다. 반면 연초 이후 인도 루피화는 달러 대비 2.9% 약세를 기록하며 상대적 안정세를 유지했다. 원화는 달러 대비 7.2%, 남아공 란드화 10.7%, 브라질 헤알 23.8%, 러시아 루블화 14.5% 하락했다.
국제 유가 하락도 인도에게 단비같은 소식이다. 인도의 원자재 수입 비중은 중국에 못지 않다. 인도는 원유 소비량의 80%를 수입한다. 원자재 수입 총량의 34%를 차지한다.
미국 경제매체 마켓워치는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인도의 인플레이션율이 3.8%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예측했다.
국제유가가 배럴(bbl) 당 10달러(약 1만2000원) 떨어질 때마다 인도의 무역 적자는 0.5%, 재정 적자는 GDP(국내총생산)의 0.1% 줄어든다. 국제 유가가 떨어질수록 인도의 경상수지는 개선된다. 국제 유가가 떨어질수록 인도에 대한 투자 매력이 커지는 이유가 여기 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지난해 취임한 이래 이 국가에 대한 투자 심리가 높아졌다. 인도 센섹스지수는 지난해 대비 30% 가량 올랐다.
무디스 미국 투자자문은 보고서를 통해 “최근 인도가 제시한 정책들은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 안정화, 환경 보호 규정 개선, 인프라 구축 증진, 부채비율 감소 등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고 분석했다.
박승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인도와 중국의 차별점은 정치 민주화의 정도다. 인도는 세계 최대 규모의 민주주의 국가다. 반면 중국은 정부 뜻대로 모든 것을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간섭이 인도의 경제 성장을 크게 가로막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박승진 연구원은 “인도의 실물지표가 상승하려면 내년까지는 기다려야 한다”며 “인프라 구축과 투자유치, 빈부격차 축소 등 문제를 해결하려면 장기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