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항공사와 경쟁·운임 감소에 하반기 전망도 불투명
국내 대표 항공주들의 2분기 실적이 시장 전망을 하회하는 가운데, 향후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내 항공업종 대표 종목인 대한항공은 이달 1일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사채 2000억원을 발행했다. 권면이자율 4.75%에 발행비용으로는 6억5819만원이 들어갔다.
대한항공은 이렇게 조달한 자금으로 오는 9월 11일 만기가 돌아오는 52회차 공모사채 917억원과 오는 12월 21일 만기 공모사채 779억4500만원을 상환할 예정이다. 남은 300억원가량은 항공기 리스료로 사용한다.
이번 사채는 대한항공의 재무구조를 요약해서 보여준다. 2000억원 가운데 1700억원가량을 차환에 사용할 정도로 현재 대한항공의 재무 상태는 악화돼 있다. 여기에 사업 실적마저 저조한 상태다.
지난달 공시된 대한항공의 연결재무상태를 살펴보면 부채비율은 798.4%다. 1분기 756.9%에서 소폭 늘었다. 지난해 말 966%에 달하던 부채비율이 올해 1분기 하락세로 돌아서나 했는데 다시 늘어나는 모양새다.
만기가 도래한 사채를 다시 돈을 빌려서 상환할수밖에 없는 이유는 대한항공의 영업실적이 악화된 데 있다.
대한항공의 올해 2분기 실적은 매출액 2조7859억원, 영업손실 26억원으로 공시됐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에 비해 3%가량 감소한 수치고 영업이익은 적자 전환됐다.
대한항공의 적자 전환은 시장에서 전혀 예측하지 못한 '어닝 쇼크'였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항공업종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의 영향으로 실적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긴 했어도 적자 전환까지는 예상하지 못했다.
아시아나항공도 2분기 실적이 적자로 전환됐다. 대한항공과 마찬가지로 메르스 여파를 비켜가지 못했다. 아시아나항공의 지난 2분기 매출액은 1조 3336억원, 영업손실은 613억원을 기록했다. 메르스로 국제여객 수요가 급감하며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1분기에 큰 폭의 이익 성장세를 기록했으나 한 분기 만에 실적이 꺾였다. 지난 1분기 매출액은 1조4078억원, 영업이익은 769억원이다. 매출액이 지난해에 비해 감소했지만 영업손익은 흑자로 전환됐다.
재무 상태와 영업실적이 악화되다 보니 투자도 줄어들었다. 올해 상반기 대한항공의 투자는 3843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0.1%(2568억 원)나 감소한 수치다.
하반기 실적 전망도 밝지 않다. 최근 저비용 항공사(LCC) 및 외국 항공사 등과의 경쟁이 심화됐기 때문이다.
동부증권 노상원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여객 부문 수송 단가 하락으로 매출액 증가에는 제한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가 하락도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올 2분기 유가가 전년 동기 대비 37.9% 내려간 점은 긍정적이었으나 운임 하락 폭이 더 컸다. 또 화물 수요 부진으로 적재율(Load Factor)이 낮아졌다.
향후 항공기 도입도 재무구조에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항공사 특성상 계속해서 신규 항공기를 도입해야 하는데 그럴 경우 부채비율의 증가가 불가피하다. 두 항공사 모두 초대형 항공기를 도입해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경쟁에서 앞서나가려는 모양새다.
대한항공이 하반기에 도입할 예정인 항공기는 A330 1대와 B747 8i, B777, B737 4대 등 모두 13대다. 아시아나항공은 금호그룹 채권단과 맺었던 자율협약을 졸업하며 공격적인 투자를 예고한 바 있다. 초대형 항공기 도입 시기를 앞당기고 저비용 항공사와 경쟁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