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센티브 내건 과도한 요구에 허걱
증권사 직원들이 실적 압박에 내몰리고 있다. 각사가 근무 의욕을 고취시키자고 도입한 인센티브제가 원래 취지에서 벗어나 동료 간 갈등을 조장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골든브릿지투자증권은 영업실적이 부진한 직원 자리를 사무실 가운데로 배치했다. 그 자리는 다른 직원들의 자리와 달리 파티션(partition)이 없다.
이 때문에 파티션이 없는 사무실 중앙으로 자리를 옮긴 직원들은 수치심까지 느끼고 있다.
한 직원은 "영업실적이 부진해 성과급이 적은 것도 힘이 빠지는데 자리 배치로 모욕감까지 느낀다"며 “다른 직원들이 지나다닐 때 내가 하는 일이 모두 노출돼 마치 감시당하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일부 증권사는 영업실적이 부진한 경우 본사로 매일 불러들여 영업 계획서를 작성하게 하는 등 조치가 있는데 이는 어쨌든 영업적인 측면이 있다. 그러나 파티션 제거와 자리 배치는 영업 의욕을 떨어뜨린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민감한 고객 정보가 그대로 노출될 위험성도 커졌다고 문제를 제기됐다.
"파티션이 없어 온라인이나 통화로 고객 정보를 다룰 때 다른 직원이 그 내용을 보거나 들을 수 있다."
그는 고객을 사무실에서 응대할 경우에도 마찬가지 문제가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인센티브제가 직원 간 갈등을 조장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HMC투자증권 경우 급여 산출 때 BEP(손익분기점·Break Even Point)와 직접비 개념을 중시한다. 개인 급여 상 BEP는 성과급 지급의 기준이 된다.
한 직원은 “BEP를 달성하지 못한 직원은 변동상여금을 지급 받지 못하는데 이 금액은 직접비라는 항목으로 쌓여 반기마다 실적이 우수한 직원에게 돌아간다”고 말했다.
이 직원은 “실적이 저조해 타지 못한 내 상여금이 실적이 우수한 동료에게 돌아가는 꼴”이라며 “괴리감이 크다”고 말했다.
HMC투자증권은 직원들을 실적에 따라 S~D등급으로 구분한다. D등급으로 갈수록 실적이 부진하다는 뜻이다. 회사는 D등급 직원에겐 의료비·학자금·명절 귀성비 등을 지원하지 않는다.
또 같은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차 제품을 구매할 때 주는 가격 혜택마저 실적이 저조한 직원에겐 주지 않는다.
회사 관계자는 “혜택을 받지 못하는 등급에 속하는 인원은 많지 않고 실적이 좋아져 상위 등급으로 가면 다시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가에선 실적이 가장 중시돼야 하지만 너무 경쟁에 내몰리는 느낌이 든다”며 “과거엔 동료가 협업을 하는 주체였지만 이젠 경쟁자로 받아들이게끔 제도가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