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일을 해보는 시간” 이용욱 대표의 AI 후반전
[시사저널e=송주영 기자] ‘내스타일’은 생성형 AI 입력 필터링 기술을 적용한 보안형 AI 게이트웨이(세이프 LLM)와 경량화 LLM 기반 AI 키오스크·홀로그램 디바이스를 주력 사업으로 하는 회사다. 공공기관의 업무망 환경과 관광·매장 등 오프라인 공간을 각각 겨냥한 구조다.
이용균 내스타일 대표는 25일 “공공기관은 업무망·인터넷망 분리 때문에 GPT 같은 외부 서비스를 쓸 수 없고, 그 간극을 메우는 게 우리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보안 업계에서 17년을 일해온 그는 콘텐츠 제작에 대한 흥미를 살려 학생 창업과 기술 사업화를 돕는 과정에서 창업을 결심했다. 보안처럼 ‘안 하면 큰일 나는’ 규제 중심 사업이 아니라 ‘누군가를 즐겁게 하고 나도 즐거운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컸단 설명이다.
내스타일의 사업은 크게 두 축이다. 하나는 생성형 AI 키오스크·홀로그램 디바이스 사업이고 다른 하나는 공공·기업용 ‘세이프 프롬프트·세이프 LLM’ 솔루션이다.
지난해 매출은 10억원, 올해는 20억원을 예상한다. 키오스크·디바이스 공급이 큰 비중을 차지했지만 향후 도메인별 AI 모델 개발비, 세이프 프롬프트 솔루션 등의 비중을 늘릴 계획이다. 현재 일본 자본을 중심으로 프리A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이 대표의 표현을 빌리면 인생 전반전은 ‘내가 잘하는 일을 했던 시간’, 후반전은 ‘하고 싶은 일을 해보는 시간’이다. 보안 연구소장·부사장으로 쌓은 기술·시장 경험과 문학, 영화, 애니메이션 등 창작에 대한 개인적 관심이 뒤섞이며 지금의 AI 콘텐츠·솔루션 기업이 만들어졌단 설명이다.
Q. 언제, 어떤 계기로 창업하게 됐나
2019년에 회사를 세웠고 실제 사업 시작은 2020년부터다. 현재 LG CNS로 합쳐진 LG소프트웨어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을 했고 2000~2017년 이글루시큐리티에서 근무했다. 연구소장, 부사장까지 했다. 보안은 잘해서 했던 일이긴 한데 누군가를 즐겁게 하는 일은 아니었다. 고려대학교로 자리를 옮겨 학생 창업을 돕고 창업 프로세스를 경험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창업하기로 결심했고 생성형 AI를 연구하던 주재걸 카이스트 교수와 논의하다 “AI 기술로 사업을 해보자”는 제안으로 창업을 하게 됐다.
Q. 보안에서 AI 콘텐츠·솔루션으로 방향을 바꾼 이유는
인생 후반에는 누군가를 즐겁게 하고,나도 즐거운 일을 해보고 싶다. 콘텐츠 만드는 일은 좋아하는 일이라서 시작했다. 예전부터 문학청년이었고 영화·애니메이션 제작에도 관심이 많았다. 지금은 AI로 소설도 만들고 비디오북도 만들고 애니메이션도 제작하면서 예전에 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하나씩 풀어나가는 중이다.
Q. 내스타일의 주력 사업은
한 줄로 요약하면 기업·공공이 생성형 AI를 안전하게 효율적으로 쓰게 해주는 솔루션과 그 위에서 돌아가는 콘텐츠·디바이스를 만드는 회사다. 사업의 한 축은 AI 콘텐츠와 디바이스다. AI로 소설을 만들고 그걸 바탕으로 5분 내외 영상책을 만들어주는 ‘비디오북’ 서비스, 키오스크·홀로그램 같은 오프라인 디바이스에 올리는 콘텐츠들을 만들고 있다. 다른 한 축은 세이프 LLM·세이프 프롬프트다. 공공기관과 기업이 GPT 같은 생성형 AI를 쓸 때 개인정보나 기업 기밀이 섞인 프롬프트가 외부로 나가지 않도록 중간에서 필터링하고 통제하는 솔루션이다.
Q. 공공기관에서 GPT를 쓰기가 어려운가
국내 공공기관은 기본적으로 업무망과 인터넷망을 분리해서 쓴다. 그 구조에서 외부 클라우드 서비스, 특히 생성형 AI를 직접 쓰기가 어렵다. 최근에 ‘유연한 망 사용법(N2SF)’ 가이드라인이 등장하면서 적절한 안전장치가 있으면 업무망에서도 외부 서비스를 쓸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세이프 프롬프트·세이프 LLM은 바로 그 ‘중간에 들어가는 안전장치’ 역할을 한다. 사용자가 프롬프트를 입력하거나 파일, 이미지, 문서 등을 올리면 솔루션이 먼저 그 내용을 검사한다. 개인정보나 민감정보가 있으면 GPT로 나가지 못하게 막고 문제가 없으면 GPT API 또는 프라이빗 LLM으로 넘긴다. 이 과정에서 로그·통제·정책 적용이 가능하니 공공기관은 어떻게 써야 하는지에 대한 가이드라인대로 글로벌 생성형 LLM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다.
Q. 기존에도 우회해서 GPT를 쓰게 해주는 서비스는 있다
구조 자체는 비슷하다. GPT가 제공하는 API를 통해 토큰 단위로 과금되는 방식으로 사용한다. 다만 개인을 상대로 무료로 GPT를 쓰게 해주는 서비스들은 대부분 중간에서 필터링하거나 보안 통제를 하지 않는다. 접속 포털에 가까운 구조다. 이를 기업·공공을 대상으로 개인정보, 민감정보 필터링 엔진을 붙여 놓았고 조직별 정책 설정, 사용 이력 관리, 시간·용도별 통제, 보고서 등의 기능을 얹었다. “우리 회사는 GPT를 아예 못 쓰겠다”고 하면 프라이빗 LLM을 붙여서 폐쇄망에서 동작하는 방식도 제공한다.
Q. 챗GPT처럼 사용자당 20달러를 내면 되는건가
챗GPT를 월 20달러 내고 쓰는 서비스로만 알고 있는데 오픈AI는 API를 통해 토큰 수만큼 과금하는 모델도 제공한다. 회사가 챗GPT 계정을 한 개 보유하고 직원들은 세이프 프롬프트를 통해 접속하는 구조다. 사용한 토큰 양에 따라 회사 단위로 과금이 된다. 이렇게 하면 회사 입장에서는 공사 구분(업무용·개인용 사용)을 통제할 수 있고 근무 시간·업무 목적 외 사용을 관리할 수 있고 인당 라이선스 비용 대신 실제 사용량 기준으로 비용을 통제할 수 있다. 특히 일본처럼 공과 사 구분에 민감한 나라에서는 이런 방식이 상당히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Q. 키오스크·홀로그램 디바이스 사업에 대해 설명해달라
쉽게 말하면 ‘생성형 AI 체험 디바이스’다. 키오스크는 큰 스마트폰 같은 단말에 불과하고 핵심은 안에서 돌아가는 AI 모델과 콘텐츠다. 우리 키오스크는 제한적인 환경에서 돌아갈 수 있도록 경량화된 LLM과 AI 모델을 올려둔다. 사용자는 그 위에서 한복을 입어 보고 아이돌이 돼보고 치킨 모델과 함께 사진을 찍어보고 자신의 캐릭터를 만들어 동영상까지 만들어 보는 등의 체험을 한다. 단순히 사진만 찍는 인생네컷과 달리 AI로 여러 가지를 만들어 보는 체험에 초점을 맞췄다. 같은 콘텐츠를 홀로그램 디바이스, 로봇 등에 올려서 오프라인 공간 곳곳으로 확장할 수 있다는 점도 차별점이다.
Q. 어디에 설치됐고 반응은 어떤가
해외에는 콘텐츠진흥원이 조성한 ‘코리아360’ 같은 K-컬처 체험관에 다수 설치돼 있다. 두바이 같은 해외 거점에서 외국인들이 한류를 간접 체험하는 용도로 많이 쓰인다. 국내에는 하이모 매장에 들어가 있어 가발·스타일을 가상으로 체험해 보는 용도로 사용한다. 일본 맘스터치 매장에서 한류·치킨 콘셉트 체험 디바이스로 설치했는데 젊은 층 반응이 좋다. 조금 색다른 사례로는 사찰이 있다.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절에 설치해 사찰에 대한 설명을 영어·일본어 등으로 음성 안내해 주고 다양한 체험 콘텐츠를 제공하며 마지막에는 카드로 시주까지 할 수 있게 해뒀다.
Q. 매출 구조는
작년 매출이 약 10억원이고 올해는 20억원 정도를 예상한다. 키오스크·홀로그램 같은 디바이스 매출, 각 고객사 도메인에 맞는 AI 모델을 커스터마이징해 주는 개발 매출, 세이프 프롬프트·세이프 LLM 같은 솔루션 매출이 합쳐진 구조다. 개인용 서비스도 운영하고 있지만 지금 단계에서는 기업이나 공공 쪽이 훨씬 빠르게 매출을 만들고 있다. 개인용은 플랫폼과 기능을 갖춰두고 그걸 활용하는 기업 고객을 확보하자는 쪽으로 가고 있다.
Q. AI 인력 부족으로 채용에 어려움을 겪던데
AI 개발 인력은 대부분 카이스트와 고려대학교 AI 연구실에 있던 인력이다. 학교 기반으로 시작한 회사라서 작은 스타트업이지만 AI 개발자 수급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편이다. 콘텐츠 쪽은 SK텔레콤 자회사에서 웹툰·웹소설 사업을 총괄하던 인재를 영입했다. 기술과 콘텐츠, 두 축의 리더십을 분리해 놓은 구조다.
Q. 글로벌 중 일본 시장을 공략하는 이유는
시장 특성이 잘 맞는다. 일본은 공사 구분에 굉장히 민감하고 업무용·개인용 기기를 철저하게 나누는 문화가 있다. 이런 환경에서 토큰 기반 과금, 사용 로그 관리, 공·사 구분이 가능한 세이프 프롬프트 구조가 잘 맞는다. 콘텐츠·체험형 비즈니스에 대한 수요도 많은 편이다. 신사·사찰, 지자체 관광 인프라 등 키오스크·로봇·홀로그램이 들어갈 만한 공간들이 많고 사람이 다가오면 먼저 인사하고 안내해 주는 호객용 기기에 대한 선호도도 높은 편이다. 일본에는 현지 파트너사가 있고 그 회사를 통해 챗봇 개발·키오스크 공급을 진행했다. 일본 자금을 유치중인데 이번 프리 A 투자를 일본에서 조달하려는 이유가 단순 자금 조달이 아니라 일본 시장 진출을 함께 열어줄 파트너를 확보하고 싶기 때문이다.
Q. 매출을 올리기 시작한 시점과 투자 상황도 궁금하다
지난해 매출 10억원을 넘기면서 비로소 투자자들이나 시장에서 “회사 모양이 갖춰졌다”는 평가를 받았고 올해 성장의 기반이 됐다. 기술보증기금에서 회사 가치를 80억원으로 평가해줬고 10억원 가량 투자자금을 유치했다. 현재 150억원 기업가치를 평가받아 20억원 규모의 프리 A 라운드를 일본 펀드를 중심으로 진행중이다. 이후 국내 VC와의 라운드도 이어갈 계획이다.
Q. AI 소설·비디오북 플랫폼 등 콘텐츠 서비스도 계속 언급했는데 어떤 서비스인가
AI로 소설을 쉽게 쓸 수 있는 서비스, 그리고 그 소설을 기반으로 5분 내외의 비디오북(영상책)을 만들어 주는 서비스 두 가지를 운영하고 있다. 누구나 AI로 뭔가 만들어 보고 싶다고는 하는데 실제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해한다. 아이디어만 있으면 글을 쓰고 표지를 만들고, 5분짜리 영상으로까지 만드는 전 과정을 AI로 도와준다. 출판사 등록도 마쳤고, 그 다음 단계로는 이런 결과물을 실제 책으로 내려는 수요를 출판·유통까지 연결해 보고자 한다.
Q. 교육·자격증 사업도 계획하고 있나
제작 교육을 계획중이다. 고용노동부 지원을 받는 아카데미와 함께 25명 내외 과정으로 AI 영상 제작 교육을 진행했는데 수강생의 1/3 정도가 40~50대 이상이었다. 은퇴를 앞뒀거나 예전부터 콘텐츠에 관심이 있었지만 생계를 책임지느라 여유가 없었던 사람들이다. AI로 그들이 다시 창작을 시작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들을 더 늘리고 싶다.
AI를 쓸 줄 모르는 중장년층과 일반 이용자를 위한 교육도 추진중이다. 키오스크나 AI 서비스를 두려워하는 어르신들이 많다. 이분들이 일상에서 AI를 편하게 쓸 수 있게 해주는 교육 과정, 그리고 그걸 가르칠 수 있는 인력을 위한 자격증 체계를 학교·파트너와 함께 준비하고 있다. 내년부터 차근차근 시작하려고 한다.
Q. 개인적으로 이 사업을 통해 이루고 싶은 ‘인생 후반전’의 목표가 있나
전반전에는 잘하는 일을 했다. 보안·SI·공공 프로젝트, 숫자를 만들고, 점유율을 올리는 일들이었다. 후반전에는 하고 싶었던 일을 해보고 싶다. 예전에 문학청년이었고 영화도 단역으로 출연해 보고 애니메이션 제작에도 참여했다. AI 덕분에 재능이 없어도 시간·돈이 부족해도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아졌다. 콘텐츠에 목말라 있는 사람들, AI를 잘 쓰고 싶은데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쉽고, 안전하게 AI를 쓰고,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어 볼 수 있게 도와주는 기술·교육·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인생 후반전의 그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