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토류 공급망 구축에 팜유 풀밸류체인 완성
공급 충격 있었던 자원이라는 점에서 공통점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포스코인터내셔널이 희토류·리튬 등 전략광물에서 곡물·팜유 등 식량자원까지 자원 포트폴리오를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그룹 차원의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인 동시에, 한때 공급 충격으로 글로벌 수급 불안을 일으켰던 품목들을 다룬다는 점에서 국가 공급망의 취약한 고리를 보완하는 의미도 적지 않다는 평가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인터내셔널의 100% 자회사인 아그파(AGPA Pte. Ltd.)는 인도네시아 팜(Palm) 종자 및 농장 기업 삼포에르나 아그로(PT Sampoerna Agro Tbk)의 지분 65.72%를 인수한다. 아그파의 아그로 지분 인수 예정 금액은 8300억원이며, 의무적 공개매수(MTO)에 따라 투입 금액은 늘어날 수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이와 함께 GS칼텍스와 합작 투자한 ARC 법인의 팜유 정제시설 준공식도 지난 19일 인도네시아 발릭파판에서 열었다. ARC(AGPA Refinery Complex)의 지분은 포스코인터내셔널 60%, GS칼텍스 40%로 구성된다. 이번에 준공한 공장의 정제능력은 연 50만톤으로, 연간 국내로 수입되는 팜 정제유의 80%에 해당하는 양이다.
이로써 포스코인터내셔널은 팜종자 개발부터 팜 정제유 생산까지 ‘풀밸류체인’을 완성하게 됐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2011년 파푸아에서 처음 팜 농장 개발을 시작해 2016년 상업 생산에 들어갔으며, 현재 연간 21만톤의 팜유를 생산하는 착유 공장 3기를 운영하고 있다. 이번 투자 집행으로 팜유 사업을 대폭 강화한 것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이 같은 행보는 성장 포트폴리오를 구축함과 동시에 국가 공급망의 약점을 메울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팜유는 팜나무의 열매에서 짜낸 식물성 기름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이 생산·소비되는 식물성 오일이다. 식품·생활용품뿐만 아니라 바이오연료로도 쓰여 식량자원인 동시에 에너지자원으로도 분류된다. 이에 팜유 가격 급등은 곧바로 물가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팜유 가격은 2022년 세 배 가까이 급등하며 글로벌 시장에 충격을 준 바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해바라기유 공급 우려가 커지자 대체재인 팜유 수요가 늘었고, 유가 상승에 따른 바이오연료 수요 확대가 겹치면서 가격이 치솟았다. 여기에 핵심 팜유 생산지인 인도네시아까지 내수 부족을 이유로 수출을 중단해 글로벌 공급난이 한층 심화됐다.
국가 공급망 이슈와 맞닿아 있는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자원 확보 전략은 이뿐만이 아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전략광물로 분류되는 희토류다. 희토류는 반도체, 전기차, 풍력·태양광 발전, 방산 및 우주항공 등 첨단산업 전반에 필수적으로 쓰이는 소재다. 중국이 전 세계 생산량의 69%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아 중국의 희토류 정책에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이 요동치는 구조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북미·호주·아시아 업체 25개사와 희토류 채굴부터 영구자석 제품화, 사용 후 재활용까지 전 과정을 하나의 고리로 연결하는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지난 9월에는 미국의 리엘레멘트 테크놀로지스와 미국 내 희토류 분리·정제·자석 생산을 아우르는 수직 통합형 복합단지 설립을 위해 손을 잡기도 했다.
희토류 사업에서 경쟁력을 갖출 경우 국가 공급망 우려 완화로도 이어질 수 있는 행보인 셈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서방 국가들의 탈중국 공급망 개편이 가속화되면서 전략 자원을 보유한 기업의 가치가 더욱 커지고 있다”며 “이는 개별 기업의 수익성뿐 아니라 국가 차원의 공급망 안정성 측면에서도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투자”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