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물’ 정영채·박정림 불출마에 세 후보 경쟁력 부족하다는 시선
서유석 ‘연임 논란’, 이현승 ‘관 출신’, 황성엽 ‘소형사’ 단점 부각

(왼쪽부터)서유석 금투협회장, 이현승 전 KB자산운용 사장, 황성엽 신영증권 사장.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왼쪽부터)서유석 금투협회장, 이현승 전 KB자산운용 사장, 황성엽 신영증권 사장.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제7대 금융투자협회장 선거에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 이현승 전 KB자산운용 사장, 황성엽 신영증권 사장 등이 후보로 지원한 가운데 세 후보에 대해 장점보다는 단점이 주목받고 있다는 지적이 그치지 않고 있다.

서유석 회장은 전례가 없던 연임 도전에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다. 이현승 전 사장은 금융투자협회 회원사들이 꺼리는 금융당국 출신이라는 점이 발목을 잡고 있다. 황성엽 사장 역시 소형 증권사 출신이라는 핸디캡을 극복해야 한다.

◇ 장점보다 단점이 돋보이는 3파전

2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날 오전 10시 제7대 금융투자협회장 후보자 등록 마감 결과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과 이현승 전 KB자산운용 사장, 황성엽 신영증권 사장 등 3명이 출마 지원서를 냈다.

제7대 금융투자협회장은 다음달 18일 회원사 투표를 통해 선출된다. 임기는 내년 1월부터 오는 2028년 12월까지 3년이다.

세 후보 모두 증권사나 자산운용사 CEO 출신이다.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은 미래에셋증권 리테일사업부 대표,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 대표,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를 역임했고 이현승 전 사장은 행정고시(32회) 출신으로 GE에너지코리아, SK증권, 코람코자산운용, 현대자산운용, KB자산운용에서 대표를 역임했다. 황성엽 사장은 1987년 입사부터 38년간 신영증권에서만 근무한 ‘원클럽맨’이다.

이번 금융투자협회장 선거에서 유력 후보로 거론되던 정영채 NH투자증권 전 사장(현 메리츠증권 상임고문)이나 박정림 KB증권 전 사장은 불출마를 선택했다.

거물급의 참여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전체적으로 후보들의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런 이유로 세 후보를 놓고 경력이나 공약보다 차기 금융투자협회장으로서 부족한 점들이 더 부각되고 있다는 지적도 그치지 않고 있다.

서유석 회장의 경우 전례가 없던 현직 회장의 연임 도전 선언에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다. 그동안 금융투자협회장은 단임하는 것이 암묵적인 관례였다. 황영기 3대 회장은 연임에 도전할 뻔했으나 문재인 정부와 결이 다르다는 이유로 연임 포기선언을 했고 나재철 5대 회장도 연임 도전을 검토했으나 선거 과정에서 연임하지 않겠다고 발언한 것을 돌이킬 수 없기에 결국 포기선언을 해야 했다.

이현승 전 사장은 금융투자협회 회원사들이 비토하는 ‘관 출신’이라는 점이 아킬레스건이다. 금융투자협회는 다른 한국거래소 산하 유관기관과 달리 회원사들의 선거를 통해 자체적으로 회장을 뽑기에 회원사들은 금융당국 출신 후보에 대해서는 호의적이지 않은 편이고 다른 유관기관과 달리 금융투자협회만이라도 어떻게든 낙하산 수장은 막아야 한다는 정서가 널리 존재하는 편이다.

실제로 지난 5대 협회장 선거에서 금융감독원 출신인 정기승 KTB자산운용 부회장은 대관 능력을 공약으로 내세웠으나 실제 득표율은 15%에 그쳤다. 6대 협회장 선거에서도 제29회 행정고시 출신인 전병조 전 KB증권 사장이 출마했으나 최종 후보 컷오프에서 탈락했고 최종 후보 3인에 이름을 올렸던 서명석 유안타증권 전 사장도 윤석열 정부와 연결되어 있다는 의혹에 휘말리면서 실제 득표율이 19.2%에 그쳤다.

황성엽 사장의 경우 소형 증권사 출신이라는 점이 발목을 잡고 있다. 그동안 금융투자협회장 선거에서 많은 의결권을 가지고 있는 대형 증권사들은 소형사 출신 후보에 대해 꺼렸다. 소형사 출신이 금융투자협회장에 당선되면 균형이라는 명분으로 대형 증권사에 불리한 정책을 추진하거나 시행할 것이라는 우려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소한 중형사 이상 출신 CEO들이 대형사들의 지지를 받고 출마해 역대 협회장을 역임했다.

실제로 5대 협회장 선거에 출마한 신성호 전 IBK투자증권 대표는 득표율이 8.7%에 그쳤고 6대 협회장 선거에 출마한 김해준 교보증권 전 대표는 득표율 15.16%로 3위에 그쳤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과반이냐 결선투표냐

다음달 18일 열리는 금융투자협회장 선거에서 1차 투표 결과 과반수를 득표한 후보가 나오지 않는다면 1, 2위간 결선투표가 진행된다.

2009년 증권업협회와 자산운용협회, 선물협회 등 자본시장 3개 협회가 금융투자협회로 통합된 이후 실시된 역대 금융투자협회장 선거에서 결선투표까지 이뤄진 해는 지난 2012년 2대 협회장 선거 단 한 번뿐이다.

금융투자협회장 선거에서 결선투표가 보기 드문 이유는 의결권이 차등적으로 배분되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장 선거는 회원별로 균등하게 배분되는 균등배분 의결권 30%와 회비 금액에 비례한 비례배분 의결권 70%를 합산해 산출되기에 사실상 대형 증권사들이 차기 금융투자협회장 선출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구조다.

다만 이번 선거에서 유력 후보였던 정영채 고문과 박정림 대표의 불출마가 이뤄지면서 일각에서는 1차 투표에서 표가 갈리면서 결선투표가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최대 관건은 서유석 회장의 연임 도전에 대한 대형사들의 평가와 선택이다. 서 회장의 연임 도전에 대해 정작 친정에 해당하는 미래에셋 측에서는 반대 의사를 밝힌 상태다. 하지만 이를 놓고 진의를 의심하는 시선도 있고 여러 추측도 제기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서 회장의 연임 도전 배경에 정영채 고문과 박정림 전 사장의 불출마에 따른 대형 증권사들의 종용이 있었다면 서 회장이 유리할 전망이다. 반면 서 회장의 출마를 놓고 관 출신 후보에 대한 자산운용업계 표 쏠림을 막기 위한 연임 도전이라는 관점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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