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츠, 지난 8월 기준 서울권 1위 등극
공공배달앱 땡겨요도 빠르게 점유율 확보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배달앱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 한때 배달의민족(배민)과 요기요는 시장점유율 90%를 차지하며 독주 체제를 굳혔지만, 쿠팡이츠가 빠르게 1위로 치고 올라서며 판도가 뒤바꼈다. 최근엔 공공배달앱 땡겨요마저 요기요를 제쳐 배달앱 시장 판도가 요동치는 분위기다.
19일 배달앱 업계에 따르면 최근 배민 내부에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쿠팡은 쿠팡이츠 실적을 별도 공개하지 않지만, 서울 카드 결제액 기준 쿠팡이츠가 서울권에서 배민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섰기 때문이다.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최근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8개 카드사의 배달앱 결제금액 자료에 따르면 쿠팡이츠는 지난해 12월 서울에서 1792억원의 매출을 내며 처음으로 배민(1778억원)을 추월했다.
전국 단위로는 지난해 12월 배민 결제액이 8248억원으로 쿠팡이츠(5395억원)를 크게 앞질렀다. 배민은 카드 결제뿐 아니라 토스페이·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 등 간편결제 수단을 제공하는 반면 쿠팡이츠는 계좌이체·쿠페이·신용카드로만 결제 가능하다. 여러 결제 건수를 더하면 배민이 아직 1위를 지키고는 있겠지만, 관련 수치는 배민이 위협을 느끼기 충분한 상황이다.
지난 8월 전국 기준 8개 카드사 결제액은 배민이 7499억원으로 쿠팡이츠(6652억원)와 847억원의 격차를 보였다. 지난해 12월 양사 격차는 2854억원이었다는 점에서, 격차 폭이 크게 좁아진 셈이다. 배달앱들이 쿠팡이츠가 조만간 배민을 전국 단위서 1위할 가능성을 높게 보는 이유다.
그간 배민은 쿠팡이츠에 발맞춰 서비스를 제공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컨대 쿠팡이츠가 할인 혜택, 무료배달을 도입하면 배민도 이에 맞춰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또 배민은 쿠팡 와우 멤버십과 비슷한 배민클럽을 출시했고, 조만간 배민페이 도입도 예고했다. 그러나 쿠팡이츠는 자사 쿠팡 와우 멤버십 회원수 1500만명을 확보하고 있어, 배민과 격차를 크게 벌릴 여력이 남아있다.
배달앱 관계자는 “쿠팡은 와우 멤버십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갖고 있을뿐더러 회원수 역시 압도적”이라며 “배민이 내놓은 전략들은 결국 쿠팡이츠에게 따라잡히는 결과만 내고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공공배달앱 땡겨요도 빠른 속도로 뒤쫓고 있다. 땡겨요는 2023년 서울시가 출시한 공공배달앱이다. 플랫폼 운영은 신한은행이 함께 맡고 있다. 정부·지자체 소비쿠폰, 할인 프로모션 등을 기반으로 이용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땡겨요의 월간활성자수(MAU)는 329만명으로 전월 대비 51.1% 증가했다. 이는 연초(105만명) 대비 212.2% 증가한 규모다. 업계에선 땡겨요의 지난달 매출이 처음으로 1400억원을 기록, 누적 주문액은 7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관측한다.
서울시는 공공배달앱 ‘서울배달+땡겨요’가 지난달 전국 기준 시장점유율 7.5%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기존 5개였던 공공배달앱을 서울시가 지난 3월부터 땡겨요 단일 체계로 전환한 이후 7개월 만에 점유율이 4.92%포인트 급등한 것이다. 지난달 기준 누적 회원수는 233만9975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54.4% 증가했다. 가맹점수는 5만5848개소로 28.4% 늘었다.
땡겨요는 민관 협력 기반의 공공 플랫폼이다. 입점 소상공인의 수수료 부담을 덜기 위해 중개 수수료를 2%대로 낮추고 입점 수수료, 광고비 등을 면제시켰다. 땡겨요는 연말까지 매일 5000원 즉시 할인 행사를 이어가며 공공앱 경쟁력을 극대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점주들 사이에선 배달앱 수수료에 대한 피로도가 높아진 상태라 땡겨요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점주들은 커뮤니티에서 “요즘 배민 배달 매출은 12만원, 땡겨요는 130만원이다”, “두달 전부터 땡겨요 매출이 급증애허 땡겨요 주문 건수가 압도적으로 많다” 등 의견을 내놓았다.
앞으로도 신한은행은 땡겨요 사업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땡겨요는 당시 신한은행장이었던 진옥동 현 신한지주 회장이 “금융이 사회의 플랫폼이여야 한다”면서 앱을 출시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를 공약으로 내세울 만큼 배달앱 수수료에 대한 관심이 높은데, 땡겨요의 전략은 정부의 이해관계와도 잘 맞아 떨어진다.
배달앱 업계에선 배민이 요기요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는다. 요기요는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배달앱 2위 자리를 지켰으나, 쿠팡이츠와의 경쟁에 밀려 3위까지 내려앉은 뒤 지속적인 점유율 하락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요기요는 배달앱들과 경쟁이 어려울 정도로 격차가 벌어졌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땡겨요는 점주, 쿠팡이츠는 소비자에게 초점이 맞춰져 혜택이 제공되고 있지만 배민은 점주, 소비자 모두에게 배달 외 특별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쿠팡이츠는 쿠팡 앱과 연결돼 소비자들의 호응이 높은 반면 배민은 락인 효과를 만들지 못한 것이 성장 한계”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