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 1호선 인도 후 반세기 만에 기록 세워
정기선 회장 “다음 5000척으로 새로운 반세기 준비”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HD현대가 1974년 첫 선박을 인도한 이후 50년 만에 누적 5000척의 선박을 건조·인도했다. 이는 전 세계 최초 기록이다.
HD현대는 19일 울산 HD현대중공업에서 ‘선박 5000척 인도 기념식’을 열고 반세기에 걸친 조선 역사를 돌아봤다고 밝혔다.
5000번째 인도 선박은 필리핀 해군에 넘긴 초계함 2번함 ‘디에고 실랑함’이다. 이 선박은 길이 118.4m, 폭 14.9m, 순항 속도 15노트, 항속거리 4500해리를 갖춘 최신예 함정이다. 이 함정은 지난 3월 진수돼 10월에 공식 인도됐다.
HD현대는 1974년 1호선인 초대형 유조선 ‘애틀랜틱 배런호’를 시작으로 총 68개국 700여 개 선주사에 선박을 공급해 왔다. 계열사별 인도 실적은 HD현대중공업 2631척, HD현대미포조선 1570척, HD현대삼호중공업 799척이다.
HD현대 관계자는 “조선 역사가 더 긴 유럽·일본도 달성하지 못한 세계 최초의 기록”이라고 설명했다.
선박의 평균 길이를 250m로 계산할 경우 5000척의 총길이는 1250km로, 이는 서울~도쿄 직선거리(약 1150km)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해발 8800m인 에베레스트산의 약 140배 높이에 해당한다.
HD현대 조선 사업은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이 1972년 울산 미포만에 조선소 건설을 추진하면서 시작됐다. 정 명예회장이 영국 금융권을 설득하기 위해 거북선이 그려진 500원권 지폐를 내보이며 “우리는 이미 400년 전 철갑선을 만든 민족”이라고 강조한 일화는 지금도 널리 회자된다.
정기선 HD현대 회장은 이날 행사에서 “5000척은 대한민국 조선업의 자부심이자 세계 해양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꾼 도전의 역사”라며 “다음 5000척을 향해 새로운 반세기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HD현대는 의미 있는 이정표를 기념하기 위해 조선 계열사 임직원과 협력업체 직원들에게 30만 원 상당의 상품권을 지급하기로 했다.
한편 행사에 참석한 박동일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정책실장은 “반세기 동안 K-조선의 위상을 높인 모든 임직원께 감사드린다”며 “정부는 MASGA 등을 통해 조선업의 새로운 기회를 만들고, 중소 조선사와 기자재 업체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K-조선 생태계 경쟁력 강화대책’을 곧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AI 조선소, 자율운항선박 등 차세대 조선산업을 지원하는 방안도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