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사람보다 섬세하게 기억한다

이상희 센드버드코리아 대표가 19일 서울 강남구 사옥에서 열린 신규 브랜드  ‘딜라이트.AI’ 출시 미디어 라운드테이블 에서 발표하고 있다. / 사진 = 센드버드코리아
이상희 센드버드코리아 대표가 19일 서울 강남구 사옥에서 열린 신규 브랜드  ‘딜라이트.AI’ 출시 미디어 라운드테이블 에서 발표하고 있다. / 사진 = 센드버드코리아

[시사저널e=송주영 기자] 센드버드코리아가 고객과의 대화를 분석해 정보를 저장하고 이를 근거로 세삼하게 고객의 상황을 살펴가며 대화하는 챗봇 ‘딜라이트.AI’를 출시했다. AI가 대화 맥락과 구매 패턴을 기억해 상담을 이어가고 고객의 상황에 따라 메시지 또는 전화로 연결한다. 센드버드는 이를 기반으로 AI 구매 프로세스 시장에서 내년까지 글로벌 톱3 진입을 목표로 했다.

이상희 센드버드코리아 대표는 19일 서울 강남구 센드버드코리아 사옥에서 열린 딜라이트.AI 출시 미디어 라운드테이블에서 “기업과 고객이 AI를 이용해 진정성 있게 소통을 가능케 하는 맞춤형 서비스, AI 에이전트 서비스를 소개하겠다”며 딜라이트.AI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이날 신제품 공개 행사는 서울 센드버드코리아 본사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동시에 열렸다. 센드버드는 지난 2013년 김동신대표가 창업한 기업으로 본사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다. 김 대표는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했다.

회사는 채팅, 메시징, AI 챗봇, 에이전트 서비스 등을 제공하며 글로벌 B2B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를 주력으로 한다. 고객은 북미 지역에 가장 많고 아시아 30%, 유럽 25% 등으로 구성됐다. 올해 기준 기업가치 약 10억5000만달러(약 1조45382억원)에 달하는 유니콘 기업이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사업은 이상희 대표가 이끌고 있다. 이 대표는 연세대 경영학과 출신으로 2015년 센드버드에 창업멤버로 합류해 현재 우리나라를 비롯해 싱가포르, 인도, 일본 등 아시아 시장 확장과 AI 비즈니스 전략을 총괄하고 있다.

이 대표는 “기업의 고객 지원은 단순한 효율화가 아닌,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관계의 영역으로 진화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고객의 기억과 감정을 이어주는 AI 에이전트 플랫폼을 구축했다”고 밝혔다.

딜라이트.AI는 대화와 행동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학습·저장하는 ‘에이전트 메모리 플랫폼(AMP, Agent Memory Platform)’으로 구성됐다. 그동안 CRM이 주문 내역이나 불만 접수 같은 정형 데이터를 관리했다면 AMP는 대화 맥락과 감정의 변화까지 포착한다. 이를 기반으로 AI가 다음 응대 시점에 맞춤형 발화를 제시하도록 설계됐다.

이 대표는 “딜라이트.AI는 단순히 응답을 자동화하는 챗봇이 아니라 고객의 맥락과 의도까지 기억하는 에이전트”라며 “CRM의 정적인 데이터가 아닌 살아 있는 고객 대화의 흐름을 실시간으로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AMP는 기업의 사업 목적에 따라 자동으로 응대 방향을 조정하도록 설계됐다. 재구매율을 높이려는 브랜드와 이탈 방지에 초점을 맞춘 서비스 간 응대 방식을 다르게 설계할 수 있다.

엄용철 센드버드 프로덕트매니저(PM)는 시연을 통해 AI의 ‘옴니프레젠스’ 기능을 선보였다. 웹사이트에서 신발을 검색하다 대화를 중단하자, AI가 문자로 다시 문의를 이어가고 이후 전화 통화로 자연스럽게 전환하는 시나리오를 시연했다.

엄 PM은 “채팅·문자·전화가 하나의 대화로 이어지며, 고객 맥락이 실시간으로 이전된다”며 “고객이 딸을 데리러 가느라 접속을 종료하더라도 AI가 문자를 보내 상담을 이어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기능은 각 채널의 로그를 통합 관리하는 구조로 고객이 중도 이탈해도 마케팅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설계됐다. AI는 배송 확인이나 재추천 연락, 날씨 알림까지 시점에 맞춰 자동으로 발송할 수 있다.

AMP와 옴니프레젠스가 결합하면 하나의 고객 경험이 완결된다. AI는 사용자의 구매 패턴과 선호를 기억하고 다음 대화에 반영한다. 예를 들어 고객이 과거 러닝화를 구매했을 경우, 이후 상담에서 “지난 구매한 신발은 잘 사용하고 있느냐”로 대화를 시작한다.

엄 매니저는 “이전 대화를 잊지 않기 때문에 고객은 자신이 존중받는다고 느끼게 된다”며 “AI가 고객의 삶을 함께 기억하는 것처럼 행동한다”고 말했다.

딜라이트.AI는 특정 언어·상황에 맞춰 발화 톤과 문체를 조정할 수 있도록 튜닝된다. 영어는 물론 20개국 이상 언어를 지원하며, 한국어 모델도 ‘존댓말’ 등 언어적 뉘앙스를 반영할 수 있는 형태로 개발 중이다.

센드버드는 기업이 AI를 안심하고 운용할 수 있도록 ‘트러스트 OS(Trust OS)’란 거버넌스 시스템도 공개했다. AI가 학습한 데이터의 출처와 행동 근거를 추적·관리하는 기능을 포함했다. 관리자는 AI의 반응이나 의사결정 과정을 검토하고 필요 시 인간이 개입해 수정할 수 있도록 ‘휴먼 모니터링 레이어’를 제공한다.

이 대표는 “AI 도입 기업이 개인정보 유출이나 오작동 위험을 우려하지 않도록, 운영 전 과정에서 투명한 통제 체계를 구축했다”며 “휴먼 인 더 루프(Human-in-the-loop) 기반의 거버넌스 모델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우리는 단순히 AI 기능을 덧붙이는 기업이 아니라, 태생부터 AI 네이티브로 구축된 플랫폼”이라며 “기업의 비즈니스 의도와 고객의 맥락을 동시에 이해하는 AI 에이전트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