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섭, 일부 임원 승진 움직임에 이사회 '부정 의견'
황창규 전 회장 등 통상 KT CEO는 임기 마지막해 인사 권한 차기 CEO와 상의하거나 넘겨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김영섭 KT 대표이사(CEO) 사장과 KT 이사회가 ‘임원 인사’를 두고 극심한 갈등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대표가 차기 CEO 후보와 논의 없이 임원인사를 단행하려 하자 KT 이사회가 규정 개정을 통해 부문장급 경영임원이나 법무실장을 임명·해임할 때 이사회에 보고토록 하는 등 김 대표의 인사 결정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는 후문이다. 이 가운데 김 대표는 전무급 이하 임원의 승진 인사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17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 이사회는 오는 18일 이사후보추천위원회(이추위)를 열고 차기 CEO 공모 응모자 명단 공개 여부 및 차기 CEO 공모의 향후 절차에 대해 논의한다. 특히 이사회는 지난 4일 개정을 단행한 규정과 관련 김 대표의 임원 인사 진행 여부에 대해서도 논의할 예정이다.
앞서 이사회는 부문장급 경영임원 및 법무실장에 대한 임명 및 면직과 주요 조직의 설치, 변경 및 폐지 등 조직개편에 관한 사항은 이사회의 사전 심의 및 의결을 받도록 규정을 개정했다.
해당 이사회 규정 개정이 이뤄진 배경을 두고 CEO의 고유권한 침해란 지적이 있는 반면, 김 대표의 측근 인사 승진 결정에 제동을 걸기 위한 조치란 주장도 KT 안팎에서 나온다. 김 대표가 해킹을 조직적으로 은폐 및 축소했단 비판을 받고 연임을 포기한 상황에서 수십여명의 측근 인사의 승진 인사를 단행하려는 것은 부적절하단 것이다.
통상 KT CEO는 임기 마지막해 인사 권한을 차기 CEO에 넘긴다. 2019년 임기 만료를 앞둔 황창규 전 KT 회장도 후임 CEO와 상의해 인사를 하겠단 뜻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후임 CEO인 구현모 전 대표는 2020년 1월 후보자 신분에서 본사 및 계열사 임원 인사 및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특히 상무급 이상 임원은 2년의 임기가 보장되는 만큼, 김 대표가 승진 인사를 단행하면 차기 CEO의 경영 기조에 부합하지 않더라도 ‘불편한 동거’를 지속해야 한다. 2년 임기를 다 채우지 않고 계약을 해지할 때도 2년치 연봉 및 직급에 해당하는 임원 퇴직금을 지급해야 하는 탓에 차기 CEO는 수십억원의 재무적 손실을 부담하게 된다.
KT 이사회에 정통한 통신업계 고위 관계자는 “김 대표가 일부 임원을 승진시키는 인사안을 올렸던 것으로 안다”며 “이사회가 해킹 사태의 책임이 있는 김 대표가 임원 인사를 단행하려는 것을 막기 위해 이사회 규정을 개정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통신업계 고위 관계자는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하면 임기가 최소 2년은 보장된다. 차기 CEO가 해당 임원을 내보내려면 2년치 돈을 줘야 한다. 퇴직금도 줘야 하는데, 이번에 승진을 시키면 승진한 직급을 기준으로 퇴직금을 정산하게 돼 못해도 수십억원의 추가지출이 생긴다”며 “물러날 사람이 인사를 단행하는 경우가 어디 있느냐”고 지적했다.
다만 KT 이사회가 CEO 고유권한 침해란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선 이사회 규정 개정이 한시적인 조치에 그쳐야 한단 지적이 나온다.
통신업계 고위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임기 마지막해 인사는 차기 CEO 후보와 상의 후 해왔단 점을 고려하면, 김 대표의 행보는 정상적이지 않다”면서도 “다만 인사권이란 게 대표이사의 고유권한이기 때문에 이사회 규정 개정이 한시적인 차원이 아니라 차기 CEO에도 지속된다고 하면 문제될 소지가 있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KT 관계자는 "임원 인사, 조직 개편 등과 관련해 이사회에서 논의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지난 16일 마감한 차기 CEO 공모에 현직 KT 임원은 이현석 커스터머부문장 부사장이, KT 출신 외부 인사는 박윤영 전 KT 기업부문장 사장, 김태호 전 서울교통공사 사장, 남규택 전 KTcs 대표, 박대수 전 KT텔레캅 대표, 박헌용 전 KT파워텔 대표, 홍원표 전 SK쉴더스 부회장 등이 지원했다.
외부 출신 인사 중에선 문재인 정부에서 대통령비서실 경제보좌관을 지낸 주형철 전 SK커뮤니케이션즈 대표, 차상균 서울대 명예교수, 김재홍 전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 황동현 한성대 교수(SW·ICT총연합회 공동의장) 등도 지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 임문영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부위원장과 홍성태 전 상명대 총장, 윤종록 전 미래창조과학부 차관,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 등도 하마평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