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1460원대 치솟아 긴장
환율 상승 시 위험가중자산 증가 및 건전성 악화 우려
고환율 장기화 여부, 생산적 금융 전환 변수될 수도
외화 리스크 관리 등 건전성 강화 총력 기울여야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60원대까지 치솟으면서 금융권의 자본비율 관리에 빨간불이 커졌다. 당장 내년부터 정부의 생산적 금융 기조에 부응해 관련 자금이 대폭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자본비율 관리가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향후 고환율 장기화 여부가 금융사들의 생산적 금융 전환에 있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철저한 리스크 대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환율이 1500원대를 돌파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은행들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금리 경로 불확실성이 확대된 가운데 위험회피 심리까지 확산하면서 달러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환율은 1450~1460원대를 오가며 불안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앞서 새벽 2시 종료되는 야간 거래까지 감안하면 7일에도 1460원대를 돌파한 바 있다.
환율이 상승하면 원화 환산액이 늘어나면서 위험가중자산(RWA)이 증가한다. 이 경우 금융지주의 핵심 건전성 지표인 보통주자본비율(CET1) 관리에 있어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은행권에서는 원·달러 환율 10원 상승 시 보통주자본비율이 0.01~0.03%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정부의 생산적 금융 대전환에 발맞춰 금융권이 모험자본 공급을 늘려야 된다는 점이다. 내년부터 위험가중자산 부담이 큰 기업대출·모험자본 등이 대폭 증가하는 만큼 금융지주입장에서 연말까지 자본비율을 최대한 끌어올려야 한다.
정부가 위험 가중치 조정 등 규제 완화를 예고하고는 있으나 실물경제 중심의 자금 운용이 금융권의 연체율 상승이나 부실화 위험 등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는 상황이다. 고환율이 장기화될 경우 중소기업들의 경영 부담이 커지며 연체율이 상승할 수 있다. 실제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의 올해 3분기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0.53%로 지난 2017년 1·4분기(0.59%)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아울러 KB·신한·하나·우리 등 국내 4대 금융지주의 3분기 말 기준 요주의여신(연체 1~3개월)은 총 18조3490억원으로 우리금융지주 출범으로 4대 금융 합산 통계가 시작된 2019년 1분기 이후 최대 규모다. 고정이하여신(NPL)도 9조2682억원으로 1년 전보다 18% 늘어났다. 금융사의 대출은 건전성에 따라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5단계로 분류할 수 있다. 이 중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합계를 고정이하여신으로 취급한다. 금융기관이 돈을 빌려주고 원금이나 이자를 3개월 이상 회수하지 못한 부실화 대출 채권을 의미한다.
정부의 생산적 금융 기조에 부응해 우리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는 향후 5년간 각각 80조원, 100조원 규모로 생산적 금융 등에 자금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박종무 하나금융지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달 3분기 실적발표에서 "매년 20조원 생산적·포용금융 자본을 투입하면 위험가중자산이 12조원 상승하고 CET1 비율 영향은 약 50bp(0.5%포인트)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는 각각 100조원 안팎에 달하는 생산적·포용금융 계획을 발표했다. KB금융지주는 2030년까지 110조원을 생산적·포용 금융 분야에 공급하기로 했다. 투자금융 25조원과 전략산업융자(기업대출) 68조원을 포함한다. 투자금융 부문은 국민성장펀드 10조원, 그룹 자체 투자 15조원으로 구성했다. 포용금융 17조원은 서민 취약계층과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성장과 재기 지원, 자산 형성을 돕는 금융·지원 프로그램 등으로 사용된다.
신한금융지주도 생산적 금융으로 국가 산업의 혁신 역량을 양성하는데 93조~98조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국민성장펀드 투자 10조원, 그룹 자체 초혁신경제 금융지원 투자 10조~15조원, 그룹 자체 초혁신경제 금융지원 기반 대출 72조~75조원 등으로 구성했다. 서민·소상공인·자영업자 등 금융 취약계층의 신용 회복과 재기를 위해 12조~17조원 규모를 지원한다.
업계 관계자는 "은행들이 기업대출을 확대하고 있지만 위험가중치(RW) 조정이 구체화되지 않아 자본 건전성 관리에 어려움이 크다"면서 "여기에 고환율 기조, 연체율 상승 등 자본 건전성 관리에 부담을 주는 요인들도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당분간 고환율이 예상되면서 각 금융지주와 은행들은 외화 리스크 관리 등 건전성 강화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