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실리콘 중심 탈피···전력 인프라 결합한 신성장 전략 공식화
텍사스 AI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ESS 확충, ITC 보조금 노려
비중국산 웨이퍼 ‘Non-PFE 밸류체인’ 구축···공급망 경쟁력 강화
실적 회복·운전자본 개선 속 자사주 4.5% 소각···주주환원 병행

이우현 부광약품 대표이사 회장. / 사진=부광약품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 / 사진=OCI홀딩스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OCI홀딩스가 폴리실리콘 중심의 전통 제조 구조에서 벗어나 ‘AI 인프라 기업’으로의 도약을 선언했다. 인공지능(AI) 확산으로 급증하는 전력 인프라 수요를 새로운 성장 기회로 보고, 데이터센터·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전력 기반 신사업에 투자를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은 11일 열린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OCI는 제조업 중심의 소재사업에 집중해왔지만, 올해부터 AI 인프라 사업으로 많은 투자와 노력을 집중할 것”이라며 “2030년 정도에는 AI 인프라 사업에서 전체 매출과 이익의 30%까지 만들어내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또 “회사가 갖고 있는 전력 인프라를 AI 인프라 사업으로 연결시켜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번 언급은 OCI홀딩스가 ‘AI 인프라 사업’을 그룹의 핵심 성장 전략으로 명시한 첫 사례다. 그동안 회사는 태양광·폴리실리콘 중심의 제조 포트폴리오를 유지해왔지만, 이번 컨퍼런스콜을 통해 AI 데이터센터와 전력 인프라를 결합한 새로운 사업 비전을 공식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 자료=OCI홀딩스
/ 자료=OCI홀딩스

◇ 텍사스서 AI 전력망 구축···데이터센터 인프라 확장

OCI홀딩스는 미국 텍사스주를 중심으로 AI 전력 인프라 구축 사업을 추진 중이다. OCI의 미국 법인인 OCI에너지는 현재 3.2기가와트(GW) 규모의 태양광 발전 프로젝트와 3GW 규모의 ESS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이 회장은 “요즘 화두가 되는 AI 데이터센터의 전 세계 3분의 2가 미국에 세워지고 있고 그 중 40%가 텍사스 내에 위치한다”며 “텍사스에서 지어지는 AI 데이터센터에 우선적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걸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이어 “OCI가 보유한 유휴부지와 제조공장을 AI 데이터센터로 활용하는 안을 고객사들과 협의하고 있다”며 “운영 주체를 직접 맡는 것은 아니지만, AI 데이터센터 운영 주체를 유치해 업의 형태를 데이터센터 인프라 사업 쪽으로 한 발자국 더 옮겨 가겠다”고 밝혔다.

회사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투자세액공제(ITC) 혜택을 활용할 계획이다.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BBBA)’에 따르면 오는 2027년까지 완공되는 태양광 프로젝트에 최대 50% 수준의 세액공제를 제공한다. 이를 기반으로 OCI홀딩스는 AI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 인프라를 주요 신성장 사업으로 삼는다는 방침이다.

OCI홀딩스 베트남 웨이퍼 공장 조감도. / 사진=OCI홀딩스
OCI홀딩스 베트남 웨이퍼 공장 조감도. / 사진=OCI홀딩스

◇ 비중국산 웨이퍼로 공급망 재편···“미국향 Non-PFE 공략”

OCI홀딩스는 이번 컨퍼런스콜에서 폴리실리콘 중심 사업을 넘어 비중국산(Non-PFE) 웨이퍼를 새 성장축으로 삼는 전략도 재확인했다. 이 회장은 “미국에서 웨이퍼가 없으면 태양전지 공장을 짓기가 어렵게 됐다”며 “사업 방향을 태양전지에서 웨이퍼로 바꾸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베트남 합작법인을 통해 비중국 폴리실리콘의 안정적 판로를 확보했고, 미국향 Non-PFE 공급망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OCI홀딩스는 싱가포르 특수목적법인 ‘OCI ONE’을 통해 베트남 엘리트솔라파워의 웨이퍼 공장 지분 65%를 인수했다. 이달 말 완공해 내년 초 Non-PFE 웨이퍼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회사는 향후 4000만달러를 추가 투자해 2026년 말까지 생산능력을 2.7GW에서 5.4GW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 회장은 “아직 비중국산 웨이퍼를 기기 단위로 공급하는 회사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분야에서 시장을 개척해 비중국산 웨이퍼로 프리미엄 가격을 받고 수익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말레이시아 사라왁 소재 OCI 사업장. / 사진=OCI홀딩스
말레이시아 사라왁 소재 OCI 사업장. / 사진=OCI홀딩스

◇ 실적 회복세···“4분기 정상화”

OCI홀딩스는 이날 3분기 매출 8451억원, 영업손실 533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전분기 대비 8.9% 늘었고, 영업손실 규모는 33.6% 줄었다. 미국의 관세 여파로 말레이시아 자회사 OCI테라서스가 지난 7~8월 두 달간 가동을 멈추면서 약 650억원 손실이 발생했지만, 9월부터 정상화되며 실적이 개선됐다.

이 회장은 “공장이 두 달간 가동을 멈춘 것은 폴리실리콘 사업을 시작한 2007년 이후 처음이었다”며 “9월부터 다시 (공장을) 돌리면서 고비용 재고를 대부분 소진했고, 11월부터는 원가가 정상화됐다”고 말했다. 그는 “판매량은 월 2500톤(t) 수준으로 회복됐고, 4분기부터는 정상적인 영업 볼륨을 되찾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태양광 지주회사 OCI엔터프라이즈는 상업용 고객 대상 모듈 공급 재개로 실적이 개선됐고 자회사 OCI에너지는 250메가와트(MW) 규모 프로젝트 매각으로 흑자전환했다. 반면 새만금 발전법인은 전력도매가격(SMP) 하락과 정비 영향으로 부진한 실적을 냈다.

폴리실리콘. /사진=OCI
폴리실리콘. /사진=OCI

◇ 주주환원 강화···“자사주 4.5% 소각 완료”

실적 부진 속에서도 운전자본 개선과 재고 축소로 재무 여력이 확보된 만큼 OCI홀딩스는 주주환원 정책 강화에 나섰다. OCI홀딩스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 소각을 단행한다. 회사는 이날 이사회에서 보통주 14만4685주(약 100억원 규모)를 소각하기로 결의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자사주 매입·소각 프로그램을 포함하면 최근 2년간 전체 발행주식의 4.5%가 소각됐다.

이 회장은 “작년부터 주주환원 대책을 계속 추진해왔다”며 “이번 소각으로 주주가치 제고 효과를 높이고, 내년에는 또 다른 주주환원 프로젝트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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