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불장' 호재···카뱅도 증시 호황 덕봐
가계대출 규제 강화는 부담···대출 성장률 '뚝'
가상자산 사업도 변동성 커···시장 부진 '부담'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케이뱅크가 사실상 마지막 기업공개(IPO) 도전에 나섰다. 최근 이어지고 있는 코스피 ‘불장’은 케이뱅크에 큰 기회가 될 전망이다. 다만 실적 전망이 부정적인 점은 문제로 꼽힌다. 가계대출 규제와 가상자산 시장 침체로 인해 이자·비이자이익 모두 늘리기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전날 한국거래소에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다. 케이뱅크는 예심 통과 후 내년 상반기 안에 상장을 마무리하는 것이 목표다. 이번이 세 번째 도전이자 마지막 기회다. 케이뱅크는 주주들과의 계약으로 인해 내년 7월까지 IPO에 성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케이뱅크에 있어 코스피 ‘호황’은 가장 큰 호재다. 코스피는 최근 잠시 주춤했지만 4000포인트 선을 방어하면서 다시 상승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도 당분간 오름세를 이어갈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증권사마다 상승폭에 대한 전망은 다르지만, 코스피가 전세계 증시보다 저평가돼 있으며 낮은 금리로 인한 유동성이 증가하는 상황이라는 전망의 근거는 일치한다.
인터넷은행 상장의 ‘모범사례’를 쓴 카카오뱅크도 증시 호황의 덕을 톡톡히 봤다. IPO가 이뤄진 2021년엔 ‘제로금리’ 시대가 되면서 시중의 유동성이 급증했고, 이 자금이 증시로 대거 흘러들어왔다. 이 영향으로 카카오뱅크는 공모가 산정 과정에서부터 투자자들이 크게 몰렸다. 특히 이번에 케이뱅크가 공모주 규모를 기존 8000만주에서 6000만주로 줄인 것도 공모가 산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케이뱅크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의문은 계속 남을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도 가계대출 규제가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주택담보·전세대출 의존도가 높은 인터넷은행 특성상 가계대출 규제는 악재다.
특히 현 정부는 가계대출 강화를 통해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되는 자금을 막으려하고 있다. 최소한 정권 기간인 5년 동안엔 대출 규제가 완화될 확률은 낮다.
실제로 규제로 인해 케이뱅크의 대출자산 성장세는 꺾였다. 올해 상반기 동안 원화대출금 잔액은 6.8%(1조1076억원)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기록한 성장률인 13.3%(1조8376억원)과 비교하면 크게 둔화된 것이다.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개인사업자 대출을 확대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그 결과 케이뱅크의 올해 2분기 이자이익은 직전 분기 대비 5% 감소했다. 1분기에 이어 두개 분기 연속 줄었다.
더구나 대출영업 외에 케이뱅크의 주요 사업으로 꼽히는 가상자산 사업도 변동성이 크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가상자산 시장 상황이 좋지 않으면 그만큼 이와 관련한 실적도 크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케이뱅크는 국내 1위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에 실명계좌를 발급해주고 있다. 이에 케이뱅크는 업비트를 이용하는 투자자의 예치금을 환매조건부채권(RP)매수로 운용해 이익을 얻으며, 계좌를 발급해주는 대가로 수수료이익도 챙긴다.
실제로 올해 2분기에 가상자산 시장이 부진하자 업비트 예치금 규모도 크게 줄었다. 6월 말 기준 케이뱅크의 RP매수 잔액은 3조5234억원으로 직전 분기인 3월 말(6조1980억원)과 비교해 43% 급감했다.
문제는 비트코인이 지난달 말부터 다시 내려가고 있단 점이다. 10월 초만 해도 12만달러선을 넘겼던 비트코인은 같은 달 말부터 하락하더니 현재 10만달러선도 위태로워졌다. 그간 비트코인이 크게 오를 것이라 예상하던 스탠다드차타드(SC) 은행은 올해 말 비트코인이 10만달러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을 수정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결국 상장 전 공개되는 올해 3분기와 4분기 실적을 통해 투자자들에게 성장 가능성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면서 “하지만 가계대출 규제를 이겨낼 수 있을진 미지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