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 공모물량의 90% 이상을 의무보유확약으로 묶어 품절주 유도
세나테크놀로지·큐리오시스도 기관물량 대거 묶어···품절주 전략 유행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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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최근 신규 상장한 노타와 이노테크의 주가 급등 배경에는 기관투자자 대상 배정 공모주식의 90%를 상장 직후 팔 수 없는 의무보유확약 물량으로 묶어놓은 ‘품절주’ 전략이 주효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증시 입성을 앞두고 있는 세나테크놀로지와 큐리오시스도 기관 배정 공모주식을 대거 의무보유확약으로 배정하면서 상장 후 유통주식물량을 대거 줄였다. 이를 놓고 공모주 시장에서 품절주 전략이 확산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노타·이노테크 공모주 대박 비결은 ‘품절주’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3일 상장한 노타와 7일 상장한 이노테크는 각각 기관 배정 공모주식의 91.88%, 89.38%를 상장 후 일정기간 동안 팔지 않겠다고 약속한 ‘의무보유확약’ 물량으로 배정했다.

기업은 전체 공모주식수의 최대 20%를 우리사주조합 물량으로 배정할 수 있으며 기관투자자에게는 60~80%, 일반투자자에게는 20~30%를 배정해야 한다. 노타와 이노테크는 우리사주 없이 전체 공모주식수의 75%를 기관투자자에 배정했고 25%를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청약 물량으로 배정했다.

기관투자자 배정 물량은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을 대상으로 미확약, 15일, 1개월, 3개월, 6개월 간 공모주식을 팔지 않겠다는 의무확약기간을 설정하고 배분한다. 상장 직후 매도 가능한 공모주식은 일반청약자 배정 물량과 미확약으로 배정된 기관 물량이다.

노타는 공모주식 291만6000주 가운데 75%인 218만7000주를 기관투자자에 배정했다. 기관 대상 수요예측 경쟁률은 1058.20 대1이었고 의무보유확약 신청한 물량은 59.75%였다. 노타는 기관 배정물량 218만7000주 가운데 91.88%에 달하는 200만9370주를 의무보유확약물량으로 배정했다.

이노테크는 전체 공모주식 176만주 가운데 일반청약자 배정물량이 44만주(25%)였고 기관투자자 물량은 132만주(75%)였다. 기관 대상 수요예측 경쟁률은 1072.41 대 1이었고 의무보유확악 신청비율도 56.0%에 달했다. 이노테크는 역시 노타처럼 기관 배정물량 132만주 가운데 89.38%에 달하는 117만9769주를 의무보유확약물량으로 배정했다.

노타와 이노테크가 기관 배정 공모주식의 90%가량을 의무보유확약으로 묶으면서 상장 후 유통가능물량은 급감했다.

노타는 전체 상장주식수 2116만1880주 가운데 유통가능물량이 기존 616만3200주(29.12%)였으나 415만3830주(19.63%)로 줄었고 이노테크 역시 전체 상장주식수 887만6900주 가운데 상장 후 유통가능물량이 기존 288만2813주(32.5%)에서 170만3044주(19.19%)로 급감했다.

유통가능물량이 급감하면서 노타와 이노테크 주가는 상장 직후부터 급등했다.

노타는 상장 첫날인 지난 3일 공모가(9100원)대비 240.66% 상승한 3만1000원에 장을 마쳤고 상한가가 이틀 연속 이어졌다. 지난 6일 장중에는 6만5300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이노테크 역시 상장 첫날인 지난 7일 주가가 가격상한선인 공모가의 4배까지 오르는 ‘따따블’에 성공했고 전날에도 상한가가 이어졌다. 이노테크 주가는 이날 장중 8만5000원을 찍기도 했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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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품절주 전략’ 대세로 굳어지나

신규상장 기업들이 기관 배정 공모주식 대부분을 상장 직후 매각할 수 없는 의무보유확약물량으로 배정하는 품절주 전략은 올해 하반기부터 보편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당국은 지난 7월부터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기업들에 ‘의무보유 확약 우선배정제도’를 적용했다.

바뀐 규정에 따라 IPO기업은 공모주식의 최소 40%(올해까지는 30%)이상을 일정 기간 공모주식을 팔지 않겠다는 의무보유확약을 신청한 기관에 우선 배정해야 한다.

만약 배정물량 비중이 기준에 미달하면 주관사가 공모 물량의 1%(상한금액 30억원)를 직접 인수해 6개월간 보유해야 한다. 이는 기관들이 상장 당일 공모주를 대거 매도해 수익을 챙기는 '단타'를 막기 위한 제도다.

하지만 IPO기업들과 상장주관사들은 오히려 IPO기업의 기관배정 물량의 대부분을 의무보유확약으로 묶어버리는 품절주 전략으로 선회하기 시작했다.

대한조선의 경우 기관 배정 공모주식 가운데 80%가 넘는 물량을 의무보유확약으로 배정하면서 상장 후 유통가능한 주식물량을 12.6%로 낮췄고 명인제약 역시 전체 기관 배정 물량의 89.74%를 의무보유확약 물량으로 배정하면서 상장일 실질 유통가능물량을 전체 상장주식수의 11.26%까지 줄였다.

상장을 앞둔 세나테크놀로지와 큐리오시스 역시 품절주 전략에 동참한 것으로 파악된다.

14일 상장하는 세나테크놀로지는 공모주식 56만주가운데 기관투자자에 39만2000주를 배정했는데 수요예측에서 의무보유확약 신청물량이 17.04%로 다소 낮았다. 하지만 세나테크놀로지는 의무보유확약 물량으로 기관 배정물량의 77.02%인 30만1918주를 배정했다. 이를 통해 상장 후 유통가능물량을 201만9913주(36.22%)주에서 171만7995주(30.8%)로 낮췄다.

13일 상장하는 큐리오시스는 이보다 더욱 극단적으로 의무보유확약 물량을 배정했다.

큐리오시스는 120만주를 공모하는데 이 가운데 기관 배정물량은 85만8000주였고 큐리오시스 수요예측에서 기관투자자의 의무보유확약 신청물량은 67.57%였다.

큐리오시스는 의무보유확약 물량으로 무려 97.89%인 83만9899주를 배정했다. 이를 통해 큐리오시스의 상장전 유통가능물량은 250만6834주(32.96%)에서 166만6935주(21.92%)로 급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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