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과 디지털전환 사례 공유
“한국, SAP 글로벌 혁신의 엔진”
[시사저널e=송주영 기자] SAP코리아가 설립 30주년을 맞아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로 사옥을 옮기며 새로운 도약을 선언했다.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데이터 통합 플랫폼(BDC, Business Data Connectivity)를 중심으로 차세대 기술로 전환을 추진한다.
SAP코리아는 11일 창립 30주년을 맞아 우리나라 시장의 중요성과 향후 비전을 소개하는 기자간담회를 서울 여의도 IFC에서 열었다. 행사에는 사이먼 데이비스 SAP 아태지역 총괄 회장, 신은영 SAP코리아 대표이사, 권일 CJ제일제당 넥스트ERP TF리더 등이 참석했다.
SAP코리아는 우리나라에 ERP가 막 도입되기 시작하던 지난 1995년 15명 규모로 출발했다. 30년이 지나면서 현재 800여명 규모로 성장했다. SAP코리아 이외에도 300여명 규모의 SAP랩이 반포 사옥에 자리잡고 있다.
신 대표는 “우리나라 기업들은 신기술을 능동적으로 잘 받아들인다”며 “SAP가 5년 전 클라우드 전환을 본격화할 당시, 우리나라 기업들이 과연 클라우드를 받아들일지 의문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클라우드를 ‘왜’ 써야 하느냐보다 ‘언제’ 도입할 것이냐를 묻는 단계로 진입했다”고 말했다. SAP코리아에 따르면 클라우드 전환률은 60%를 넘었다.
또 그는 “우리나라 기업들은 타 국가와 비교해 2~3단계 깊은 피드백을 제공하고, 본사도 그만큼 준비를 두 배로 한다”고 강조했다.
크리스찬 클라인 SAP CEO는 올해만 두 차례 방한했고, 아태지역을 새로 담당하게 된 사이먼 회장은 연초 취임 후 9개월 동안 5번 한국을 찾는 등 본사 차원에서 관심이 크다.
데이비스 회장은 “한국 고객들은 열정적으로 변화를 받아들이며 글로벌 시장에 강한 영향력을 주고 있다”며 “삼성, LG, 현대, SK, CJ 등 주요 기업들과의 협력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SAP는 우리나라 기업이 AI를 빠르게 받아들일 것으로 전망하며 이를 강조했다.
데이비스 회장은 “AI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차세대 역량으로 자리 잡고 있다”며 “SAP의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 스위트 전반에 내재화돼 있으며, 반복 업무의 80%를 AI가 대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SAP는 이런 AI 역량을 구체화한 기능으로 ‘SAP AI 코파일럿 쥴(Joule)’을 소개했다. 쥴은 사용자의 업무 문맥을 이해해 보고서 작성, 데이터 분석, 의사결정 지원을 수행하며, 한국어를 지원한다. 우리나라 기업 중 20여 곳이 이미 AI 역량을 강화하는 데 이를 활용하고 있다. 활용 기업도 의료, 중공업, 제조 등 다양하다.
SAP는 최근 개발자 행사 ‘테크에드’에서 BDC와 스노우플레이크의 연동을 발표했다. SAP 데이터와 비SAP 데이터를 통합 분석할 수 있다.
SAP는 이날 대표 고객사 중 하나인 CJ제일제당 사례를 발표했다. CJ제일제당은 지난 2017년 바이오 부문에서 SAP의 ‘S/4HANA’ 솔루션을 처음 도입했다.
권 리더는 “글로벌 공급망관리(SCM) 모델을 갖추면서 중앙화된 시스템의 필요성이 커졌다”며 “ERP 통합을 통해 데이터 일관성과 가시성을 확보했고, 자회사와 본사 간 정보 균질화를 이루며 글로벌 사업 확장을 가속화했다”고 말했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식품사업부문도 S/4HANA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권 리더는 “식품사업을 디지털 기반으로 혁신하기 위해 온프레미스 대신 클라우드 전환을 선택했다”며 “아리바 등 신규 모듈을 도입하고, AI 기반 데이터 관리체계인 BDC와 시그널뷰어(를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PDF로 아카이빙되던 자산 정보를 ‘살아있는 오피스 디지털 트윈’ 형태로 전환해 프레스 자산화를 추진 중”이라며 “CJ올리브네트웍스 등과 함께 실제 구현을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CJ제일제당의 ‘넥스트 ERP’ 프로젝트는 2027년 본격 가동을 목표로 한다. 권 리더는 “SAP의 기술적 진화 속도와 함께 얼마나 많은 혁신이 가능할지 기대가 크다”고 밝혔다.
데이비스 회장은 한국을 “한국은 차세대 기술을 가장 빠르게 도입하는 시장 중 하나로, SAP의 아태지역 3만명 직원 중에서도 혁신 속도가 가장 빠르다”며 “한국의 AI·클라우드 기술 확산은 글로벌 시장 성장의 중요한 동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강력한 파트너십, 고객과의 협업, 그리고 한국의 교육·정책 환경이 SAP의 미래 성장의 세 축”이라며 “한국 정부의 AI 비전과 산업 전략에 발맞춰 SAP도 AI의 비즈니스 가치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SAP코리아는 여의도 IFC 이전을 계기로 R&D와 고객지원 기능을 통합한 엔지니어링 랩을 강화하고 AI 혁신 거점으로 육성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