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5조원 넘는 영업이익으로 분기 최대 실적 전망
한전채 한도 상향 일몰 앞두고 호실적 이어질지 주목
높아진 환율은 부담···전기 요금 인상 가능성은 긍정적 요인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한국전력이 3분기 사상 최대 분기 이익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전기요금 인상 효과가 이어지고 원재료값 하락에 연료비 부담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내년에도 전기 요금 인상과 함께 원가 부담 완화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그동안 누적된 재무 리스크를 어느 정도 덜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10일 전력업계에 따르면 한국전력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5조627억원으로 형성돼 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기록한 3조3961억원 대비 49% 증가한 수치다. 증권가에선 컨센서스보다 약 8000억원이 더 많은 5조8000억원의 영업이익으로 분기 사상 최대 이익이 가능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동안 깊은 적자의 늪에 빠졌던 것을 감안하면 드라마틱한 실적 증가세다. 한국전력은 지난 2021년 5조846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데 이어 2022년에는 무려 32조6552억원의 적자를 냈다. 다음 해인 2023년에도 4조5416억원의 손실로 마감했다. 그러다 지난해 8조3647억원의 영업이익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올해에는 이익 규모를 더욱 키우는 모습이다.
한국전력의 호실적에는 전력요금 인상 효과가 크게 작용했다. 정부는 한국전력의 재무 여건 악화를 고려해 지난해 10월 산업용 전기요금을 평균 9.7% 올렸다. 특히 대기업·중견기업 요금은 10.2% 인상돼 역대 최대 폭을 기록했다. 그동안 전기를 원가 이하로 공급해 온 구조가 일부 정상화되면서 실적도 개선됐다는 평가다.
여기에 원가 부담 완화도 실적 개선에 힘을 보탰다. 하나증권이 지난달 22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전력의 3분기 연료비와 구입전력비는 각각 5조4000억원, 9조3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9.3%, 3.3%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연료비는 원·달러 환율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주요 원자재 가격 하락과 LNG 발전 비중 축소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전력의 실적 회복세가 내년에도 지속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동안 한국전력의 발목을 잡았던 재무 부담도 완화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국전력은 2021년부터 시작된 적자로 인해 운용자금 등을 부채로 충당하면서 부채가 급격히 늘었다. 올해 2분기 말 기준 총부채는 206조원으로 자본총계인 44조원을 훌쩍 넘는다.
특히 한국전력의 주요 자금 조달 수단인 한전채 발행 한도가 다시 줄어들 수 있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현행법상 한국전력은 ‘자본금과 적립금을 합한 금액의 2배’를 초과해 사채를 발행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다. 그런데 2022년 말 한전채 잔액이 한도에 근접하자 정부와 국회는 한도를 한시적으로 5배까지 확대하는 법 개정안을 통과시켰고, 이 법의 효력은 2027년 말 일몰된다. 이는 그만큼 실적 회복의 중요성이 커졌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실제 업계 안팎에서는 한국전력의 내년 실적 회복 가능성을 높여잡고 있다. 무엇보다 올해 한국전력 실적 회복의 바탕이 됐던 전력요금 인상이 한 차례 더 나올 가능성이 제기된다. KB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2028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가동, 2030년 서해안 에너지고속도로 개통 등 전력망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지역별 차등요금제가 도입돼 전기요금이 인상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다만 거시경제 환경에 따라 한국전력의 실적 변동성이 다시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하락세를 보이던 LNG 도입 단가와 국제 석탄 가격이 경기 흐름에 따라 반등할 가능성이 있고, 상승세를 이어가는 원·달러 환율 역시 부담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런 요인들이 맞물릴 경우 한국전력의 실적 회복 속도는 다소 완만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