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 사례, 처방받은 4품목 중 특정 제약사 3품목 포함
무조건 처방 약품 교체 요구한 척추전문병원 의사 사례도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본론에 들어가기 전 과거 기자수첩에서 거론했던 ‘현명하다’란 단어를 들여다보려 한다. 당시 유사 단어들과 일부 혼동은 있었지만 ‘현명하다’를 ‘어질고 영리해 사리에 밝다’로 정의한 부분이 있었다. 현명함의 한 사례로 언급한 것은 ‘문제 해결 능력의 뛰어남’이었는데 기자가 생각하는 부분은 판단력 우수도 포함된다.
기자가 올 여름부터 경험한 두 가지 사례는 단순하게 일부 지역에 한정된 일부 내용은 아니라고 판단된다. 현명하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 판단력이 있다는 전제조건 하에서 누구나 알 수 있는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쉽게 설명하면 눈치와도 연결된다. 우선 평생 제약사에서 근무한 후 현재는 은퇴 생활을 여유 있게 즐기고 있는 지인은 기자 자택 인근에 거주한다. 동네에서 우연히 만나면 인사하고 근황을 묻는 사이인데 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8월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지인은 스트레스를 받았고 다소 흥분한 상황이었다. 일단 화를 가라앉히고 이야기를 들어봤다.
나이가 있기 때문에 평소 허리가 좋지 않아 병원 치료를 받았는데 당시 지인이 방문한 의료기관은 비교적 유명한 관절과 척추 전문 정형외과 병원이었다. 복수 의료기관에서 치료 받아 몸 상태를 잘 인지한 그는 담당 의사 치료에 불만이 있었는데 처방전을 수령한 후 더욱 놀랐다고 한다. 처방받은 해당 약제 4개 중 중견 A제약사 품목이 3개를 점유하고 있었다는 설명이다. 업계에 따르면 통상 복수 의약품이 처방되면 이중 오리지널 품목이 1개 정도 들어간다. 아울러 제약사 인지도가 높은 품목이 들어가는 것이 관행이고 이를 누구보다 잘 아는 지인도 희망했던 부분이다. 하지만 당시 처방전 4개 품목은 모두 제네릭(복제약)이었고 A제약사 품목이 3개여서 화가 났던 것이다. 물론 제네릭을 낮게 평가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같은 처방은 관행과는 거리가 있는 부분이다.
대한민국 의료시스템을 아는 국민이면 누구나 어느 정도 짐작이 가능한 상황이다. 기자의 설득으로 합리적이고 판단력이 빠른 지인은 이성을 되찾았다. 하지만 막상 본인이 이런 상황을 당하게 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는지 지하철역 등에서 우연히 만날 때마다 A제약사 건을 이야기하곤 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명확한 증거가 없고 일부 사례지만 A제약사가 불이익을 받아야 하는 거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가 낸 세금으로 월급 받는 공무원이 필요하다. 세무조사를 받은 A제약사는 거액으로 추정되는 추징세액(추징금)을 납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무조사를 취재할 당시 만난 복수의 A제약사 퇴직자는 비판을 쏟아냈다. 그 영향인지는 몰라도 주력품목 한계 등으로 경영실적이 주춤한 상황으로 전해졌다.
같은 아파트 같은 라인에 거주하는 할머니 한 분은 지극히 평범한 이웃이다. 같은 라인이어서 비교적 자주 마주치는데 최근 엘리베이터를 타고 같이 내려가 대화할 기회가 있었다. 외모처럼 현명함이 묻어나는 분이다. 그분도 역시 허리가 좋지 않아 모 척추전문병원 지점에서 2000년대 초반 수술을 받은 후 해당 의사를 따라 같은 병원 다른 지점을 방문했다. 하지만 이듬해 담당 의사가 지방으로 자리를 옮긴 상황에서 새로운 의사를 소개받았는데 그가 갑자기 복용하던 의약품 교체를 강요했다고 한다. 교체 사유나 배경은 설명하지 않았다. 이에 이 분은 교체를 사양했고 해당 의사는 “예, 됐습니다. 나가세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진료실에서 나온 이 분은 병원 직원에게 “환자가 의사를 지정해도 되죠?”라고 물었고 직원은 “네 그렇습니다”라고 답했다는 설명이다. 기존 처방전은 수령했고 해당 의약품도 유지됐으며 이듬해 그 병원을 다시 찾았을 때는 다른 의사를 요청했다고 한다. 물론 이 내용은 일방적인 한편의 주장이지만 지인 사례와 묶어서 볼 때 생각의 여지가 있는 부분이다. 이분에게서 들은 서울시 강서구 모 상급종합병원 사례는 병원이 얼마나 환자를 푸대접할 수 있는지 짐작이 가능한 내용이다. 역시 이 사례도 주장이라고 볼 수 있지만 기자가 해당 기관을 출입하면서 보고들은 부분이 있기 때문에 사실과 부합되는 측면이 있다.
해당 제약사나 해당 병원 입장에서는 억울한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다. 지인 사례의 경우 담당 의사가 필요해 처방한 것이고 할머니 사례 역시 우리가 모르는 약품 교체 사유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몸이 아프면 예민해지는 것이 환자들이다. 환자들이 의혹을 제기하거나 오해할 수 있는 부분은 아예 없애거나 최소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 역할은 제약사와 병원이 해야 한다. 환자들은 본인 몸 치료 하기에도 분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