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철의 아무튼세금⑪
부동산 3차 대책 효과 의문… 시장은 세제 신호를 기다린다.
정부의 세 번째 부동산 대책이 나왔다. 결은 분명하다. 6월 말 1차6·27대책에서 강력한 대출 규제를 앞세워 수요를 눌렀고, 뒤이은 2차 대책에서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축으로 공공주택 공급 확대에 방점을 찍었다. 그리고 이번 3차 대책은 다시 수요 억제다. 돈의 흐름을 조이고, 기대 심리를 낮춰 가격을 다독이겠다는 뜻이다. 시장은 이미 방향을 알아챘다. “정부가 다시 브레이크를 밟았다”는 말들이 나온다.
1차 대책의 메시지는 직관적이었다. 빚내서 집 사는 길을 좁히겠다는 것. LTV·DSR 잣대가 엄격해지고, 다주택자·고가주택 보유자에겐 더 높은 문턱이 세워졌다. 과열을 식히는 데는 약발이 있었다. 거래는 다소 줄었고, 매수 문의도 잠시 숨을 골랐다. 하지만 ‘거래가 식는다=가격이 바로 꺾인다’는 공식을 믿기엔 시장은 영리했다. 수요를 눌러 가격을 만들려면 심리까지 흔들어야 한다는 걸 모두가 안다.
그래서 2차 대책은 공급으로 방향을 틀었다. 민간이 더딘 사이 공공이 앞장서 판을 깔겠다는 시도였다. LH 주도 공공주택 물량을 본격화하고 인허가와 절차를 다듬어 속도를 붙이려 했다. 다만 공급은 시간의 예술이다. 숫자는 빠르게 늘릴 수 있어도, 착공과 준공은 달력 위를 천천히 걸을 수밖에 없다. 당장 체감되는 건 ‘늘어난다’는 약속이지, ‘들어간다’는 집 열쇠가 아니다. 시장은 그 간극을 본다.
이번 3차 대책은 다시 수요를 향했다. 대출 문턱을 한 번 더 높이고, 레버리지 유인을 차단하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췄다. 저금리의 잔상에 기대던 ‘지렛대 투자’는 더 어렵다. 수요의 스위치를 끄면 가격은 결국 반응한다는 믿음, 정부가 붙든 가설은 합리적이다. 다만 현장에선 벌써부터 이런 우려가 나온다. “거래는 막히는데 호가는 꿈쩍 안 한다.” 강남 재건축은 관망으로 버티고, 수도권 외곽은 미분양이 쌓일까 걱정도 있다. 살 사람도, 팔 사람도 ‘지금은 아니다’고 말하는 국면. 이른바 거래 절벽 공포다.
결국 시선은 세금으로 향한다. 보유세다. 한국의 세제 구조는 오래전부터 “보유는 낮고 거래는 높다”는 말로 요약돼 왔다. 보유세 실효 부담이 낮으면 집을 들고 갈 이유가 생기고, 취득세·양도세가 높으면 내놓을 이유가 줄어든다. 매물은 잠기고, 가격은 적은 거래에서 형성된다. 정부가 수요 억제의 브레이크를 밟으면서도 보유세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까닭이다. 직접적인 세율 인상은 정치적 저항이 크다. 그래서 공정시장가액비율 조정 같은 ‘간접 증세’의 통로가 늘 거론된다. 명목은 바꾸지 않아도, 실효는 달라지는 방식이다.
과거의 실패도 머릿속을 스친다. 노무현 정부가 종합부동산세로, 문재인 정부가 보유세·공시가격 인상으로 대응했지만, 결과적으로 시장 심리를 꺾는 데엔 번번이 실패했다. 이유는 단순하다. 세금은 시장의 ‘가격’보다 시장의 ‘기대’를 더 자극한다. “앞으로 더 오른다”는 믿음이 굳어지면 보유세는 ‘팔기보다 버틸’ 명분이 된다. 그 사이 공급은 늘지 못하고, 거래는 더 얇아진다. 세금을 올려서 가격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세금을 예고하고 논쟁하는 동안 가격이 오르는 역설. 한국 부동산의 역사는 그 역설의 반복이다.
그럼에도 세제 논의는 피할 수 없다. 수요와 공급의 스위치를 번갈아 올리고 내리며 미세 조정하는 방식은, 지금처럼 심리의 탄성을 키운 시장에선 지지력이 약하다. 보유세와 거래세의 비중을 조금씩 이동시키는 중장기 로드맵-이를테면 거래세 완만 인하와 보유세 점진 상향 같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합리적이다. 단, ‘점진’과 ‘예고’가 핵심이다. 깜짝 발표는 가격이 아니라 신뢰를 때린다. 신뢰가 무너지면, 같은 세율도 더 아프게 느껴진다.
이번 3차 대책의 효과는 시간이 지나야 드러날 것이다. 다만 정부가 곧 세금 카드를 꺼낼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정부가 직접 세율을 인상하든,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조정하든, 혹은 재산세와 종부세 체계를 단순화하든, 그 방향은 결국 ‘보유의 비용을 보다 명확히 하자’는 데 있을 것이다.
문제는 타이밍이다. 너무 이르면 조세 저항이 앞서고, 너무 늦으면 기대 인플레이션이 굳어진다. 이재명 정부의 1차·2차·3차 대책은 시장에 명확한 시그널을 던졌다. 1차에서 수요를 눌렀고, 2차에서 공공 공급을 밀었고, 3차에서 다시 수요를 눌렀다. 깜짝 카드 대신 예고된 로드맵, 단기 처방 대신 구조 개편. 세금만으로 집값을 잡지 않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있다면 시장은 정부 정책에 제대로 응답할 것이다.
editor 심효진
words 유재철〈시사저널이코노미〉정책·유통부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