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순익 전 분기 대비 1.4%↑···타 시중은행은 감소
비이자이익은 82% 급감···금융자산 운용 사업 '부진'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 / 사진=KB국민은행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 / 사진=KB국민은행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KB국민은행이 3분기에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많은 순이익을 거두면서 시중은행 실적 1위로 다시 올라섰다. 자산건전성 관리 등으로 비용 항목인 대손충당금 규모를 크게 줄인 덕분이다.

다만 비이자이익이 크게 줄어든 점은 해결해야 할 과제란 지적도 나온다. 특히 금융자산 운용 부문의 경쟁력 강화가 시급하단 평가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의 올해 3분기 순익은 1조1769억원으로 직전 분기 대비 1.4% 증가했다. 4대 시중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순익이 늘었다. 그 결과 3분기 누적 순익은 3조3645억원으로 신한은행(3조3561억원)을 약 100억원 차이로 제치고 시중은행 1위 자리를 탈환했다. 2분기까지 국민은행은 신한은행에 약 800억원 차이로 밀렸다.  

국민은행이 3분기에 호실적을 거둔 이유는 대손충당금이 줄었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이 3분기에 쌓은 충당금은 859억원으로 직전 분기 대비 74.3%(2487억원) 급감했다. 같은 기간 30.5%(726억원) 감소한 신한은행보다 더 크게 줄어든 것이다. 대손충당금은 대출채권, 주식, 채권, 펀드 등 은행이 보유한 금융자산 가운데 손실이 발생할 부분을 미리 파악해 비용으로 처리하는 항목을 말한다. 

경기 침체 속에서 건전성 관리를 통해 부실채권 증가를 최소화한 결과란 것이 국민은행의 설명이다. 더불어 일부 대출채권에 쌓아둔 충당금이 환입된 것도 컸다. 해외 인수금융 부실여신을 회수하고 지식산업센터를 매각한 결과, 이에 대해 쌓았던 충당금 710억원을 다시 이익으로 인식한 것이다.

국민은행은 인도네시아 법인의 부실채권이 아직 정리가 되지 않아 항상 충당금 부담이 있기에 이번 대규모 환입은 실적 개선에 큰 힘이 됐다.  

하지만 비이자이익이 710억원으로 직전 분기 대비 82% 급감한 것은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4대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많이 줄었다. 그 결과 순수한 영업 성적을 나타낸다 할 수 있는 충당금 적립 전 영업이익도 1조6598억원으로 같은 기간 12.2% 쪼그라들었다.

신한은행은 같은 기간 4% 감소했다. 충당금 환입이 아니었으면 3분기에도 신한은행에 1위 자리를 내줄 수 있었던 셈이다. 

/ 자료=각 사,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자료=각 사,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국민은행의 비이자이익이 부진한 원인은 주식, 채권, 외환, 파생상품 등 금융자산 운용 사업(트레이딩)의 부진에 있다. 3분기 운용이익은 1449억원으로 직전 분기 대비 67% 감소했다.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부진한 실적이다. 신한·하나·우리은행은 같은 기간 각각 48%, 19%, 40% 줄었다. 

운용이익 가운데 특히 외환·파생 관련 이익이 73% 쪼그라든 것이 문제다. 이 역시도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큰 감소폭이다. 환율 변동에 따른 영향을 크게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원·달러 환율이 3분기에 크게 상승하면서 국민은행을 비롯한 시중은행은 외환·파생 이익이 일제히 줄었다. 그런데 국민은행의 손실이 더 컸기에 일각에선 환율 위험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은행의 금융상품 운용실적은 올해 시중은행 최하위에 그치고 있다. 3분기 누적 이익은 8001억원으로 1위인 신한은행(1조1013억원)과 비교해 3000억원 넘게 밀렸다. 나머지 시중은행은 모두 이 이익 규모가 1조원을 넘어선 것을 고려하면 국민은행의 금융상품 운용 경쟁력이 뒤떨어진단 평가도 가능한 셈이다. 

국민은행이 앞으로 실적 성장을 위해선 비이자이익 사업을 더 강화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금리하락과 시중자금이 증시로 흘러들어가는 ‘머니무브’ 현상으로 인해 이자이익을 늘리기가 더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대출 금리가 내려가는 동시에 금리가 연 0%에 가까운 저원가성 예금에 있던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빠져나가 이자자산에 대한 수익성(순이자마진)이 하락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더불어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로 인해 대출자산 규모 자체를 늘리기도 쉽지 않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국민은행의 기초체력을 고려하면 시중은행 1위 타이틀을 차지하는 것은 이상하지 않다"라면서 "비이자이익도 주가연계증권(ELS) 판매가 재개되면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말했다. 

/ 자료=각 사,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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