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입찰 유찰 후 포스코이앤씨 가세
성동 한강변 대형 재개발 경쟁 본격화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6000억원 규모 금호21구역 재개발 사업 수주전이 본격적인 경쟁 구도로 접어들었다. 당초 롯데건설 단독 입찰이 예상됐으나 포스코이앤씨가 새로 합류하면서 판세가 달라졌다. 한강변 입지와 높은 사업성을 갖춘 성동구 핵심 사업지인 만큼 두 대형 건설사의 치열한 수주전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금호21구역 재개발 조합은 시공사 선정 절차를 진행 중이다. 최근 입찰 공고를 내고 다음 달 15일을 입찰 마감일로 정했다. 입찰은 총액입찰 방식으로 일반경쟁·도급제가 적용되며, 입찰보증금은 150억원이다. 조합은 연내 시공사 선정을 마무리해 사업 속도를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금호21구역은 서울 성동구 금호동3가 1번지 일대 7만5447㎡ 부지에 지하 6층~지상 20층, 총 1242가구 규모의 아파트와 부대복리시설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예정 공사금액은 약 6158억원으로, 3.3㎡당 약 868만원 수준이다.
이곳은 금호동 일대 재개발 구역 중에서도 한강 조망권과 교통 접근성을 모두 갖춘 입지로 꼽힌다. 인근에는 지하철 3호선 금호역과 5호선 신금호역이 위치해 도심·강남권 이동이 편리하며, 강변북로·동호대교·청구로 등 주요 간선도로 접근도 용이하다. 또한 단지 남측으로 한강과 응봉산, 북측으로는 남산 조망이 가능해 입지적 희소성이 높다는 평가다.
당초 금호21구역은 롯데건설 수주가 점쳐졌다. 앞서 8월 1차 현장설명회에는 롯데건설을 비롯해 제일건설, 금호건설, 효성중공업, 진흥기업 등 5개 건설사가 참석했으나 10월 본입찰에는 롯데건설만 응찰했다. 참여사 부족으로 자동 유찰되면서 조합은 재입찰 절차에 돌입했다.
하지만 지난달 30일 열린 2차 현장설명회에 포스코이앤씨가 등장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포스코이앤씨는 “내부적으로 참여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며, 사업성이 충분하다고 판단될 경우 적극적으로 입찰에 나설 계획”이라며 사실상 참여 의지를 드러냈다.
포스코이앤씨는 최근 서울 성수2구역 재개발 사업에서 철수하는 등 정비사업 참여를 신중하게 조율해왔다. 그럼에도 금호21구역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입장을 보인 건 이번 사업의 입지와 규모를 높게 평가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롯데건설은 1차 입찰 유찰 이후에도 2차 현장설명회에 참석하며 사업 참여 의지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강북권 재개발 수주를 확대하고 있는 롯데건설로서는 금호21구역 확보가 서울 동북권 입지 강화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다만 정비업계는 2차 현장설명회 참석이 곧 입찰 참여로 이어지지 않는 만큼 실제 경쟁이 성사될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입찰 마감일까지 약 한 달이 남은 상황에서 포스코이앤씨가 최종 참여를 결정할 경우 조합 입장에서는 더 유리한 조건을 이끌어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경쟁입찰이 성사되면 사업비 절감이나 프리미엄 제안 등 조합원 이익 극대화도 기대된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양사 모두 브랜드 경쟁력과 자금 동원력, 시공 경험을 갖춘 만큼 제안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며 “이번 입찰 결과는 금호21구역뿐 아니라 서울 동부권 정비사업 전반의 흐름을 가늠하는 지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호21구역은 1990년 이전에 지어진 노후 주택이 밀집하고 급경사지가 많은 지역으로 주거환경 개선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2010년 재개발 예정구역으로 지정됐다가 2013년 해제된 뒤, 10년 만인 2023년 정비계획이 다시 고시되면서 사업이 재추진됐다. 같은 해 9월 정비구역으로 지정되고, 12월 추진위원회 구성 승인을 거쳐 올해 10월 조합설립인가를 받으며 본격적인 사업 궤도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