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호황···증권 계열사 위탁매매·IB수수료 급증 전망
핵심 계열사인 은행 수익성 악화에도 증권 자회사로 만회할듯

(왼쪽부터) KB·신한·하나·우리·NH농협금융지주 서울 본사. / 사진=각 사
(왼쪽부터) KB·신한·하나·우리·NH농협금융지주 서울 본사. / 사진=각 사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최근 자금이 은행에서 주식시장으로 옮겨가는 ‘머니무브’가 이어지고 있지만 은행에 기반을 둔 금융지주는 오히려 걱정 없단 의견이 나온다. 금융지주는 은행뿐만 아니라, 증권사를 보유하고 있기에 머니무브로 대규모 수수료이익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금융지주는 최대 실적 기록을 계속 작성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의 지난달 30일 기준 요구불예금 잔액은 619조 9327억원으로 9월 말(648조 3154억원)과 비교해 28조3827억원 급감했다. 2024년 7월(-29조1395억원) 이후 1년 3개월 만에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다. 요구불예금은 아직 뚜렷한 용도나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대기 중인 시중자금으로 해석된다. 

업계는 머니무브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자자예탁금은 지난달 30일 기준 85조7136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달 24일 79조4825억원에서 사흘 동안 약 6조4000억원 급증한 것이다. 이 이간 코스피는 사상 최초로 4000선을 돌파하는 등 호황이 이어졌다. 

시중은행은 ‘비상’인 상황이다. 금리가 연 0%에 가까운 저원가성 예금인 요구불예금이 빠져나가면 은행 수익성(순이자마진)이 하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당국의 강도 높은 가계대출 규제로 인해 시중은행은 수익성 악화에 대비하기 더 어려워졌다.

대기성 자금이 부동산으로 가는 흐름이 있으면 이를 기회 삼아 주택담보대출을 대거 내주면 수익성은 내려가더라도 이자이익 자체는 늘릴 수 있다. 하지만 규제 때문에 이 작업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시중은행을 핵심 계열사로 보유한 금융지주는 정작 별다른 타격이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금융지주는 은행 뿐만 아니라 대형 증권사를 계열사로 두고 있기 때문이다. KB증권, 신한투자증권, 하나증권, NH투자증권 모두 자기자본이 5조원이 넘는 업계 10위권 증권사다. 우리투자증권은 아직 규모가 크지 않지만, 모기업인 우리금융지주가 대규모 지원을 준비하고 있다. 

우선 증권사는 증시 호황으로 위탁매매 수수료수익을 크게 늘릴 수 있다. 실제로 최근 증시가 상승하자 금융지주 증권사들의 위탁매매 수수료는 증가했다. KB증권의 올해 3분기 누적 자산관리(WM)수수료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4.4% 급증했다. WM수수료엔 위탁매매 수수료가 포함된다. 신한투자·하나증권의 위탁매매 수수료수익도 같은 기간 26%, 47% 크게 늘었다.  

더불어 증시 호황으로 증권사는 투자금융(IB) 이익도 확대 가능하다. 주식시장에 자금이 풍부하면 기업공개(IPO), 유상증자를 하는 기업들이 늘어난다. 이를 주관하는 증권사는 이에 대한 대가로 수수료이익을 챙길 수 있다. 더불어 유동성 장세가 이어지면 채권 시장도 활기를 띌 수 있다. 이러면 증권사들의 채권 발행 주관 수수료 증가로도 이어진다.  

증권사의 IB사업은 최근 몇년 간 부동산 시장 침체로 부진했다. 부동산 활황기에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을 무리하게 시행한 결과 대규모 부실 위기에 빠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식시장 활기가 이어지면 증권사는 다시 주식자본시장(ECM), 채권자본시장(DCM) 등 전통적인 IB 사업 영역에서 실적을 늘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제로금리’가 이어지던 2020~2021년 금융지주는 증권사의 호실적 덕분에 순익이 크게 늘었다. KB·하나증권, NH투자증권은 해당 기간 매해 순익이 전년 대비 40% 이상 급증했다. 신한투자증권은 당시 사모펀드 사태로 실적이 크게 줄었지만, 수수료이익은 마찬가지로 늘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지주는 이미 머니무브 현상에 대한 대응 전략을 수립해 놓은 상황"이라면서 "증시 호황기 동안 증권사가 효자 계열사 노릇을 제대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자료=금융투자협회,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자료=금융투자협회,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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