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세 협상 타결했지만 철강 관세는 50% 유지
철강업종 위기 심화 속에서 K스틸법 조속 통과 목소리↑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국내 산업계가 한·미 관세 협상 타결로 들떠있는 가운데 철강업계는 여전히 웃지 못하고 있다. 이번 협상에서도 50%에 달하는 고관세율이 유지되면서, 위기 국면이 지속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철강업계 경쟁력 강화를 위해 발의된 ‘K스틸법’부터 속도를 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1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이번에 타결된 한·미 관세 협상에서 국산 철강재의 미국 관세율 조정은 이뤄지지 않았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6월 철강을 ‘미국 안보의 핵심 품목’으로 지정하고 무역확장법 232조를 활용해 철강 품목에 대한 관세율 50% 부과를 결정했다. 이 관세율은 현재까지 변함이 없는 상태다.

업계에서는 이번 협상을 앞두고 ‘깜짝 인하’가 나오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있었다. 앞서 영국이 개별 국가 중 유일하게 미국과 철강 25% 관세율 조건을 수용하면서 관세가 낮아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협상에서 우선 순위가 밀리면서 관세 인하 기대는 꺾이게 됐다.

고관세가 지속될 경우 철강사들의 수익성 훼손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업계 우려가 크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철강 제품의 대미(對美) 수출 비중은 13.1%로 집계됐는데 이는 일본(11.4%)과 중국(9.9%), 인도(8%) 등 국가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수출 다면화를 한다고 하더라도 다른 국가들 역시 관세 장벽을 세우고 있는 모습이다.

그렇지 않아도 철강 업황은 여전히 긴 침체의 터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방 산업의 부진에 더해 중국산 저가 제품 공세로 가격 경쟁력마저 약화된 탓이다. 세계철강협회(WSA)는 내년 글로벌 철강 수요가 1.1~2.2% 성장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는데, 이 마저도 인도와 동남아 등 성장 시장 위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외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정책적인 도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연이어 제기된다. 그중에서도 K스틸법이 처리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K스틸법은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는 특별위원회를 설치해 5년 단위 기본계획과 연차별 실행계획을 수립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보조금·융자·세제 감면 등 재정·행정적 지원 근거도 담겼다. 

그러나 이 법은 8월 여야 106명 의원이 공동 발의된 이후 3개월째 감감무소식이다. 올해 정기국회 내 통과가 목표지만 철강산업의 위기를 감안했을 때 시일 내에 처리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업계 내 대세적인 시각이다. 

경북 포항을 비롯한 전남 광양, 충남 당진 등 상공회의소는 지난달 28일 ‘국내 철강산업 위기상황 극복 방안 공동 건의문’을 기후에너지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에 전달하며 K스틸법의 조속한 통과를 요청하기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철강은 자동차·조선·건설 등 주요 제조업의 필수 소재로, 국가 제조 경쟁력의 근간이자 안보 자립과도 직결된 핵심 산업”이라며 “산업 생태계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판으로 K스틸법의 조속한 처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대제철 인천공장 전기로. /사진=현대제철.
현대제철 인천공장 전기로. /사진=현대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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