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선 영풍 승소···정관 해석·경영판단권 범위 다시 쟁점
신주발행 효력 따라 지배구조 균형 달라질 전망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외국 합작법인’ 요건을 둘러싼 영풍과 고려아연의 법정 공방이 오는 5일 서울고법에서 2라운드를 맞는다.
고려아연이 2023년 HMG글로벌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신주를 발행한 조치가 정관상 허용된 ‘외국의 합작법인’ 요건을 충족했는지가 핵심 쟁점이다. 영풍은 해당 발행이 정관 위반이며 경영권 방어 목적의 행위라고 주장하고, 고려아연은 신사업 자금조달을 위한 정당한 결정이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12-3부는 오는 5일 오후 영풍이 고려아연을 상대로 낸 신주발행무효의 소 1차 변론기일을 연다.
이번 사건은 고려아연이 2023년 9월 미국 델라웨어주에 소재한 HMG글로벌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보통주 104만5430주(전체의 약 5.05%)를 발행한 데서 비롯됐다. HMG글로벌은 현대자동차·기아·현대모비스 3사가 공동 출자해 설립한 미국 현지 법인으로, 미래 모빌리티와 배터리 소재 등 신사업 투자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이 법인에 직접 출자하지 않고 2차전지 재활용 및 자원순환 사업 협력 차원에서만 참여했다.
이 신주발행으로 영풍 측 지분율은 약 35.22%에서 31.57%로 하락했다. 반면 같은 시점 고려아연 측 우호지분은 약 32% 수준으로 올라 양측의 지배력 균형이 변한 것으로 평가됐다. 이에 영풍은 이번 발행이 정관상 허용되지 않은 외국 법인에 대한 제3자 배정이자 사실상 경영권 방어용 행위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고려아연 정관에 따르면 회사는 원칙적으로 주주에게 신주를 우선 배정해야 하지만, 외국의 합작법인에 출자할 때에는 예외적으로 제3자에게 신주를 배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1심에서 HMG글로벌이 이러한 ‘외국의 합작법인’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신주발행을 무효로 봤다. 정관상 합작법인은 고려아연이 외국의 다른 법인과 공동 출자해 설립한 회사를 의미하지만, HMG글로벌은 고려아연이 직접 출자하거나 설립에 관여하지 않은 단순 외국법인으로 해석됐다. 법원은 이 같은 정관 위반이 주주의 신주인수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신주 발행 목적 중 일부가 2차전지 및 자원순환 등 신사업 추진이라는 경영상 필요에 따른 점이 인정된다고 보고, 경영권 강화를 위한 발행이라는 영풍 측 주장만으로는 전체 목적을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고려아연은 정관의 문언을 지나치게 협소하게 해석하면 정상적 자금조달이 불가능하다며 항소심에서 법리 재해석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정보 플랫폼 와이즈리포트의 2025년 10월 기준 자료에 따르면, 고려아연의 지분은 영풍 계열(와이피씨·한국기업투자홀딩스 등)이 약 36%, 고려아연 측 우호지분은 약 22%로 추정된다. 이번 항소심에서 HMG글로벌 신주의 효력이 회복될 경우 양측 지배력 격차는 8~9%포인트 이내로 좁혀질 전망이며, 반대로 무효가 확정될 경우 영풍 측이 최대주주 지위를 공고히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