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저널e=이동현 하나은행 부동산자문센터장 ] 부동산 투자는 거액의 뭉칫돈이 들어가기에 성공 또는 실패에 따른 명암이 극명하다. 만일 투자에 성공할 경우 큰돈을 벌수 있지만, 혹여 투자에 실패할 경우 들어간 금액이 크기에 그 후유증 역시 클 수밖에 없다. 특히 요즘처럼 부동산 시장이 방향성을 잃은 혼조기라면 마땅한 투자전략을 세우기가 쉽지 않다. 이러한 부동산 시장 혼조기에 자산가들의 대응전략을 살펴보자.
◇ 초강세 강남 신축 아파트, 지금이라도 들어간다
최근 2~3년 사이 서울 아파트 시장은 강세장을 넘어 초강세장을 시현하고 있다. 물론 그 중심에는 강남 아파트, 특히 강남발 신축 아파트가 자리하고 있다. 강남 아파트 평균가격이 평당(3.3㎡당) 1억 원을 돌파한 게 불과 몇 달 전 같은데, 최근 서초구 반포동 원베일리 전용 84㎡(국민주택 규모)가 3.3㎡당 2억 원을 넘어 거래됐으니 그저 놀랍기만 하다.
실제로 강남 신축 아파트의 경우 거래될 때마다 전고점을 깨트리고 있다. 이는 자산가들을 중심으로 형성된 기존의 강남 아파트 선호 현상에 일명 ‘얼죽신(얼어 죽어도 신축)’ 열풍이 가미된 것과 관련 깊다. 수요는 넘쳐나는데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니 신고가 경신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자산가들 사이에서 떠도는 “강남 신축 아파트는 매물만 나오면 지금이라도 들어간다.”는 말이 전혀 낯설지 않은 이유다.
◇ 아직은 시기상조 상업용 부동산, 좀 더 지켜보자
금리와 경기는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투자 성패를 좌우할 수 있는 핵심 변수다. 통상 상가, 오피스텔, 지식산업센터, 레지던스 등과 같은 상업용 부동산 상품은 대출을 활용해 임대수익을 노리고 투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임차인의 안정적 정착 여부가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문제는 작금의 경기상태가 매우 좋지 않고, 금리수준이 여전히 높다는데 있다. 최근 정부가 경기회복을 노리고 전 국민에게 민생회복용 소비쿠폰을 연이어 지급하고 있고, 시중은행의 대출금리 역시 조금씩 하향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당장 눈에 띄는 경기회복 징후나 금리인하 기조는 찾아보기 힘들다. 부동산에 일가견이 있다는 자산가들조차 상업용 부동산은 서둘러 투자할 대상이 아닌 신중하게 좀 더 지켜봐야할 투자처로 여기는 듯하다.
◇ 원수에게만 추천한다는 고위험 부동산, 관심조차 없다
우스갯소리로 원수에게만 추천한다는 부동산 상품이 있다. 분양형 호텔과 지역주택조합이 대표적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해당 부동산 상품에 무지한 투자자를 현혹시키고, 투자한 경우에는 손실 없이 빠져나오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다.
분양형 호텔의 경우 지나치게 높은 임대수익률(연 10~15%)을 제시해 투자자들을 현혹한다. 특히 은퇴 이후 노후생활을 염두하고 있는 일반인 투자자에게 접근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돌아오는 현실은 냉혹하다 못해 잔인할 뿐이다. 대출이자로도 턱없이 부족한 임대수익을 감내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분양형 호텔은 일반적인 부동산 매물이 아닌 관계로 투자자가 사정상 매각을 원하더라도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취급하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라 환금성도 매우 취약하다.
지역주택조합이라는 부동산 상품은 주변시세보다 매우 저렴한 가격에 아파트를 우선해 분양받을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투자자를 현혹한다. 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아파트 입주까지 가는 경우는 정말 희박하다. 시행사가 단독 또는 일부 조합원들과 공모하여 자금을 횡령하거나 지역주택조합 설립인가요건을 갖추지 못해 좌초하는 경우가 다반사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역주택조합은 폐쇄적이라는 상품 속성상 투자자가 중도에 빠져나기도 쉽지 않다. 역시 환금성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통상 자산가들은 분양형 호텔처럼 비정상적으로 높은 임대수익률을 내세운 상품을 제시받을 경우 오히려 의심하고 기피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또 지역주택조합처럼 시세보다 과도하게 저렴한 경우 서두르기보다는 철저한 검증절차를 거친 후 투자 여부를 결정한다. 더욱이 요즘처럼 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부동산 시장 혼조기라면 자산가들은 분양형 호텔이나 지역주택조합 같은 고위험 부동산 상품에는 관심조차 두지 않으려 한다.
◇ 내년 지방선거가 기대되는 토지 투자, 이렇게 대응한다
토지는 개발호재의 유무에 따라 투자의 성패가 갈리는 부동산 상품이다. 따라서 임대목적보다는 큰 폭의 가격상승을 노리고 접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당연히 개발호재를 부를 수 있는 이벤트 존재 여부가 매우 중요하다. 대표적인 이벤트로 선거(대선, 총선, 지선)를 들 수 있다. 특히 지방의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을 뽑는 지선의 경우 지역개발호재가 필연적인만큼 토지 시장의 최대호재로 인식되고 있다.
이런 이유로 내년 상반기 무렵에는 토지 시장이 꿈틀거릴 가능성이 농후하다. 하지만 기획부동산이 직접 판매하거나 기획부동산과 연계됐다고 의심되는 중개업자가 권유하는 토지는 개발정보와 상관없이 접근하지 말아야 한다. 자칫 패가망신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토지라는 부동산 상품을 바라보는 자산가들의 시선은 극과 극이다. 토지 투자를 최고의 투자처로 생각하는 자산가들과 아예 처음부터 기피하는 자산가들로 갈리기 때문이다. 이는 토지라는 부동산 상품이 속성상 ‘대박 아니면 쪽박’으로 연결되는 것과 관련 깊다. 토지를 최고의 투자처로 여기는 자산가들은 개발정보에 민감하고, 관련지식의 습득은 물론, 관공서 방문 및 현장답사에 열성이다. 게다가 여윳돈으로 투자하되 10년 이상의 장기보유를 염두하고 접근한다.
여하튼 내년 지방선거는 작금의 부동산 시장 혼조기와 상관없이 토지 투자를 원하거나 토지 매각을 원하는 자산가들에게 매력적인 이벤트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