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쿠폰 사용 결제 증가 따라 수수료 수익 호재 예상
결제 인프라 및 단기차입금 이자 비용 상쇄···득실 거의 없어
장기적으로 결제 정보 기반 소비자 데이터 확보 통해 새 서비스 창출 가능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제2차 민생소비쿠폰 신청 마감일이 다가오는 가운데 결제 수요 증가가 카드사들의 실익으로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소비쿠폰 사용 결제 증가에 따라 수수료 수익 등 호재가 예상되지만 결제 인프라 및 단기차입금 이자 비용 등과 상쇄돼 득도 실도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카드사들이 결제 정보에 기반한 소비자 데이터 확보를 통해 새로운 서비스 창출을 추진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제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신청이 오는 31일 자정에 마감된다. 정부가 총 13조9000억원을 투입해 1·2차로 추진한 소비 활성화 및 소상공인·자영업자 매출 지원 정책이 막바지에 달한 것이다.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 진행한 정책 사업인 만큼 신용카드사 수익 증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소비쿠폰 사용이 대부분 카드 결제로 이뤄지기 때문에 카드사들이 가맹점 수수료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에 따른 카드사 수수료 수익 현황'에 따르면 지난 7~9월 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카드 등 7개 전업 카드사의 소비쿠폰 사용건수는 신한카드 1047만건, KB국민카드 5660만건,현대카드 2542건, 삼성카드 2309만건, 우리카드 2024만건, 하나카드 1830만건, 롯데카드 984만건 등으로 나타났다.
가맹점 수수료 수익은 총 392억원에 달했다. 신한카드가 119억3000만원으로 수익 규모 1위를 차지했다. 이어 KB국민카드(85억원), 현대카드(49억9000만원), 삼성카드(49억3000만원), 하나카드(31억6000만원), 우리카드(31억원), 롯데카드(26억2000만원) 등 순으로 집계됐다.
소비쿠폰 시행 전 행정안전부는 카드사에 수수료 추가 인하를 요청했지만 카드업계는 "이미 우대 수수료율만으로도 역마진 우려가 있다"며 난색을 표한 바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 2월 연 매출 30억원 이하 영세·중소가맹점의 카드 수수료율을 0.05∼0.1%포인트 인하한했다. 소비쿠폰은 카드사 결제망을 활용해 연 매출 30억원 이하 소상공인 가맹점에서만 사용하도록 설계됐다.
결과적으로 수수료 수익만 놓고 보면 실제로는 이득을 봤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카드업계는 이번 수수료 수익이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입장이다. 가맹점 결제 대금을 먼저 선지급한 뒤 정부로부터 사후 정산받는 구조라 단기 유동성 조달 과정에서 이자 비용이 발생했고 결제망 인프라 유지비·인건비·안내 문자 발송 등 부대비용도 모두 카드사가 부담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업카드사의 가맹점 수수료 수익은 전년 대비 2900억원 넘게 줄었다.
현재 연 매출 3억원 이하 영세가맹점의 경우 카드 수수료율은 신용카드 0.40%, 체크카드 0.15%다. 10억원 초과~30억원 이하 가맹점 수수료율도 신용카드 1.45%, 체크카드 1.15%에 그친다. 일반 가맹점 평균 수수료율 2%대와 비교하면 사실상 원가에 가깝다는 것이 카드업권 의 설명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우대가맹점에는 원가 수준의 수수료만 받다보니 실제 발생할 이익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2021년 상생소비지원금 지급 건의 경우 오히려 손해를 본 카드사도 발생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카드사들이 소비쿠폰 선지급을 위해 단기차입을 늘린 상황을 또 다른 비용으로 지목하고 있다. 카드사들이 단기차입 비용을 감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신용카드사들의 단기차입 금액은 올해 상반기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감독원 통계시스템에 따르면 7개 전업 카드사의 단기차입 잔액 합계는 지난해 12월 말 2조8943억원에서 올해 3월 말 2조3152억원으로 잠시 줄더니 다시 6월 말 2조6947억원으로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또 "단기차입의 경우 어찌 됐든 나중에 돌려줘야 하는 금액인 만큼 카드사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소비쿠폰을 사용하는 소비자들의 결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어 특정 업종과 지역별 소비 패턴을 통해 소상공인 대상 특화 혜택 설계 등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소비쿠폰 사용 데이터를 통해 소비자 성향, 지역별 소비 패턴, 업종별 매출 흐름 등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새로운 카드상품 개발과 마케팅 등에 유용한 기반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쿠폰 결제 데이터를 활용해 지역·업종별 소비 패턴을 분석하고 소상공인 맞춤 혜택이나 생활 밀착형 상품 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