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원 6명 중 5명 찬성으로 금리 동결
금통위원 6명 중 4명, 3개월 내 금리 인하 가능성 열어둬
“11월 금리 결정, 불확실성 너무 큰 상황”
“금리로 부동산 가격 조절 못해···통화정책으로 가격 부추기지 않을 것”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한국은행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기준금리 인하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연내 금리 인하 여부에 대해서는 변수가 많다는 점을 언급하며 말을 아꼈다.

이 총재는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경기가 지금 잠재성장률보다 상당히 낮은 상황”이라며 “우리가 금리 인하 사이클에는 있지만 금융안정에 좀 더 무게를 두면서 인하의 폭과 시기가 조정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연 2.50%로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 7·8월에 이어 3차례 연속 금리 동결이다.

이 총재는 이날 금리 동결 배경에 대해 “수도권 주택시장이 과열 조짐을 나타내고 있고 이에 대응해 정부가 추가 부동산 대책을 발표함에 따라 통화정책 면에서도 주택 가격 상승 기대를 자극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환율의 경우에도 단기간 내에 변동성이 크게 확대된 만큼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고 밝혔다.

이날 금리 동결은 이 총재를 제외한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6명 중 5명의 찬성으로 결정됐다. 신성환 위원은 기준금리를 2.25% 수준으로 인하할 필요가 있다는 소수의견을 밝혔다. 신 위원은 앞서 기준금리가 동결된 지난 8월 회의에서도 금리 인하 소수의견을 낸 바 있다.

이 총재는 “신 위원은 주택 시장과 관련한 금융 안정 상황이 우려되지만 국내총생산(GDP) 갭률이 상당 폭 마이너스를 지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급적 빠른 시점에 금리를 인하하고 경기 및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을 지켜보면서 향후 금리 결정을 이어나가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3개월 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서 금통위원 6명 중 4명은 현재의 2.5%보다 낮은 수준으로 인하할 가능성을 열어놓아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반면 2명은 3개월 후에도 금리를 2.5% 수준에서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견해였다. 지난 8월 금통위 때와 비교하면 인하 가능성 의견이 1명 줄고 동결 의견은 1명 늘었다.

금통위는 오는 11월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앞두고 있다. 이 총재는 연내 기준금리 인하 여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그는 “우리나라와 미국의 관세 협상이 어떻게 되느냐 뿐만 아니라 미·중 관세 협상, 반도체 경기 사이클 등 굉장히 변수가 많다”며 “여러 가지 변수가 있어서 11월에 금리를 어떻게 결정할지에 대해서는 불확실성이 너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리 인하 기대로 부동산 시장이 과열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금리를 통해 부동산 가격을 조절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언급하며 선을 그었다.

그는 “한국은행이 금리를 통해 부동산 가격을 조절할 수 있는 것처럼 보는데 그건 아니다”라며 “통화정책으로 인해 부동산 가격을 부추기는 방향으로 가지 않는 스탠스에서 통화정책을 한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서울 집값의 과도한 상승이 국내경제 전반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통화정책을 통해 집값 상승을 부추기지 않겠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서울과 수도권 부동산 가격이 소득 수준을 고려하거나 사회적 안정을 유지하기에 너무 높은 수준”이라며 “부동산 자산 가격이 오르면서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고 부동산 가격 상승이 경제성장률이나 잠재성장률을 갉아먹는 쪽으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환율 상황과 관련해서 이 총재는 “환율로 인한 물가 상승 여지가 있는지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며 “올해 들어 유가가 18% 정도 떨어졌고 아직도 성장률이 잠재성장률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라 수요 압력이 거의 없기 때문에 환율이 올라가더라도 물가는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지금은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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