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월 이어 2.50% 동결, 3회 연속 숨고르기
“수도권 주택시장 및 가계부채 영향, 환율 변동성 등 지켜봐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사진=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사진=한국은행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연이은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 최근 환율 변동성까지 확대되면서 금리를 유지한 채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판단이다.

한국은행 금통위는 23일 오전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을 통해 “물가가 안정된 흐름을 지속하는 가운데 성장은 전망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지만 소비와 수출을 중심으로 개선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부동산 대책의 수도권 주택시장 및 가계부채 영향, 환율 변동성 등 금융안정 상황도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는 만큼 현재의 기준금리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앞서 금통위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2.50%로 동결했다. 지난 7·8월 금리 동결에 이어 3차례 연속 금리 동결이다.

금통위는 “국내경제는 물가가 안정적인 흐름을 지속하는 가운데 성장은 개선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무역협상, 반도체 경기 전망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확대됐다”며 “금융안정 측면에서는 정부의 추가 부동산 대책의 효과를 점검하는 한편 높은 환율 변동성의 영향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통화정책은 성장의 하방리스크 완화를 위한 금리인하 기조를 이어나가되 이 과정에서 대내외 정책 여건의 변화와 이에 따른 물가 흐름 및 금융안정 상황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기준금리의 추가 인하 시기 및 속도 등을 결정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세계경제는 미국 관세 인상의 영향이 가시화되면서 성장세가 완만히 둔화되고 물가경로는 국가별로 차별화될 전망이다.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장기 국채금리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미·중 무역갈등 재부각 등으로 하락했고 미 달러화는 주요국 재정건전성 우려 등에 영향받으며 상당 폭 등락했다.

금통위는 “앞으로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은 미·중 무역협상 및 품목별 관세 향방, 주요국의 통화·재정정책 변화 등에 영향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국내경제에 대해서는 건설투자 부진에도 소비 회복세 지속, 양호한 수출 증가세 등으로 개선 흐름을 이어갔다고 진단했다. 고용은 전체 취업자 수 증가 규모가 확대됐으나 제조업 등 주요 업종에서는 감소세를 지속했다.

금통위는 “앞으로 내수가 소비를 중심으로 회복세를 이어가고 수출도 반도체 경기 호조 등으로 당분간 양호한 흐름을 보이겠으나 미 관세 부과의 영향이 점차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올해 및 내년 성장률은 지난 8월 전망(각각 0.9%, 1.6%)에 대체로 부합할 것으로 보이지만 한·미 및 미·중 무역협상, 반도체 경기, 내수 개선 속도 등과 관련한 상·하방 불확실성이 확대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국내 물가는 9월 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1%, 근원물가 상승률(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이 2.0%를 각각 나타내는 등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갔다. 단기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9월 중 2.5%로 전월(2.6%)보다 소폭 낮아졌다.

금통위는 “앞으로 국내 물가는 환율 상승 등에도 불구하고 낮은 수요압력, 국제유가 안정 등으로 2% 내외의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에 따라 올해 및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2.0% 및 1.9%)과 근원물가 상승률(각각 1.9%) 모두 모두 8월 전망치에 부합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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