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0억달러 ‘선납’ 입장차 줄였는지 관건
경주 APEC 앞두고 양측 후속 조율 전망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미국 상무부 청사에서 한미협상을 마친 뒤 건물을 나서는 모습 / 사진=연합뉴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미국 상무부 청사에서 한미협상을 마친 뒤 건물을 나서는 모습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고명훈 기자] 한·미 무역 협상 담판을 짓기 위해 미국 워싱턴 DC로 날아간 한국 정부 각료급 4명이 방미 일정을 모두 마치고 귀국길에 올랐다.

이들 고위 당국자들은 방미 기간 양측 무역협상의 최대 쟁점인 3500달러(약 497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를 둘러싸고 이견을 좁히기 위한 집중 협상을 진행했으며, 이를 토대로 이달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최종 협상안을 발표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19일 주미대사관 관계자들에 따르면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18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귀국행 비행기에 탑승했으며 이날 오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들보다 하루 뒤인 19일 애틀랜타에서 귀국길에 오를 예정이다. 한국엔 20일 오후 도착한다. 김 장관은 조지아주 서배나에 위치한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과 현대자동차 공장을 방문해 업계 간담회 일정을 소화했다.

김 실장과 김 장관, 여 본부장은 지난 16일 한미 무역 협상의 주요 인물인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을 만나 2시간 넘도록 3500억달러 대미 투자의 구성과 방식에 대한 협의를 진행했다. 김 장관과 러트닉 장관은 지난 4일 추석 연휴 중 뉴욕에서 한차례 회동한 데 이어 2주도 채 되지 않아 다시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게 됐다.

이번 방미 동안 구체적인 협상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서둘러 양국 간에 협상 마무리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러트닉 장관과의 대화가 2시간 넘게 이뤄진 점에서 합의문 문안을 조율하는 단계까지는 진행됐을 거란 추정이 나온다. 다만, 한국의 3500억달러 대미 투자금에 대해 선불을 요구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에 변화가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앞서 15일엔 구 부총리가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과 회동해 미국의 대미 투자 선불 요구가 한국 외환시장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를 전달했으며, 베선트 장관으로부터 “충분히 이해한다”는 긍정적 반응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구 부총리는 당시 특파원단과 만나 “미국의 실무 장관들이 (한국의 사정을) 이해하고 있지만, 이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해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수용할지 여부는 불확실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협상 결과를 평가하면서 APEC 정상회의 개막을 앞두고 최종 합의문을 도출하기 위해 미국과 후속 협의를 이어갈 전망이다. 한국측 대미 투자금의 투입 기간과 투자 집행 과정에서 한국의 외환 보유 안정성이 위협받지 않도록 하는 장치를 둘지 여부 등이 막판 쟁점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김 장관은 이번 방미 일정을 통해 미국 조지아주 서배너의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과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를 방문하기도 했다.

김 장관은 지난 9월 미국의 대규모 불법 체류자 단속으로 대규모 직원 구금 사태를 겪었던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기업 간담회를 열고, 건설 진행 상황 등을 점검했다. 이어 현대자동차 공장을 방문해 인공지능(AI) 및 로보틱스를 활용한 최첨단 자동화 제조 설비 현장을 둘러보기도 했다.

간담회에서 김 장관은 “정부는 지난 구금 사태와 투자 프로젝트 지연 상황을 매우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우리 국민의 안전을 확보하고 기업의 해외 투자 권익을 보호하는 데 총력을 다할 것”이라며, “유감스러운 사태에도 이차전지는 한미 간 대표적 첨단 공급망 협력 분야다. 양국 간의 경제안보 협력 관계가 공고하게 지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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