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 선물 가격 올 들어 60% 상승···여전히 저평가 분석 나와
안전자산이지만 산업재 특성도 있어 경기 회복 시 우호적
반대 상황일 경우 변동성 커질 수 있다는 점 고려해야 지적도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금 현물 투자에 대한 과열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은(銀)이 대안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은은 안전자산이면서 산업재 특성도 지녀 경기 회복 기대와 맞물려 상승 여력이 부각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경기 둔화나 수요 위축 시 가격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은 리스크로 지적된다.

1일(현지 시간)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은 선물 가격은 트로이온스(t oz)당 47.31달러에 마감하며 2011년 4월 이후 최고가를 기록했다. 은은 올 들어 가파른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는데 최근 보인 강세로 연간 상승률만 60%를 넘어서게 됐다. 

/ 그래프=김은실 디자이너.
/ 그래프=김은실 디자이너.

은 가격이 큰 폭으로 뛰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투자 매력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이 은 가격의 몇 배인지를 나타내는 ‘금-은 비율’(Gold-Silver Ratio)의 최근 50년간 평균은 63.1배인데, 전날 기준 이 비율은 82배 수준을 기록했다. 은이 금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 상태에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은이 경기에 민감하다는 점에서도 조명을 받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은은 저항이 낮고 안정성이 높아 필수 산업재로 꼽힌다. 반도체뿐만 아니라 태양광, 전기차 등에서 은이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지난해 은 전체 소비의 절반 이상이 산업용으로 쓰였을 정도다. 이에 글로벌 경기가 회복되는 국면에 각광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금과 차별화된다.

최근 반도체 업황이 이른바 ‘슈퍼 사이클’을 맞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 이 역시 은에도 일부 긍정적인 이슈로 평가된다. 반도체 생산 확대에 따라 은 수요가 일정 부분 높아질 뿐만 아니라 반도체 업황 회복과 맞물린 경기 개선 기대가 은 가격에도 우호적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조적인 공급 제약도 은 가격의 상승 요소로 분류된다. 은은 대부분이 구리·아연·납·금 채굴 과정에서 부산물 형태로 생산된다. 은광산에서 직접 채굴되는 양은 25~30%에 불과하고, 일부 국가에 집중돼 있다. 게다가 환경 규제, 재활용 한계도 있어 은 수요가 높아진다고 해서 공급이 쉽게 늘어나지 않는다.

다만 은 역시 리스크는 존재한다는 지적이다. 경기 회복 국면에서 은의 가치가 도드라질 수 있지만 반대로 경기가 침체될 수 있다는 신호가 나온다면 변동성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제를 좌우하는 미국의 경우 고용 지표가 연이어 부진하게 나오면서 경기 침체 가능성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한 투자업계 전문가는 “국내 투자자들이 주로 금 현물 ETF(상장지수펀드)에 몰리면서 최근에는 10%포인트가 넘는 ‘김치 프리미엄’(국내외 시세 괴리)이 형성됐다. 이로 인해 차익 실현에 나서는 투자자들도 적지 않다”며 “금 상품을 다시 매수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은을 포트폴리오 다각화 차원에서 대안으로 고려할 만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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