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등 해외 플랫폼 시장 확대
국내 규제 비켜가며 소비자 골탕
대리인 지정 의무화 해법 주목
“실질 권한 없으면 한계” 분석도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해외 온라인 플랫폼의 국내 진출 확대에 따른 소비자 피해가 잇따르면서 국내 대리인 지정 의무화 입법 논의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국내에 법인을 두지 않으면서 발생하는 규제 사각지대를 해소한단 취지지만 실질적 책임 없는 대리인 제도만으로는 한계가 있단 분석도 제기된다. 시장 상황에 따라 발빠르게 움직이는 글로벌 플랫폼 특성을 감안해 사전 예방적 대책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단 진단이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해외 온라인 플랫폼의 국내 진출이 확대되면서 국내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표시, 광고 등의 위반 문제가 빈발하고 있다. 특히,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쉬인 등 중국계 플랫폼을 둘러싼 논란이 크다.

이들 플랫폼은 저가 전략, 경품 마케팅, 한정 특가 등을 전면에 내세워 소비자를 끌어들이고 있으나, 주요 화면 내 상풍 정보 누락, 가격 오인 유도, 과장된 할인 문구 사용 등 위반사례가 적잖다.

대표적으로 앱 설치시 쿠폰 제공을 제한시간 내로 오인하게 한 광고, 999원 닌텐도 스위치 등 당첨 가능성을 과장한 광고, 추천 조건을 숨긴 크레딧, 상품 광고 등이 적발돼 시정명령, 과징금 등 당국 제재를 받았다. 

하지만 해외 사업자에 대한 불공정거래에 대한 규제는 여전히 실효성이 떨어진단 지적이다. 중국계 플랫폼 상당수는 국내 법인이나 상시대리인을 두지 않은채 영업해 당국이 법집행을 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소비자 피해가 반복돼도 실질적 규제 집행과 피해 구제가 이뤄지지 못하면서 국내외 사업자 간 규제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국내 전자상거래 사업자는 현행법상 의무를 철저히 준수하는 반면, 일부 해외 플랫폼은 같은 의무를 회피하거나 위반을 하더라도 집행 사각지대에 놓여 문제가 반복되는 경향이 있다.

특히, 국내에 법인이 없는 해외사업자의 경우 규제당국이 시정명령의 이행 여부를 확인하거나 과징금을 걷는데 큰 제약이 따른다. 거래내역, 사용자 정보 등 핵심 자료가 해외 서버에 저장돼 자료 확보와 조사 과정에서도 어려움이 크다. 

이에 해외 플랫폼에 대한 규제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 보완 필요성이 정부와 국회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전자상거래법을 고쳐 일정 요건을 갖춘 해외 사업자에게 국내 대리인 지정 의무를 부과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국회에선 박상혁, 이강일, 전재수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국민의힘에선 김장겸 의원이 비슷한 관련 법안을 제출했다. 정부도 유사한 취지의 법안을 내놓았다. 

/ 표=정승아 디자이너
/ 표=정승아 디자이너

소관 상임위원회인 정무위원회에선 해외 사업자와의 거래에서 발생하는 분쟁이나 소비자 피해 등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피해 구제, 원할한 조사가 가능해진단 측면에서 전자상거래법 상 국내 대리인 지정 의무화에 대해 긍정적인 분위기다. 공정거래위원회 측도 “국내 대리인 지정제도를 도입하고 제도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자료 요청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향후 법안 처리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대리인 지정만으로는 해외 플랫폼 사업자를 둘러싼 문제를 해결하기엔 한계가 있단 분석도 제기된다. 해외 사업자가 형식적 대리인을 지정하거나 대리인이 정보 접근권과 의사결정권 없이 단순 서류 접수 창구 역할에 그칠 경우 실질적 행정집행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국내 대리인을 지정한다고 우려하는 문제들이 바로 해소되진 않을 것”이라며 “배달플랫폼 중심으로 제기되는 상생협력 같은 문제를 보면 실제 결정권이 국내가 아니라 본사에 있는 경우가 많아 정부 정책과 협력, 현지 이해관계 조정이 원활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해외 글로벌 플랫폼들은 문제가 생기면 납품업체와 소비자 모두 큰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대리인 제도에 그치지 않고 추가적 안전장치도 병행해야 한단 조언이 제기된다.

이 교수는 “대리인이 최종 결정권자가 아니면 본국에 다시 보고하고 승인을 받아야 하기에 의사결정 속도가 늦어질 수밖에 없다. 또 우리나라 시장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협력 의지가 미흡할 가능성도 있다”며 “단순히 대리인 제도에 의존하기보다 글로벌 기업 특성을 고려한 보완장치와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글로벌 기업들은 시장 상황이 불리해지면 쉽게 빠져나가려는 경향을 감안해 문제 해결에 책임있게 나설 수 있도록 하는 사전 예방적 대책을 마련하는게 중요하단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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