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1조원 투자 맞물려 민관 협력 본격화”
[시사저널e=송주영 기자] 삼성전자가 온디바이스 AI 반도체 개발에 나서는 국내 팹리스 기업들을 위해 파운드리 지원에 나선다. 정부는 향후 5년간 1조 원 규모를 투자해 자동차, 로봇, 가전, 방산 등 4대 분야의 온디바이스 AI 반도체 기술을 집중 육성한다. 공공과 민간이 손잡고 ‘K-온디바이스 반도체’ 육성에 나선다.
장종찬 산업기술평가원 본부장은 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피지컬AI 국가 대전환 전략’ 포럼에서 “바로 전날 삼성전자와 팹리스가 협약을 맺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팹리스가 개발한 온디바이스 AI 제작 비용 일부를 지원할 예정이다.
그는 이어 “AI 반도체는 서버용과 온디바이스용으로 구분되는데, 앞으로는 온디바이스 시장 성장률이 더 높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버용 AI 반도체가 대규모 데이터를 클라우드에서 처리하는 데 쓰인다면 온디바이스는 스마트폰, 자동차, 가전, 로봇 등 기기에 직접 탑재된다. 저전력·저지연 성능 구현이 경쟁력이다. 대표적 사례로 갤럭시 스마트폰에 들어가 인터넷 연결 없이 번역 기능을 수행하는 반도체가 있다.
장 본부장은 온디바이스AI 시장에 대해 “자동차, 드론, 국방 등 적용 분야는 무궁무진하지만, 세계 시장에는 절대강자가 없다”고 설명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AI 반도체 시장 규모는 428억달러(약 60조원)였다. 2027년에는 1194억달러(167조원)를 넘어설 전망이다. 이같이 가파른 성장세는 정부가 중소·중견 팹리스를 중심으로 한 생태계 육성에 나선 배경이다.
AI 반도체는 시스템반도체 비중이 크지만 한국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2022년 기준 3.3%에 그친다. 미국(54.5%), 유럽(11.8%), 대만(10.3%), 일본(9.2%), 중국(6.5%)보다 크게 뒤처진 수준이다.
장 본부장은 “국내 시스템반도체 업체 가운데 글로벌 20위권에 드는 기업조차 없다”며 “설계는 미국이, 생산은 대만이 주도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AI 3대 강국에 진입하려면 AI 반도체와 시스템온칩 활성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팹리스, 파운드리, 수요기업이 함께 협력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반도체 칩뿐만 아니라 관련 소프트웨어 개발까지 아우르는 로드맵을 내놨다. 이 사업 관련 공청회는 12월 열리며 내년 4월까지 평가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뒤이어 정수진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본부장은 AI 3대 추진 방향을 제시했다.
첫째는 GPU 등 인프라 확충을 위한 ‘AI 고속도로’, 둘째는 수도권에 집중된 사업을 전국으로 확산하는 ‘AX투어’, 셋째는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한 글로벌 경쟁력 지원이다.
정 본부장은 “국가대표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선정해 지원하고, 이를 중소 AI 기업으로 확산시키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전북, 경남, 광주, 대구 등 4개 지역에서 총 3조200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전북과 경남은 피지컬AI 중심, 광주와 대구는 비IT 분야와 연계하는 방식이다. 이들 사업은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받아 속도감 있게 진행된다.
정 본부장은 “지방자치단체와 손잡고 다양한 프로젝트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피지컬AI 융합 데이터 시범사업도 활발하다. 전북대, KAIST, 성균관대, 네이버, 현대차 등이 참여해 미래형 AI 융합기술을 개발한다.
이 행사는 피지컬AI협회도 공식 출범식과 함께 마련됐다. 협회장은 유태준 마음AI 대표가 맡았다.
유 대표는 “양질의 데이터를 확보하고, 물리 기반 가상 플랫폼을 구축해 시뮬레이션 데이터를 확보하겠다”고 중점 추진과제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