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저널e=유재철 정책유통부장]
“정부가 세금폭탄으로 국민들을 잡으려 한다는구만요.”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세제정책이 발표된 2007년 겨울, 퇴근길 택시 안에서 기사의 푸념을 들었다. 이후 몇 마디 더 나눴는데 그는 오래된 아파트 한 채만 가진 1주택자였으며, 고가주택은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럼에도 연일 신문에 등장한 ‘세금폭탄’이라는 표현 때문인지 불필요한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 당시 정책의 실제 대상은 다주택자와 부동산 투기꾼이었지만, 시장에 전달된 시그널은 왜곡돼 있었다.
정부가 집값 안정을 위해 결국 세금카드를 꺼낼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세금만’으로 집값을 잡겠다는 접근은 실패 가능성이 높다. 강력한 부동산 세금규제의 신호탄이었던 참여정부의 실패는 아직도 생생하다. 당시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는 분명한 목표를 갖고 추진됐지만, 시장에서는 ‘세금폭탄’이라는 부정적 프레임만 확산됐다.
참여정부는 다주택자 양도세율을 단계적으로 끌어올려, 2주택자는 50%, 3주택 이상은 60%의 단일세율을 적용했다. 특히 미등기 양도의 경우 최고 70%까지 세율을 부과하면서 역대 가장 강력한 ‘세금 중과 시대’가 펼쳐졌다. 여기에 주민세까지 더하면 체감 세율은 더 높았다. 하지만 이처럼 강력한 과세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잠기고 거래는 위축됐다.
다주택자에게 고율 과세를 매기면 단기적으로 매물 출회가 늘어날 것 같지만, 실제로는 보유세 부담에도 불구하고 매도를 포기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오히려 매물은 잠기고 시장 유동성은 떨어지면서, 특정 지역에 자금이 몰리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당시 강남 재건축 아파트의 가격 급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정책의 타킷은 다주택자와 고가주택 등이었지만, ‘모든 집주인이 세금폭탄을 맞는다’는 인상만 각인됐다. 물론 언론과 정치권의 프레임이 이런 불안을 배가시킨 점도 있다. 택시 기사의 불안이 단순한 개인적 오해가 아니라, 왜곡된 정책 메시지가 전 국민으로 퍼진 결과였던 셈이다.
이재명 정부가 세금정책을 꺼내든다면 반드시 다주택자 투기 수요를 겨냥한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1주택자와 장기보유자는 정책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사실을 선명하게 밝혀야 한다. 그래야만 참여정부 시절처럼 불필요한 ‘세금폭탄’ 논란을 피할 수 있다.
하지만 관가의 동향을 살펴보면 앞선 두 번의 부동산 대책처럼, 불시에 예상치 못한 강력한 세금 정책도 나올 수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기획재정부의 한 직원은 기자에게 “아직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은 없지만 아마도 하게되면 역대급이지 않을까요”라고 반문했다.
부동산 시장은 정부의 말과 행동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애매한 표현, 불명확한 메시지는 시장을 불안하게 만든다. 세금정책이 효과를 내기 위해 필요한 건 무엇보다 실행 전, 확실한 시그널이다. 그게 없으면 정책은 힘을 잃고, 시장은 다시 혼란에 빠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