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테그라 경영권 인수에 2.3조···PBR 2.68배 달해
영업권 인식만 1조 예상···대규모 웃돈 얹어
"확실한 매물 인수로 글로벌 기회 모색해" 평가도
국내 보험사 중 글로벌 사업 '선두주자' 올라설듯

서울 강남 DB손해보험 본사. / 사진=DB손해보험
서울 강남 DB손해보험 본사. / 사진=DB손해보험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DB손해보험이 미국 보험사를 사들이면서 글로벌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했다. 대규모 웃돈을 얹어 인수했기에 일각에선 고가 매입이란 지적이 제기된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 등 선진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장하기 위해선 확실한 매물을 사들이는 것이 장기적으로 이익이란 의견도 나온다. 이번 인수로 DB손보는 미국, 유럽 시장에서 국내 전체 금융사 중 선두 그룹으로 올라설 것으로 전망된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DB손보는 최근 미국 보험사 포테그라 주식 100%를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인수가는 16억5000만달러(약 2조3107억원)이다. 국내 보험사가 해외 시장에서 시행한 인수합병(M&A) 중 최대 규모다. 포테그라는 1978년 설립된 글로벌 보험그룹으로 특화보험(Specialty), 신용∙보증보험, 보증 등 보험관련서비스 사업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다. 현재 미국 전역과 영국, 이탈리아 등 유럽 8개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 

시장에선 DB손보가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높은 가격을 감수하고 인수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포테그라의 지난해 말 기준 총자본은 8632억원이다. 이를 토대로 이 회사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을 따져보면 2.68배다. 1조가 넘는 액수를 경영권 프리미엄으로 얹어 지불한 셈이다. 이에 DB손보가 이 회사를 계열사로 편입하면 인식하는 영업권도 1조원 내외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다른 금융사의 인수합병(M&A) 사례를 고려하면 아쉬운 거래란 반응도 나온다. 금융사가 다른 금융사를 인수할 때는 보통 PBR 1배 이하의 가격을 지불해 염가매수차익을 얻기 때문이다. 지난 2020년 KB금융지주는 푸르덴셜생명(현 KB라이프)를 인수해 1451억원의 염가매수차익을 얻은 바 있다. 우리금융지주도 동양·ABL생명 인수로 올해 염가매수차익이 예상된다.  

반면 당장 차익을 얻지 못하더라도 확실한 매물을 사들인다면 향후 대규모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단 의견도 있다. 신한금융지주는 2019년 오렌지라이프(현 신한라이프)를 약 2조3000억원에 인수하면서 영업권을 5645억원 인식했다. 이 금액을 경영권 프리미엄으로 지불했단 의미다. 이에 당시엔 고가 매입이란 지적이 나왔다. 그러나 현재는 신한라이프 인수를 비판하는 이는 거의 없다. 신한라이프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 자료=DB손해보험,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자료=DB손해보험,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포테그라는 지난해까지 지속적으로 실적이 성장했다. 지난해 이 회사가 거둔 순익은 1931억원으로 전년(1402억원) 대비 38% 증가했다. 작년 실적은 직전 해 대비 두 배 넘게 늘었다. 더구나 미국 기업의 재무재표의 신뢰성은 높은 편이기에 인수 후 대규모로 실적이 감소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 국내 금융사들이 적극 진출한 동남아시아에선 M&A 이후 대규모 손실 사태가 가끔 발생했다. 

무엇보다 이번 거래가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DB손보가 글로벌 사업을 확장하려는 의지를 보였다는 점이다. 국내 보험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다. 보험사들이 ‘제로섬’ 게임을 한지 오래됐다. 특히 최근 생명보험사가 종신 보험 시장이 축소된 탓에 건강보험 시장으로 적극 진출하면서 회사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결국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선 해외 시장을 넓힐 필요가 있다. 

일단 포테그라가 계열사로 편입된 후에도 안정적인 실적을 기록한다면 DB손보는 국내 보험사 가운데 해외 사업을 통해 가장 많은 이익을 거두는 곳이 될 전망이다. 국내 보험사의 해외 법인 실적은 미미한 상황이다. 범위를 국내 금융권 전체로 넓혀도 포테그라만큼 실적을 거두는 해외 법인을 보유한 곳은 신한은행 한 곳 밖에 없다.  신한은행의 베트남 법인은 지난해 2640억원의 순익을 거뒀다. 

더불어 미국, 유럽시장으로 한정하면 DB손보는 대형 시중은행의 영향력을 앞설 가능성도 있다. 국내 금융사의 글로벌 사업에 있어 선두주자인 시중은행은 미국, 유럽 시장에선 별다른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이 지역에 세운 법인들의 한해 순익은 보통 100억~200억원 정도의 순익을 내고 있다. 현대캐피탈아메리카가 미국에서 조단위의 순익을 거두고 있지만 이 금융사는 엄연히 말하면 국내 금융사가 해외에 진출한 법인이라고 보기 어렵다. 현대캐피탈아메리카의 지분 80%는 현대자동차의 미국법인(HMA)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현대캐피탈과는 직접적인 지분관계가 없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인수가격에 대한 논란은 있을 수 있다”라면서 “하지만 신규 시장 진입에서는 좋지 않은 회사를 싸게 하는 것보다 좋은 회사를 사는 것이 더 합리적이며 장래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방법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