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부터 9월 누적 기준 순매도 전환
대형주 장세, 관세 불확실성, 추석 등이 원인 지목
“추석 이후도 쉽지 않아” vs “악재 둔감해질 가능성”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코스닥 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세가 거세지고 있다. 반도체 대형주로 자금이 쏠린 가운데 기준금리 인하 기대 약화, 관세 불확실성, 추석 연휴를 앞둔 현금 확보 수요 등이 겹친 영향으로 풀이된다. 다만 시장 악재가 과도하게 부각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어 연말로 향할수록 투심이 회복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26일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9월 누적 기준 외국인과 기관은 코스닥 시장에서 각각 3339억원, 1224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22일까지만 하더라도 외국인이 1292억원, 기관이 2671억원어치를 순매수했던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코스닥 지수는 이들이 순매도로 돌아선날부터 급격히 하락하기 시작했다. 지난 23일에는 장중 연고점인 877.56을 기록한 이후 내림세를 보이며 전 거래일 대비 0.25% 하락 마감했고, 24일과 25일에는 각각 1.29%, 0.98% 내렸다. 26일에도 2.03% 하락했는데 이 역시 외국인의 순매도 영향이 컸다. 

코스닥 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의 이탈이 번번이 나오면서 지수는 사상 최고치 기록은커녕 900선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특히 기관의 경우 코스닥이 상승세를 보였던 3분기 내내 코스닥 시장을 떠났다. 실제 월별 기준 기관은 7월과 8월, 9월 각각 1조148억원, 1724억원, 1245억원어치의 순매도를 보였다. 

최근 이 같은 현상이 짙어진 배경에는 우선 반도체 대형주 위주의 장세가 꼽힌다. 반도체 메모리 업황 회복 사이클을 맞으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른바 ‘수급 블랙홀’이 됐다는 지적이다. 시장 성과를 따라가기 위해선 이들 대형주를 채워야 했고, 이를 위해선 중소형주의 비중을 줄이는 선택을 해야 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기준금리 기대 약화로 코스닥 시총 비중이 큰 바이오 업종의 약세가 더해졌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기준금리 인하 속도를 늦춰야 한다는 뉘앙스의 발언을 했고, 미국 2분기 GDP(국내총생산) 성장률도 시장 예상치를 웃돌면서 기준금리 인하 기대를 낮췄다. 기준금리 인하는 투자금 유입이 필요한 바이오 업종에 우호적인 재료로 평가된다.

추석 연휴 전 리스크 관리에 나선 것도 이들 수급에 영향을 미친 요소로 분류된다. 올해 추석 연휴는 개천절과 한글날 공휴일이 앞뒤로 있어 그 어느 때보다 길다. 이 기간 글로벌 증시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고, 악재가 쏟아져도 대처할 수 없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포지션을 일부 조정한 것이란 분석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코스닥 지수의 향방에 투자자 관심이 집중된다. 한국과 미국의 입장차가 확고해 관세 이슈를 풀기 쉽지 않아진 데다 미국의 반도체 수입 제한 정책과 같은 국내 증시에 부정적인 뉴스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는 점에서 추석 연휴 이후에도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있다. 

반대로 악재보다는 호재로 시선이 이동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지수가 다양한 악재를 반영하며 강한 조정을 맞았는데 이보다 더할 수 있는 이슈들이 많지는 않다는 생각”이라며 “추석 연휴 이후에는 실적 위주로 시장의 관심이 이동할 것으로 보여 수급 개선과 지수의 긍정적인 흐름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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