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1400.6원에 주간 거래 마감···간밤에는 1405.5원까지 오르기도
연준 기준금리 속도 후퇴 우려, 한·미 관세 협상 난항 등이 원인 분석
추세적 상승 시 증시 약세 요인···증권가선 연말 하락 전망 나오기도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400원을 돌파하면서 국내 증시에 어떤 파급 효과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원화 약세가 추세적일 경우 외국인 증시 이탈, 기준금리 인하 부담 등으로 이어져 지수 상승을 제한하는 요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한국 경제의 반등이 일부 예상된다는 점에서 과도한 우려라는 지적도 있다.
2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후 3시30분 기준 전 거래일 대비 3.1원 오른 1400.6원에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로 올라선 것은 장중 1407.4원까지 치솟았던 지난 8월 21일 이후 한 달여 만이다. 환율은 전날 밤 야간 거래 시간대에는 1405.5원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원·달러 환율이 다시금 1400원대로 진입하면서 증시에 미칠 영향에 투자자들의 촉각이 곤두서고 있다. 특히 달러 가치가 약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원화 가치가 하락하고 있다는 점에 투자자들의 우려가 깊어진 모습이다.
실제 주요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현재 97.77 수준인데, 이는 지난해 12월 계엄령 탓에 환율이 1400원을 돌파했을 당시 기록했던 106보다 낮다. 달러가 약세를 보임에도 1400원대의 환율이 됐다는 것은 그만큼 원화의 가치가 더 떨어졌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원·달러 환율이 최근 상승세를 보인 배경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 후퇴가 꼽힌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23일(현지 시간) 연준이 기준금리를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완화한다면 물가 상승 억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금리 인하에 속도를 내지 않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져 달러 약세를 멈춘 요인이 됐다.
여기에 한·미 간 관세 협상 교착과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 약화 우려 등은 원화 약세를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미국의 요구대로 3500억달러(490조원)를 내준다면 외환위기와 같은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언급했고, 이는 시장 불안도를 높였다는 것이다. 여기에 고관세로 인한 미국 수출 기업의 실적 우려까지 겹치면서 원화 약세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원·달러 환율이 추세적으로 상승하게 되면 국내 증시에는 부정적일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그동안 지수가 많이 올랐던 상황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차익실현이 가속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은 대선 국면이 시작됐던 지난 5월 이후 코스피에서만 15조원이 넘는 순매수를 기록했다. 코스피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이번 달에만 7조400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다만 환율 상승세가 연말까지 이어지진 않을 것이란 의견도 제기된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속도는 늦춰질 수 있지만, 물가 지표가 점차 안정화된다면 방향성은 바뀌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미 관세 협상 우려 해소 가능성도 이 같은 주장들의 근거로 제시된다.
최규호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연말에는 환율이 하락할 것으로 본다”며 “미국 물가 상승률은 이번 분기를 정점으로 낮아질 전망이고, 관세 부담도 점차 완화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연준도 보다 완화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며 “관세 협상과 재정에 대한 우려 또한 시간이 지날수록 해소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밝혔다.
반도체 업황 회복과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 상향도 우려를 낮추는 요소로 분류된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환율만을 기준으로 매매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며 “메모리 반도체 사이클이 반등 국면에 접어들면서 외국인의 국내 증시 유입 가능성이 커지고 있고, 기저효과가 있긴 하지만 완화적인 재정정책으로 내년 한국 경제 성장세의 반등이 예상된다는 점도 긍정적인 신호로 작용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