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사원 소액 리베이트에 회사 관리감독 책임 인정
“고도의 공익성 가진 의약품 리베이트, 공급 투명성 훼손”

종근당 CI. / 사진=종근당 홈페이지 갈무리
종근당 CI. / 사진=종근당 홈페이지 갈무리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종근당이 영업사원 리베이트 사건으로 2023년 12월 식약처로부터 부과받은 행정처분(판매업무정지 3개월·과징금 2745만원) 취소를 구하며 제기한 소송에서 패소했다.

법원은 리베이트 규모가 59만원으로 비교적 소액임에도 회사의 관리·감독 책임을 폭넓게 인정했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재판장 강재원 부장판사)는 지난 11일 종근당이 식품의약품안전처, 대전지방식품의약품안전처장을 상대로 낸 소송을 기각(원고 패소)했다.

사건은 종근당 영업사원 B씨가 2016년 5월부터 9월까지 서울 강남구 소재 한 의료기관에 화장지와 커피, 섬유유연제 등 물품으로 경제적 이익을 제공(리베이트)했다는 이유로 불거졌다. 서울서부지방검찰청은 B씨의 약사법위반 피의사실을 인정하되 그가 초범인 점과 공여 액수가 비교적 적은 점을 고려해 기소유예처분했다. 

종근당은 B씨의 물품 제공 시점이 육아휴직 중 일부 시기와 겹친다며 회사의 지휘·감독과 무관한 개인적 행위라고 주장했다. 육아휴직 중 인센티브에 갈음해 개인적 용도로 법인카드를 유용한 것에 불과하지 B씨가 의료기관에 리베이트 행위를 했다고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리베이트로 인정되더라도 B씨의 개인적 일탈행위에 불과해 회사의 의무위반을 탓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인정되므로 처분이 위법하다고도 했다.

그러나 법원은 B씨의 행위를 리베이트로 보지 않는 것은 오히려 상식이나 경험칙에 반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 의료기관이 B씨에게 보낸 ‘H커피(원장님이 부탁하심)’ 메시지 형태가 그대로 남아있는 사실, 구체적 물품 내역, 시간적 간격, 의료기관의 요구를 B씨가 영업팀으로 발령된지 2개월에 불과한 D에게 지시하는 내용이 확인되는 사실 등만으로도 B씨가 이 사건 의료기관의 요구에 따라 여러 물건들을 제공하는 방법으로 경제적 이익을 공여했다고 넉넉히 인정된다”면서 “B씨가 육아휴직 중임에도 하급자인 D에게 4개월이라는 단기간 내에 여러 차례에 걸쳐 구체적으로 지시한 점, 의료기관이 요구한 물품 모두는 병원에서 사용하는 물건으로 볼 수 있는 점 등을 더해보면 B의 개인적 일탈행위에 불과하다거나 회사의 의무위반을 탓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밝혔다. 

이 사건 처분이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의약품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직결되는 보건 영역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이어서 고도의 공익성을 가진 물품인 점, 의료기관에 대한 리베이트 행위는 국민건강보험 체계를 기본으로 하는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체계에서 의약품 공급 등의 투명성을 중대하게 훼손하는 행위인 점 등을 고려하면 리베이트 행위는 반드시 근절돼야 하고 그 액수에 많고 적음이 행정처분의 재량권 일탈남용 여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영업사원 B씨의 행위는 결과적으로 회사가 책임져야 한다고도 했다. 재판부는 “영업사원의 리베이트 행위는 의약품 등의 판촉을 위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고, 이는 종국적으로 의약품 제조 및 판매업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원고(종근당)에게 책임이 귀속돼야 한다”고 짚었다.

종근당은 “총액 300만원 미만 리베이트는 경고 조치 가능”이라는 식품의약품안전처 규정을 근거로 처분이 과중하다고 주장했으나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는 대외적 구속력이 있는 법규가 아닌 재량준칙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종근당에 부과된 판매업무정지 3개월과 과징금 2745만원 처분은 정당하다고 결론내렸다. 소송 비용 역시 종근당 측이 모두 부담하도록 했다.

판매업무정지 및 과징금 등 행정처분은 현재 집행정지 신청이 인용돼 효력이 정지된 상태다. 회사가 항소할 경우 고등법원에서 심리가 재차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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